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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원기 부족 탓 정신질환 귀신 쫓는 돌팔이가 병 키워

인조 말려 죽인 ‘저주病’

  • 이상곤│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원기 부족 탓 정신질환 귀신 쫓는 돌팔이가 병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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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 부족 탓 정신질환 귀신 쫓는 돌팔이가 병 키워
질병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몸에서 에너지(氣)를 빼앗아간다. 따라서 질병에 맞서려면 음식을 잘 먹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에너지를 보호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질병이 식욕을 떨어뜨리고 운동능력을 잃게 만든다는 점. 설사 식욕이 있다 해도 위장과 간장의 운동능력이 떨어져 음식물을 에너지로 만들지 못한다. 병이 심할수록 이런 악순환은 심화되고,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면 죽음을 맞는다.

병이 생기면 일단 생활 전반을 점검해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공급해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음식은 곧 약이다. 이처럼 평상시보다 섭생에 서너 배의 노력이 집중될 때 병은 물러간다.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첫 번째 주체는 의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건강은 누군가가 보증해주거나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스스로 식사, 운동, 휴양, 스트레스 등 생활습관 전반을 잘 관리해 몸을 북돋울 때만 지켜낼 수 있다.

숙부 광해군의 자리를 빼앗아 왕이 된 인조 이종(李倧·1595~1649)은 자신의 도덕성을 과시하는 데 골몰한 나머지 재위 26년(1623~1649) 내내 ‘저주 타령’만 하다 건강을 해쳤다. 몸이 아프면 모두 저주에 의한 것으로 여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누명을 씌워 괴롭히고 죽였다. 한평생 정통의학을 배격하고 사술(邪術)에 의지하다 생을 마감했다.

인조의 아버지는 선조의 후궁, 인빈 김씨의 아들 정원군(定遠君·1580~1619) 이부(李?)다. 인조는 후궁의 손자 신분으로, 반정에 의해 왕위에 올랐지만 그의 선친부터 왕의 풍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조의 아버지 정원군은 공빈 김씨의 아들로 선조의 첫 번째 서자였던 임해군(臨海君·1574~1609) 이진(李?)과 더불어 일찍이 악동으로 이름을 떨쳤다.

실록은 “여러 왕자 중 임해군과 정원군이 일으키는 폐단이 한이 없었다. 남의 농토를 빼앗고 남의 노비를 빼앗았다” “정원군의 궁노들이 백모가 되는 하원군의 부인을 가두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데도 오히려 방조해 종친들의 분노를 샀다”고 적고 있다. 백수건달이 따로 없었던 셈. 광해군도 설마 이들이 후일 반정의 주역이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왕실만 먹던 우유죽의 위력

인조의 질병은 어머니 인헌왕후 구씨, 즉 계운궁과 선조의 계비인 인목대비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됐다. 역대 왕은 나라에 변고가 있거나 가뭄과 홍수 등 천재지변이 생기면 근신한다는 의미에서 고기반찬을 먹지 않거나(撤膳) 수라에서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감선(減膳)을 하곤 했다. 일부 왕들은 신하의 당파 싸움을 다스리기 위해 단식(却腺)을 하기도 했다.

인조는 즉위 4년째인 1626년 1월 어머니 계운궁이 죽자 광해군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철선과 감선을 너무 심하게 하다 건강을 해쳤다. 실록에 따르면 인조는 오랜 기간 지속된 철선과 비정상적으로 적은 식사량 때문에 몸이 수척해지고 얼굴이 검어지고 목소리까지 변했다. 특히 식사량은 문제가 될 정도로 적었다고 한다.

“근일 성상께서 늘 묽은 죽을 먹는데 몇 홉에 불과하고…전하께서는 지난겨울 어머니 병을 돌보실 때 풍한을 무릅쓰고 찬 곳에 오래 있었고 지나치게 애통해 해 옥체가 수척해지고 용안이 검게 변하셨다.”

인조는 “건강이 염려되니 지나친 감선을 그만두라”는 신하들의 호소를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실록 곳곳에서 이런 대목이 드러난다.

인조의 건강은 타락죽을 먹고 조금씩 회복된다. 타락죽은 쌀죽에다 우유를 넣어 끓인 것이다. 우리의 전통 소에서 나오는 우유는 젖소보다 양이 적어 왕실에서만 조리에 썼다. 조선 후기 서유구가 쓴 박물지 ‘임원십육지’에는 소에서 젖을 많이 얻기 위해 유방을 발로 차고 꼭지를 비트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소와 농가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라 3월부터 9월까지 목초가 풍성할 때만 시행됐으며, 사용처를 왕실로 한정했다.

왕실에서 타락죽을 장기간 음용한 것은 우유의 신비한 효과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한의학은 우유의 효능을 다양하게 설명한다. 진액을 만들어 장을 촉촉하고 윤기 있게 하는 한편, 원기를 회복시키며 당뇨병, 변비를 치료한다.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은 우유에 마늘을 넣어 3~5차례 끓여서 먹으라고 권한다. 그렇게 하면 배의 냉기가 사라지고 몸이 쇠약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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