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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학 이슈와 학맥

“커튼 뒤 정부가 악순환 자초” vs “대안 없이 시장에 맡겨서야”

구조조정, 누가 주도할 것인가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커튼 뒤 정부가 악순환 자초” vs “대안 없이 시장에 맡겨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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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순실, 해운업 구조조정에도 개입?
  • ● 구조개혁 안 하면 잠재성장률 1% 이하
  • ● “국책은행 잘 관리” 주장하는 야당의 속셈
  • ● 국수주의에 맥 못추는 주주행동주의 펀드
“커튼 뒤 정부가 악순환 자초” vs  “대안 없이 시장에 맡겨서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인 지난 10월 남해에서 해상 시위를 벌인 선원들. [사진제공 ·한진해운 해상연합노조]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11월 29일 해고 통보를 받은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 임직원 40여 명은 소줏잔을 기울이다 회사 얘기만 나오면 이 노래를 들으며 슬픔을 달래곤 한다. 국내 언론의 주요 뉴스를 간단히 정리해 보내주던 회사 홍보 담당자는 해고 통보 다음 날 ‘오늘부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다’면서 마지막 보고서 대신 이 노래를 전달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정권에 밉보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밀려난 사실이 드러났는데, 한진해운 법정관리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로 해운업 구조조정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열심히 일만 해온 한진해운 전·현직 임직원들이야 회사가 공중분해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음모론이 싹틀 토대는 갖춰진 셈. 그러나 이런 음모론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현대상선이 살아남은 것은 현대그룹이 사재 출연과 감자(減資)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반면 조양호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구조조정은 해당 기업의 주주, 채권자,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가 워낙 많기에 그 과정에서 뒷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구조조정 때마다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구조조정 필요” 한목소리 

정부는 2016년 들어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두 업종의 거점지역인 부산·경남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자영업자들도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한파를 겪는다고 하소연한다. 조선·해운업뿐만 아니라 철강·건설·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도 경쟁력 저하로 ‘구조조정 터널’에 진입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을 두고 경제학계에서는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를 낸다. 경제학자들은 구조개혁에 대해 한결같이 “때늦은 감은 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한국경제학회장인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의 진단이다.

“현 정부는 처음 2년여 동안은 경기 부양에 매달려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였지만, 뒤늦게 구조조정과 규제 개혁에 나서는 등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그러나 정치 시스템 문제 때문에 제대로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잠재성장률이 1% 이하로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청년 실업률은 더 높아지고, 늘어나는 노인 인구 부양비는 급증할 텐데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단기적인 성장률 목표에만 매달리면 지금처럼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돈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시간만 낭비하고 언젠가는 재정도 바닥나게 돼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대로 떨어졌다고 국민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구조를 바꿔서 새 출발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이걸 숨기면서 임기 동안에 성장률만 올리려 했다간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보수 학자인 김영용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때늦은 감이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은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실업률 상승 등의 정치적 부담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한꺼번에 추진하려다 보니 구조조정 비용만 올라가게 됐다.”

구조조정 원칙이나 방식을 두고도 큰 틀에서 한목소리를 낸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뉘앙스가 다르다. 보수적 경제학자들은 구조조정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진보적 학자들은 일관되게 시장 중심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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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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