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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⑤

한국 경찰의 자존심 황운하 총경

“경찰은 정치권력에 굴종하고 알아서 기는 습성 버려야”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한국 경찰의 자존심 황운하 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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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찰개혁의 선봉장이냐 위험한 돈키호테냐
  • ● “성매매 없는 ‘클린 대전’에 목숨 걸었다”
  • ● 다양한 경험과 조직 안정 위해 첫 승진시험 거부
  • ● “정치권력, 검찰권력, 언론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 ● “노무현 정권의 수사권 독립 추진 중단에 배신감”
  • ● “‘촛불시위 유모차 부대’ 수사 무리한 면 있었다”
한국 경찰의 자존심 황운하 총경
한국 경찰은 정치권력의 주구(走狗)다. 한국 경찰은 검찰의 종이다. 한국 경찰은 언론의 밥이다….

황운하(黃雲夏·47) 총경은, 조금 과장하자면 경찰에 대한 이런 부정적 평을 깨고자 분연히 일어선 독립군이다. 위계질서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경찰 조직에서 그는 돈키호테처럼 창을 휘둘러왔다. 조직에서 튀면 이단아, 꼴통이라 불린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도 혼자 외치면 꼴통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그래서 꼴통은 외롭다. 욕먹기 일쑤다. 하지만 의식 있는 꼴통은 그 외로움과 비난을 시시포스의 운명처럼 고스란히 껴안고 살아간다. 그 길을 포기하는 순간 자신의 영혼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정신의 바닥에는 강렬한 프라이드와 나르시시즘이 깔려 있다.

현직 경찰관 중 황 총경만큼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사람도 없다. 자부심 가득한 경찰대 1기 출신인 그는 경찰 지휘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거의 유일한 경찰간부다. 그 대가는 ‘당연히’ 인사상 불이익이었다. 2006년 대전서부경찰서장이던 그는 경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지휘부가 수사권 독립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한 직후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됐다. 2007년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 의혹과 관련해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주장했다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황운하라는 이름이 경찰 안팎에 알려진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6월 서울 성동경찰서 형사과장이던 그는 검찰에 파견된 소속 경찰관들에게 복귀명령을 내렸다. 경찰관이 검찰에 파견돼 수사를 보조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상 초유의 ‘항명’ 사태에 검찰은 당황했고 경찰은 환호했다. 경찰 수뇌부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주시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이 사건을 다뤘고 동아일보를 비롯한 몇몇 매체는 인터뷰 기사까지 실었다. 비급(秘·#54622;)을 품고 중원에 홀연히 나타난 무림고수처럼, 황운하는 그때부터 경찰수사권 독립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조직의 상부에서는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혔으나 하부에서는 경찰개혁의 선봉장으로 떠받들어졌다. 누군가는 그에게 ‘수사권 독립군’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성매매업소 뿌리 뽑겠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수사권 독립투쟁사는 뒤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최근 얘기부터 해보자. 3월 하순 그는 대전중부경찰서장에서 대전경찰청 생활안전과장으로 전보됐다. 수사권 독립투쟁의 전사(戰士)가 생활안전과장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를 만난 5월11일, 대전은 후텁지근했다. 역에서 10분쯤 걸으면 경찰청에 도착한다는 그의 권유에 따라 택시를 타지 않았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5분‘씩이나’ 더 걸렸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둘러멘사진기자에게는 고역이었다.

대전경찰청은 현재 청사가 따로 없어 모 증권회사 건물에 세 들어 있다. 이곳이 본관 턱이고 인근에 있는 폐교 건물이 별관으로 쓰이고 있다. 2년 전 충청남도경찰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새 청사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황 총경의 얼굴은 몇 년 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으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는―내 생각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생활안전과 직원은 정복 근무가 원칙이라며 정복으로 갈아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는 그답다. 그가 사람들에게 고지식하고 반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런 면모 때문이기도 하다.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대부분 동의할 텐데, 그의 언행은 과격한 글과는 달리 점잖고 온순한 느낌을 준다.

그는 수사통이다. 경정 시절 서울 시내 여러 경찰서의 형사과장을 지냈다. 대형사건 수사를 통해 경찰이 검찰 못지않은 실력을 갖췄음을 입증하고 싶어하는 그는 지난 인사 때 수사부서, 곧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과 수사과장을 지원했다. 지방 경찰서장을 두 차례나 지냈기에 서울로 들어갈 순번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상부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그를 서울로 불러들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사와는 관련 없는 부서로 보냈다.

“지방청 참모는 처음이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더라. 서장을 할 때는 관할구역 내에서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를 단속하면서 유성과 둔산 지역의 성매매업소는 건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비효율적이고 형평성에도 어긋났다. 그렇지만 내 관할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대전 전역에 걸쳐 단속할 수 있다. 대전 전역에 파급효과가 미치는 경찰 시책을 펴나가는 것에 대해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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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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