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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인물

‘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굴 주역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 박사

“암호명 흑장미 … 보드카로 원혼 달래며 5년 사투”

  • 글: 박윤희 자유기고가 gogh1028@hanmail.net

‘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굴 주역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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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여의 끈질긴 노력 끝에 돈스코이호 발견에 성공한 한국해양연구원 해저유물팀. 팀의 리더 유해수 박사에게 돈스코이 탐사는 22년 전부터 꿈꾸어온 숙원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털어놓는 지난했던 탐사 과정과 학문적 의의, 150조원 ‘보물’은 정말 있는가.
‘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굴 주역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 박사

돈스코이호 모형을 들고 있는 유해수 박사. 이 모형은 ‘신동아’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흑장미로 보이는 게 있다!”

지난 5월20일 울릉도 저동 앞바다 2km지점. 선체확인 탐사중이던 바다 밑 유인잠수정으로부터 이런 소리가 날아든 순간, 태평양호(98t) 위에서 해저지형도를 보고 있던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48, 해저유물·자원연구센터장) 박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흑장미는 바로 러시아 침몰선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 Donskoi)호’를 지칭하는 암호명.

“그때 기분이요? 다리가 확 풀리더라고요. 현장연구원들 앞에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표정이 아무래도 이상했나봐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연구원들에게만 ‘돈스코이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죠.”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 1999년부터 ‘밀레니엄 2000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유해수 박사의 지휘 하에 심해탐사기술개발 및 침몰선 돈스코이호의 발굴·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지난 5월20일 울릉도 저동 앞바다 약 2km지점 수심 400m에 해당하는 곳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침몰선이 뱃머리를 계곡 쪽으로 둔 채 똑바로 서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침몰선의 선체는 상당히 부식된 상태였지만 심해 해양생물 서식이 적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보존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이어 지난 6월3일 ‘밀레니엄 2000 프로젝트’ 발주처인 동아건설산업(사장 김시웅)과 한국해양연구원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탐사에 이용된 무인잠수정, 유인잠수정 등의 최첨단 해양탐사장비와 소이탄을 맞아 불탄 흔적의 조타기, 총알 및 파편 흔적이 보이는 단검, 속사포 지지대 등 침몰선 잔해물 현장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공식발표에 쓰인 표현은 ‘돈스코이호 추정 침몰선체’라는 것이었지만 엿새 뒤 한국해양연구원에서 만난 유박사는 돈스코이호 발견을 기정사실화했다.

“처음 밝히는 거지만 동아건설산업에서 ‘밀레니엄 2000 프로젝트’를 저희 연구원에 위탁한 게 아니에요. 1998년 말 IMF 경제위기의 여파로 국내 분위기가 침체돼 있을 때 ‘타이타닉호’를 연상하고, 우리도 돈스코이호를 찾아 국민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서 제 손으로 직접 기획한 거지요.”

해양유물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돈스코이호는 하나의 신화로 존재한다. 전사(戰史)기록에 의하면,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철갑 순양함으로 러·일 전쟁중이던 1905년 5월29일 울릉도 근해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8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진수된 돈스코이호는 5800t급 수송용 군함으로 배 이름은 몽골을 격파한 러시아 전쟁 영웅의 이름을 딴 것이다.

러·일 전쟁 당시 38척으로 구성된 발틱함대는 발트해를 떠나 대서양에서 인도양을 거쳐 대한해협에 도착했지만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일본 해군의 포격을 맞고 괴멸했다. 이때 돈스코이호에는 군자금을 수송하는 배 ‘나히모프호’에서 옮겨 실은 금괴와 골동품이 가득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해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함장은 돈스코이호를 일본군에 넘기지 않으려고 일부러 배에 구멍을 뚫어 침몰시켜버렸다고 한다.

소문의 진원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돈스코이호에 실린 금괴와 골동품은 현 시가로 50조∼150조원 규모에 이른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돌았다. 때문에 군함 돈스코이호는 ‘보물선’으로 둔갑, 개봉되지 않은 ‘노다지 신화’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지난 1981년, 유박사는 돈스코이호를 탐사한 경험이 있다. 과학기술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도진실업의 요청을 받아 4개월간 대한해협 지형조사에 나섰던 것. 그러나 해양탐사장비 및 기타 연구장비가 열악해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이때도 보물선이 화제가 되면서 최소 24조원 상당의 금괴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1998년, 그때 중단된 사업을 다시 추진해보고 싶어 해양수산부에 건의를 했어요. 하지만 IMF 상황이라 흐지부지 된 채 시간만 흘렀죠. 그런데 어느 날 일본 NHK가 KBS에 ‘100억원을 지원할테니 한국·일본 공동으로 돈스코이호 탐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자’는 제안을 해온 것입니다. KBS는 이 사실을 해양수산부에 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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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윤희 자유기고가 gogh1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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