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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사귀는 ‘맛’ 한번 빠지면 못 헤어나요”

‘음지의 자유인’ 서울의 레즈비언들

  • 이승재 | 고려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4학년 권수현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여자와 사귀는 ‘맛’ 한번 빠지면 못 헤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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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0~30대 레즈비언 급증 조짐
  • ● “남자와의 사랑? 시시해요”
  • ● 레즈비언 만남 주선 앱 활성화
  • ● 홍대앞 이태원 전용 술집에서 ‘번개’
  • ● 안정된 전문직끼리 선호
“여자와 사귀는 ‘맛’ 한번 빠지면 못 헤어나요”

레즈비언 커플의 사랑을 다룬 영화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Blue is the warmest color)’의 한 장면.

레즈비언(lesbian). 여성들 간에 연애가 성행했다는 고대 에게 해의 레스보스 섬에서 유래한 말로, 여성 동성애자를 뜻한다. 취재 결과, 최근 동성애 성향 여성들끼리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용 술집,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카페들이 성행하면서 서울에서 레즈비언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였다. 서울의 레즈비언을 위한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장소들을 전수조사해 그녀들의 생각과 사랑, 고민을 들어봤다.

‘레즈비언 전용’ 전수조사

서울의 레즈비언들은 특정한 바(Bar·서양식 술집)나 클럽(Club·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곳)에서 자주 모인다. 주로 홍대 앞(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과 이태원(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특히 홍대 앞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었다. A, G, W, M, K, P 등 바가 여섯 곳이었고 L, P, 또다른 P 등 클럽이 세 곳이었다. 이태원엔 L, M 등 바 두 곳이 있었다. 이태원의 P 바는 게이(gay·남성동성애자)들과 레즈비언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는데 최근 들어 레즈비언들이 발길을 거의 끊었다고 한다. 한 가게 업주는 “레즈비언들은 게이들과 한자리에서 어울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태원에 레즈비언 단골집이 더 많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론 달랐다. 이태원은 미군 중심으로 가게들이 운영되면서 게이 바가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어 게이 바를 따라 레즈비언 바도 조금씩 생겨나는 양상이었다.

게이들과는 다소 다른 성향인 레즈비언들은 젊은 예술가들이 주로 모이는 홍대 앞의 개방적이고 세련된 문화에 더 친숙함을 느껴 이 지역을 자주 찾게 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홍대 앞에 레즈비언들을 위한 술집이 많이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다. 홍대 앞은 요즘 동성애자들을 위한 퀴어 축제가 자주 열리면서 동성애의 메카로 인식되고 있다.

이태원과 홍대 앞을 드나드는 레즈비언의 연령대로도 구분된다. 이태원엔 주로 20대 후반~40대 레즈비언이 단골로 방문한다. 반면, 홍대 앞엔 10~20대의 어린 레즈비언이 주로 모인다.

레즈비언이 자주 찾는 홍대 앞 업소는 대개 번화가에서 벗어난 조용한 골목에 위치해 있다. 상당수는 남자 손님을 아예 받지 않는다. 동성애 성향이 아닌 일반 여성 손님도 꺼리는 편이다. 이 때문에 전화로 업소 사장에게 업소 출입을 사전에 요청해 승낙을 받은 뒤 방문하는 방식으로 취재했다.

홍대 앞의 레즈비언 단골집 중 레즈비언 사이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는 P에 먼저 들렀다. 이곳은 실내 조명이 어둡고 손님의 신분을 철저하게 보호해준다. 널찍한 실내 중앙에 있는 오픈키친에서 특색 있는 음식과 술, 음료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곳에선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초등 여교사의 커밍아웃

홍대 앞의 또 다른 업소는 내부의 벽이 유리로 돼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은은한 분위기였다. 5개의 테이블과 긴 바를 배치해놓고 있었다. 빨강과 검정으로 시크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군데군데 두고 있었다. 동생애자들의 상징인 무지개색 바람개비 소품이 눈에 띄었다. 업소 바깥 테라스엔 테이블 두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이 야외 테라스에서 이 업소 사장 A(41) 씨와 그의 손님인 B(34) 씨를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레즈비언이다.

▼ 언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나요.

A씨_ 17세 때였죠. 처음엔 여자를 좋아하는 게 단순히 친구로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러나 어느 날 한 여자를 향한 내 마음이 그냥 우정이 아니라 사랑임을 깨달았죠. 커다란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 주변에서도 알게 됐나요?

A씨_ 네.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죠. 학교에서 내 별명이 ‘내시’였어요. 너무 창피해 자살까지 시도했죠. 부모님이 알고 정신과 병원에 데리고 갔어요.

▼ 몰라서 묻는 말인데…동성애는 질병의 일종인가요.

A씨_ 아니죠. 그러나 그땐 병으로 봤죠. 의사는 우울증과 이성공포증이라고 진단하면서 내게 약을 투여했습니다.

B씨_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제가 특별하다는 점을 알았어요. 장애인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미국에 갔었어요. 전 세계에서 대학생들이 왔죠. 거기에서 나랑 친해진 사람이 모두 레즈비언이었어요. ‘아, 나도 레즈비언이구나’라는 사실을 그때 깨닫게 된 거죠. 곰곰이 되짚어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여자를 좋아해 왔던 거예요.

▼ 그 이전에 남자친구를 사귀진 않았나요.

B씨_ 당시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때 이후 많은 게 달라졌어요. 한 폴란드인 친구가 건넨 동성애자용 안내책자에 이태원의 한 게이 바가 소개돼 있었어요. 귀국해 거기를 들렀다가 홍대 앞에 레즈비언 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바를 찾아가면서 레즈비언의 사랑을 시작했어요.

▼ 그 후에도 남자를 사귀었나요.

B씨_ 남자를 좋아해보려 했지만 더 이상 좋아지지가 않아 포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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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 고려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4학년 권수현 |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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