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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몸 파는 여자라뇨? 우리는 당당한 ‘性서비스’ 노동자”

성매매 연구 위해 성매매 나선 ‘밀사’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몸 파는 여자라뇨? 우리는 당당한 ‘性서비스’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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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성매매가 여성인권 추락시킨다는 건 책임 전가
  • ● 여성학 강의 듣고 성매매 이해하려 性 시장으로
  • ● 인격, 몸, 영혼 안 팔고 돈 버는 직업도 있나
  • ● 화대엔 ‘감정노동’ ‘사회적 낙인’ 대가 포함
  • ●‘성노동자 = 사회적 성욕조절 도구’ 인식 버려야
“몸 파는 여자라뇨? 우리는 당당한 ‘性서비스’ 노동자”
올해로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이 시행된 지 9년째다. 2004년 9월 성특법 시행 이후 성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이 줄어들고,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는 여전히 거대한 시장으로 남아 있다. ‘인간 본능’ ‘생존권’ ‘성적 자기결정권’ 등 다양한 이유를 내세우며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성매매 합법화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 1월 서울북부지법 오원찬 판사가 성노동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에 대한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론 내리면 개인 간의 성매매가 합법화할 수 있다.

성매매 합법화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취재하던 중 파격적인 주장을 접할 수 있었다. “성노동은 노동이며, 성매매 종사자도 당당한 노동자다” “성매매는 성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성 서비스를 주고받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밀사(@Milsa_)’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성노동 활동가가 그 주인공. 그는 대학 시절 성노동자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성매매에 뛰어든 후 인터넷에 ‘성노동 실험 일지’를 올리기도 했다. 1980년대의 운동권 학생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한 경우는 많았지만, 성노동자를 이해하려고 직접 성매매에 나선 사례는 흔치 않다.

그는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동의했다. “성매매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가졌을 ‘신동아’ 독자들에게 다른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다만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얼굴 사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왜 부끄러운 돈인가?

▼ ‘밀사’라는 닉네임부터 독특하다.

“글자 그대로 ‘특별한 임무를 띤 은밀한 사신’이란 뜻이다. 2010년 처음 트위터를 할 때 사용한 개인 계정이다.”

▼ 파격적인 주장을 펴다보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을 텐데.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트위터를 통한 토론을 환영한다.”

▼ 몇 살인가.

“1989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인가.”

▼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대학 휴학 중이다. 이번 학기에 복학해 내년에 졸업할 계획이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GG)’(www.ggsexworker.org)의 조직 실무를 담당하는 반(半)상근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씩 한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반상근 활동비와 아르바이트로 번 80만 원으로 생활한다.”

▼ ’지지’는 어떤 단체인가.

“성노동자가 법적 처벌이나 도덕적 비난을 받지 않고, 인격권, 자기결정권, 노동권, 건강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현장 활동과 연구를 병행하며 문화운동을 펼치는 모임이다. 또한 성노동 당사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활동 회원은 13명이다. 성노동을 생업으로 하는 회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회원도 있다.”

▼ 성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괴리는 없나.

“그런 것은 없다. 지금 성노동에 종사하는 연희라는 친구도 그런 걸 느낀 적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성노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려 하지 않는다. 같은 회원인데 생업이 성노동인 사람, 성노동 연구자인 사람, 아직 학생인 사람 등이 있을 뿐이다.”

“성매매, 늘 끔찍하진 않았다”

밀사는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대생 차림이었다. 그렇다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생머리를 질끈 묶은, 전투적인 운동가의 모습도 아니었다. 성매매는 물론, 사회운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그가 어떻게 남다른 길을 걷게 됐을까.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2010년 가을, 여성학 시간에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성특법 홍보 영상을 보게 됐다. 영상에서 탈(脫)성매매 여성이 “지금 하는 일이 성매매를 할 때보다 버는 돈은 적지만, 돈의 가치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왜 거기서 버는 돈은 부끄럽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져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모르겠다. 막말로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섹스하는 것도 힘들진대, 당사자가 그런 힘듦과 노고를 떳떳하게 여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부정하게 하는 사회의 시선에 화가 났다고 해야 할까. 물론 당시에는 나 역시 성노동자를 향한 기존의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그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 정도는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쓴 습작 소설 중에, 줄거리는 잊어버렸지만 주인공이 집창촌을 찾아가 거기서 일하는 여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내용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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