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형선의 ‘우리집 푸드닥터’

미생물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

우리 몸 지키는 난쟁이 군단

  • 한형선 약사 hanyaksa@naver.com

미생물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

1/2
우리 몸에는 내가 아니면서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수는 100조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내가 내 몸의 주인이라 말하기 조금 미안해지는 대목이다. 

사람은 음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화 효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장 내에 들어온 음식물이 소화 흡수될 수 있도록 숙성과 발효시켜주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이외에도 비타민, 항생 물질, 호르몬 등 우리 인체에 필요한 여러 유익 물질을 생산해 공급한다. 유해균을 억제하면서 면역세포의 주 활동 무대인 장 점막을 보수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 또한 미생물이 하는 일이다.


미생물이 하는 일

인체는 출생 과정에서 처음으로 미생물을 받아들인다.[동아DB]

인체는 출생 과정에서 처음으로 미생물을 받아들인다.[동아DB]

실제 우리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생명 활동을 미생물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자기가 사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주인공이 바로 미생물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어째 미생물이 이 집의 주인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이란 주인이 따로 있는 집(몸)에 잠시 얹혀사는 하숙생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런데 미생물을 못살게 구는 ‘갑질’은 어째 하숙생(사람)이 더 하는 것 같다. 방부제가 섞인 음식, 식이섬유(미생물의 먹이)가 없는 인스턴트식품, 항생제가 포함된 화학약품 등 미생물을 힘들게 하는 먹을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넣는 것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엄청난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지만 처음부터 미생물이 몸 안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양수는 단 한 마리의 미생물도 살지 않는 무균 상태다. 그렇다면 미생물은 언제 최초로 우리 몸에 들어왔을까? 

그것은 태아가 출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태아가 엄마의 자궁 입구에서부터 약 10cm의 산도를 따라 나오면서 미끈한 점막을 지나는데, 이때 미생물이 엄마에서 태아에게로 전달된다. 사람이 미생물을 받아들이는 최초의 순간이다. 

신비로운 사실은 출산이 임박하면 산도에 있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가 현저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유익한 최적의 미생물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이때 전달되는 미생물은 주로 모유를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과 아기의 1차 면역을 담당하는 것들이다. 최근 제왕절개 출산 비율이 높아지면서 1차 면역 물질을 받을 기회를 놓치는 아이가 많아지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어 2차 미생물은 모유 수유를 통해 받는다. 놀라운 점은 어머니의 모유에 아기의 건강을 위한 영양 성분만 들어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아이에게 전혀 소화·흡수되지 않는 올리고당도 포함돼 있다. 왜 그럴까. 올리고당은 아기의 몸에서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양분을 제공한다. 이 같은 생명의 신비를 보면 자연의 섭리가 정말 놀랍다.


1/2
한형선 약사 hanyaksa@naver.com
목록 닫기

미생물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

댓글 창 닫기

2018/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