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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인시민운동 선구자 김동석

한인 유권자 결집시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끌어내고 한미FTA 비준 압박도

  • 하태원|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

미국 내 한인시민운동 선구자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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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단합해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정신 하나로 시작해 이제는 미국 내에서 가장 활발한 시민운동을 펼쳐나가는 풀뿌리 시민단체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다.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 밀집한 한인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독려하는 선거참여 운동을 조직해낸 그는 2007년 미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을 이끈 데 이어 2008년에는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지명 변경하려던 미 지명위원회(BGN)의 결정을 되돌리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2010년에는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의 기여를 평가하고 인정하는 결의안 통과에 큰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이제는 미국 상하 양원의원 15명 정도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이 시민운동가는 이제 미국 내 가장 큰 한인커뮤니티가 존재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를 멈추지 않게 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가 말하는 미국 의회정치의 작동 원리는 무엇일까.


미국 내 한인시민운동 선구자 김동석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26일 오후 미국 하원 캐넌 오피스 빌딩. 2007년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운동을 주도했던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KAVC)에서 인턴활동을 하고 있는 어린 학생 3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위안부 강제동원 공식 시인과 사과를 촉구했다. 버스로 4시간 반가량을 달려온 이들은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는데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즈음 작은 체구에 금발을 휘날리는 한 중년의 여성이 나타났다. 플로리다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공화당 출신의 11선 의원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이었다. 하원 공화당 간사로 줄곧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한 외교통 의원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의석을 장악할 경우 외교위원장이 될 사람이기도 하다. 1960년대 쿠바 카스트로 공산정부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로스-레티넌 의원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이며 인권분야에 관심이 많아 북한문제에 큰 목소리를 내는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내 힘의 원동력은 유권자들의 결집

어린 학생들을 환영한 로스-레티넌 의원은 이들을 이끌고 온 김동석(52) 전 한인유권자센터 소장과 반갑게 포옹했다. 로스-레티넌 의원은 “지금 막 플로리다발 비행기에서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며 “다른 일정 두 가지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즉석에서 일본 정부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로스-레티넌 의원은 “결의안에서 명백히 표명된 미 하원의원들의 뜻은 일본 정부가 희생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라는 것”이라며 “이 결의안 통과 이후 일본에서 4명의 총리가 재임했지만 누구도 공식 시인 및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일본 정부에는 뼈아픈 일이었다. 또한 미국에서 살고 있는 소수계 민족 중 하나인 한국의 어린 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분 초 단위로 쪼개 쓰는 하원의원이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온 것 역시 평소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김 전 소장은 미국 의회 내에서 가장 활동이 두드러진 한인 시민운동가로 꼽힌다. 1996년 뉴욕 플러싱에서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든 뒤 16년 동안 발품을 팔며 활동한 성과로 이제 그는 연방 상·하원 의원 15명 정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사는 곳은 뉴욕·뉴저지 지역이지만 김 전 소장은 거의 워싱턴에서 살다시피 한다. 의회에서 한국과 관련한 청문회가 벌어질 때 참여하는 것은 기본이고 한국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의원이 워싱턴에서 벌이는 공개 활동에는 반드시 참석해 눈도장을 찍는다. 김 전 소장은 미국 의원회관 격인 하원 레이번빌딩과 캐넌빌딩에도 자주 모습을 보인다.

8월 초에는 한인밀집지역인 뉴저지에 지역구를 둔 스티브 로스만 민주당 의원이 미국 자동차노조의 요청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서명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의원 사무실 앞에 가서 의원면담을 요청했다. 이 지역 한인유권자들이 서명한 FTA 비준촉구 서명서를 챙겨갔고 ‘유권자의 힘’을 빌려 로스만 의원에게 “반대 서명하기 전에 한 번쯤은 한인 유권자들의 의견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은근한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3일 후에 로스만 의원은 FTA 반대 서명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뺐다.

그는 의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른바 펀드레이징 행사에도 반드시 참석한다. 2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러야 하며 법률에 정한 한도 이상의 선거자금을 받을 수 없는 미국 정치인에게는 단돈 몇백달러도 무시할 수 없는 돈이다. 김 전 소장은 6월에는 위안부 결의안 의회 통과에 큰 기여를 했던 민주당 출신 마이클 혼다 의원의 워싱턴 생일잔치에 참석해 한인들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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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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