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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운의 지중해 편지/마지막회

프랑스 아를

황소와 함께 춤을

  • 사진/글 최상운 (여행작가, goodluckchoi@naver.com)

프랑스 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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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를

달리는 소를 잡으려고 사람들이 그야말로 벌떼같이 몰려들기도 한다.

아침부터 밖이 소란해서 내다보니 발코니 아래 광장에서 사람들이 차단막을 설치하고 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만드는데 소가 이곳으로 달리게 하려는 것이다. 차단막은 구경꾼들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리라. 이제 조금 있으면 저 아래로 소들이 미친 듯 질주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맨손으로 그 소를 잡으려 할 것이고.

달리는 소를 맨손으로 잡다니. 어찌 생각하면 정신 나간 짓 같아 보이지만 이는 아를의 부활절 축제에서 중요한 행사다. 시내를 관통하며 만들어놓은 길로 소들이 맹렬하게 달리면 어떤 이는 소를 피하는 묘기를 보이고 어떤 이는 소에게 달려든다. 이걸 용감하다고 하든지, 무모하다고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부활절을 맞은 프랑스 아를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 약간은 흥분된 마음으로 호텔을 나선다.

부활절 축제

호텔을 나와 조금 가다 보니 원형 경기장((Arenes)이 나온다. 로마제국의 속주였던 프랑스 지방의 여러 원형경기장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1세기경에 지어졌다. 2만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외벽의 높이도 21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그런데 바로 오늘 부활절 축제를 맞아 이 앞에서 흥겨운 야외 음악회가 열렸다. 스페인에서 온 악단이 익살맞은 악장의 지휘에 따라 정말 신나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계단을 빽빽이 메운 것도 모자라 근처 카페의 2층에까지 올라가서 즐거운 음악에 열광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힘껏 박수를 보내다가 시내 남쪽의 대로인 불바르 데 리스(Boulevard des Lices)로 발길을 옮긴다.

프랑스 아를
1로마시대에 세워진 원형경기장 앞에서 흥겨운 연주회가 열렸다.

2음악과 춤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를의 밤.

프랑스 아를
3밤 공연 무대에는 일반인도 무희와 하나가 된다.

4축제에는 우스꽝스러운 차림의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5육중한 검은 소를 잡으려고 소뿔을 잡는 위험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오니 그야말로 구름같이 많은 사람이 모였다. 조금이라도 잘 보려고 나무 위나 도로구조물에 올라간 사람도 꽤 있다. 이곳 역시 호텔 앞 광장과 같이 차단막이 길게 쳐져 있다. 잠시 후 행사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근처 카마르그(Camargue)에서 온 사람들이 말을 타고 행진을 한다. 이들은 거대한 야생습지며 자연공원인 카마르그의 카우보이들인데 이들이 바로 소몰이를 한다. 이윽고 카우보이들이 육중한 몸체의 검은 소들을 몰고 나온다.

처음에는 사람들도 감히 소를 잡을 엄두를 못 내는데 차츰 시간이 갈수록 대담해져서 소에게 달라붙기 시작한다. 한 사람이 소의 뿔을 잡으면 다른 사람들이 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역부족일 때가 많다. 소의 뿔을 무디게 만들었지만 다치는 사람까지 있는데, 이 정도는 사소한 훈장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라 즐겁기만 하다. 이렇게 소와 결투 아닌 결투를 벌이는 것이 스페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라틴 문화의 특성임을 생각하면 꼭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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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최상운 (여행작가, goodluck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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