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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세상

공상과학(SF)영화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메시아주의

‘블레이드 러너’와 ‘블레이드 러너 2049’

  • 노광우|영화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공상과학(SF)영화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메시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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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레플리컨트 제조사인 타이렐의 거대한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는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왼쪽).[사진제공·소니 픽처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레플리컨트 제조사인 타이렐의 거대한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는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왼쪽).[사진제공·소니 픽처스]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아온 ‘블레이드 러너 2049’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개봉됐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1982년 발표된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으로 제작됐다. 요즘 우리 극장가에서는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밀려 슈퍼 히어로물을 제외한 다른 미국 작품들은 성수기 상영이 줄어들고 있다. 전에 없던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작품마저 극장에 오래 걸려 있는 경우가 드물다. 세계적인 작품들을 동시대에 보고 향유하고 고민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블레이드 러너’ 원작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1977년 ‘듀얼리스트’로 데뷔한 이래 매 작품에서 독특한 영상미를 선보여 비주얼리스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1979년 두 번째 작품 ‘에일리언’을 내놓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에일리언’은 이후 4편까지 속편이 제작됐고, ‘프로메테우스’(2012)와 올해 개봉한 ‘에일리언: 커버넌트’라는 프리퀄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의 세 번째 작품 ‘블레이드 러너’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후의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줬음에도 같은 해 나온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성공에 가려 흥행에 실패했고 속편도 제작되지 못했다. 1992년 리들리 스콧이 원래 자기 연출 의도에 맞게 재편집해서 ‘디렉터스 컷’으로 내놓아 영화광들의 열광적 반응을 얻은 게 전부다. 그러다 드니 빌뇌브가 연출한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마침내 이번에 개봉한 것. 원작과 속편을 비교해보면 속편의 스토리 속에 기독교적 사고가 내재함을 알 수 있다. 


원작의 혼종과 혼돈

원작 ‘블레이드 러너’의 주인공이자 그 30년 뒤 이야기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데커드로 출연하는 해리슨 포드.[사진제공·소니 픽처스]

원작 ‘블레이드 러너’의 주인공이자 그 30년 뒤 이야기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데커드로 출연하는 해리슨 포드.[사진제공·소니 픽처스]

속편에 붙은 2049라는 숫자는 2049년을 의미한다. 전작의 시간적 배경인 2019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이다. 전작의 이야기는 타이렐이라는 발명가와 그의 회사가 우주 공간의 척박한 환경에서 일할 4년 수명의 복제인간 ‘레플리컨트’를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반란을 일으키고 지구로 잠입한 복제인간 레플리컨트들을 색출해서 은퇴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설 경찰이다. 

어느 날 지구로 잠입한 6명의 레플리컨트는 타이렐을 만나 4년 수명을 더 연장하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LA)경찰국은 데커드(해리슨 포드)라는 블레이드 러너를 기용해 이들의 뒤를 쫓는다. 이 작품에서 이들 레플리컨트의 기본적 관심사는 수명 연장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레플리컨트를 구별하기 위해 레플리컨트로 의심되는 인물에게 어린 시절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추궁한다. 레플리컨트는 어린 시절이 없이 처음부터 어른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착안한 것. 그런데 데커드는 타이렐 본사에서 신형 레플리컨트 레이첼(숀 영)을 조우한 후 어린 시절 기억도 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블레이드 러너’는 데커드가 레플리컨트 반란 세력의 리더인 로이(루트거 하우어)의 죽음을 목격한 뒤 레이첼을 데리고 몰래 LA를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는 수명 연장이라는 인간들의 관심사와 어린 시절 기억이 있는 레플리컨트, 그리고 동료가 하나씩 은퇴당할 때마다 남은 레플리컨트가 느끼는 슬픔과 분노를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논점을 제기한다. 원본(인간)과 복제품(레플리컨트)의 구별 불가능성은 장 보드리야르가 설파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 중 하나인 시뮬라시옹의 특징을 담아낸다. 또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뒤섞여서 드러나는 LA 밤거리, 최신식 기술, 고대의 피라미드나 신전을 닮은 타이렐 본사 건물을 보여줌으로써 시공간의 응축을 설파한 인문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이론의 본보기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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