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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호 특별부록 | 한국의 核주권

한국 원자력산업의 공장 ‘두산중공업’

APR-1400 원자로로 세계 시장 공략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한국 원자력산업의 공장 ‘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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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이 박정희의 꿈이 어린 땅이라면, 귀곡단지는 정인영의 야망이 서린 땅이다. 어렵게 출범한 기계공업의 메카에서 어떻게 원자력산업이 꽃피게 됐을까.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은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 원자력산업의 공장 ‘두산중공업’

쫀득쫀득한 강철이 방사선에 잘 견딘다. 그러한 강철을 만들려면 담금질 과정이 필요하다. 두산중공업의 단조공장.

경남 창원시 귀곡동에 있는 두산중공업을 찾아가는 길은 묘하다. 창원 시내를 벗어나 진해 쪽으로 잠시 차를 달리다 장복터널 못미처 오른쪽으로 빠지면 두산중공업 입구가 나타난다. 창원에서 진해로 가는 길도 장복산(長福山)을 뚫은 산길이지만, 여기서 갈려 두산중공업으로 이어지는 길도 산을 깎아 만든 고갯길이다.

‘볼보고개’

이 길 내리막에 두산중공업 정문이 있다. 그런데 이 길 왼쪽에 굴삭기 등을 생산하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공장이 보였다. 1998년 4월까지는 삼성중공업이 경영한 공장이었는데, IMF 외환위기 때 스웨덴 기업인 볼보에 매각돼 지금은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공장이다. 이 공장 때문에 두산중공업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볼보고개’란 이름을 얻었다.

두산중공업이 입지한 곳은 ‘귀곡단지’로 불린다. 과거 이곳의 지명이 귀곡리와 귀현리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귀곡단지 서쪽은 합포만(合浦灣)에 접해 있어 트여 있으나, 북쪽과 동쪽, 남쪽은 장복산의 갈래인 고산(420m) 표범산 귀암산 홍곡산 굴앞산이 둘러싸고 있다. 산들은 합포만에 이를 때까지 세(勢)를 올리고 있어, 귀곡단지는 합포만을 바라보는 삼태기 형국이다.

합포만 건너 서북쪽에 마산시가 있다. 마산시 뒤에는 해발 767m 높이를 자랑하는 무학산(舞鶴山)이 서 있는데, 이 산 기슭에서 생산돼 경남지역을 석권한 술이 그 유명한 ‘무학소주’이다. 합포만은 내륙으로 쑥 들어와 있는 바다로 남해 쪽을 제외하곤 사방이 죄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안전하고 아늑하게 들어와 있는 바다….

노산 이은상이 이곳에서 “내 고향 남쪽바다~”로 시작되는 ‘가고파’를 지을 때 이 안온함에서 시상을 얻지 않았을까. 자고로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합포만은 골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합포만 어귀에 있는 진해항에는 10만t급 항공모함이 들어올 수 있고, 합포만 가장 안쪽에 있는 마산항에도 2만t급 컨테이너선이 들어올 수 있다.

진해는 해군의 작전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군사도시이다. 한국 해군은 8개 전단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5개 전단이 작전사령부 직속이라 진해항을 모항(母港)으로 한다. 이 5개 전단이 합포만으로 들어오려는 외적을 막는 보루 구실을 한다. 귀곡단지는 외적과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천혜의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공장을 만드는 공장

이러한 곳에서 한국의 원자력산업이 웅지를 펴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인 ‘원자로’와 원자로에서 나온 열을 토대로 증기를 만드는 ‘증기발생기’, 증기발생기가 일으킨 증기로 돌아가는 ‘터빈’, 터빈을 따라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이 발전소인데 그 공장(발전소) 설비를 만드는 공장이 바로 두산중공업이다.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이나 거제도의 대우해양조선 곳곳에는 중량물이 버티고 있거나 이동하고 있다. 배는, 특히 거대한 배는 조각조각 나뉘어 용접을 함으로써 제작된다. 수백, 수천개의 철판을 용접해 수십만t짜리 배를 만들다보니 조선소 안에서는 심심찮게 거대한 철판을 싣고 가는 대형 차량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이동으로 인해 조선소는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두산중공업은 조용했다. 왜 그럴까.

조선은 물건을 담을 그릇(배)을 만든다면, 기계공업은 그릇(공장) 안에 들어갈 설비를 만드는 산업이다. 그릇은 커야 하지만 기계는 클 이유가 없다. 작은 구조물은 공간을 덜 차지한다. 이동하더라도 분주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 차이가 두산중공업의 조용함을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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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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