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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주관주의로 대북정책 혼란 박근혜-남재준 ‘중국 역할론’ 대립”

朴정부 ‘1기 국정원’ 고위인사 작심토로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우파주관주의로 대북정책 혼란 박근혜-남재준 ‘중국 역할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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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바람으로 움직여서야”

▼ 염돈재 전 국정원 1차장(2003~2004년)은 ‘월간조선’ 8월호 인터뷰(‘원장들이 국정원 망쳤다’ 제하 기사)에서 “군 출신과 외교관은 국정원 책임자로 부적합하다”고 했다.

“염 전 차장 인터뷰 기사를 읽어봤다. 국정원 경험이 없는 사람이 원장을 맡았을 때 문제가 많았다는 게 골자다. 염 전 차장의 이야기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관피아’라는 단어가 회자된다. 순수 국정원 출신 간부만으로는 개혁을 해내기 어렵다. 정치 개입이 일어난 데도 중앙정보부 시절 이래 국정원 간부들의 관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외부 인사와 국정원 출신이 상호보완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남 전 원장은 취임 이후 1급 간부 거의 모두를 해임하고 군 출신 측근을 요직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전 기획관 역시 군 출신은 아니지만 측근 그룹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수행 과정에서 남 전 원장의 역할은 지난해 말까지 무소불위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는 국정원의 정보일 수밖에 없다. 구 전 기획관은 1기 국정원과 관련해 ‘우파주관주의’ ‘Wishful Thinking(막연한 바람)’이라는 표현을 썼다.

“남 전 원장이 재임할 때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봉쇄·압박을 통해 북한을 붕괴시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대북정책에 영향력이 컸던 김태효 전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 주도로 추진돼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한 정책과 비슷하다.



이 같은 정책은 우파주관주의의 산물이다. 김 전 기획관이 추진한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이 실패한 것은 ‘객관’적으로 정보를 해석해 정책을 수립한 게 아니라 자신이 믿는 생각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해서 ‘Wishful Thinking’을 바탕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가진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할 때 봉쇄·압박만으로 정책 변화를 강제하거나 붕괴를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가 다소 소원해지자 일본, 러시아와 관계 개선, 협력 확대에 나선 것에서도 봉쇄·압박정책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 박근혜 정부와 ‘1기 국정원’의 대북정책이 성과보다 한계가 더 많았다는 얘기인가.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봉쇄·압박정책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도 정권 초기부터 지금껏 이명박 정부 식의 봉쇄·압박정책을 답습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엔 북한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에 과도하게 기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북핵 및 북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노력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려스럽다.”

집단적 사고의 늪

▼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됐다. 평양은 전쟁 위협에 나서면서 개성공단 폐쇄마저 단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원칙 있는 협상’을 거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등 위기 국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나. 국민도 다른 분야와 달리 대북정책, 외교정책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에 맞대응한 과정은 원칙 있는 협상을 했다는 점, 위기관리를 잘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통일이어야 한다. 역사적 과제를 고려할 때 좀 더 능란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했다. 중국의 부상 등 동북아 정세가 급변한다. 통일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남북 간에 벌어지는 사건마다 전략적 시각에서 조망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1월 “통일은 대박”이라고 강조했다. 3월에는 독일 통일의 상징 격인 드레스덴에서 대북 구상을 내놓았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어젠다를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모든 국민에게 통일의 긍정성을 알리고 의지를 북돋는 차원에서 선명한 어휘를 내놓은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정책과 해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드레스덴 구상 또한 이명박 정부의 ‘통일항아리 운동’ ‘비핵개방3000구상’과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다.”

▼ 똑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만 모여 집단적 사고의 늪에 빠져 정보를 해석하면 결과물은 주장(主張)이 돼버린다.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이념 과잉’이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장성택 숙청 후 남 전 원장은 집단적 사고를 바탕으로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졌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수립한 것 같다. “2015년 통일을 위해 다 같이 죽자”는 남 전 원장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장성택 숙청은 평양 내부 정세뿐 아니라 북중관계 남북관계 한중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일대 사건이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두 달 뒤에 열린 중국 공산당 한반도공작소조(조장·시진핑) 회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은 투트랙(Two-Track)으로 진행됐다.

한편으로는 북핵 문제 악화를 방지·관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내부에 친중세력을 확산해 정권의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었다. 북한 내 친중세력의 핵심인사가 누군가? 정성택이다. 김정은 체제의 친위세력이 장성택을 숙청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장성택은 거칠게 말해 연남생에 비유할 수 있다. 고구려 말 권력투쟁에서 밀린 연개소문의 아들 연남생이 당나라와 협력해 고구려에 칼을 겨눈 사례와 비교해 해석이 가능하다. 장성택은 중국을 이용해 권력을 공고화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요컨대 장성택 숙청 사태 이후 김정은 체제는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12월 보도한 국정원 핵심간부 송년회에서의 남 전 원장 발언은 우파주관주의의 실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보 해석이 Wishful Thinking에 따라 이뤄졌다고도 할 수 있다.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이 불안정해졌으니 압박을 더 강화해 김정은 체제를 와해하고 통일을 이루자는 게 골자다. 북한을 봉쇄·압박할 것이 아니라 평양 내부 정세와 북중관계를 분석해 한국의 통일전략에 기초해 전면적 대북 개입에 나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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