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긴급특집|시민 선거혁명은 폭발하는가

총선시민연대 선거혁명본부 지휘탑

  • 서영아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총선시민연대 선거혁명본부 지휘탑

2/2
94년 9월 비판사회학자와 인권변호사, 학생운동권 출신이 주축이 된 참여연대의 출범은 좀더 ‘낮은 곳으로 임한’ 시민운동의 전개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노동자와 농민 등 기층민중과의 연대와 권력감시운동을 화두로 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노선 설정 덕에 ‘좌실련’이라 불리기도 했다”는 게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의 회고. 초기에 설정한 노선대로 참여연대는 출범 이후 부패방지법 제정운동, 부정재산 환수운동, 소액주주운동, 작은권리찾기운동 의정감시활동 등을 통해 90년대 중후반 시민운동을 이끌었다.

출범 당시 200여명에 불과하던 회원수는 2월 현재 7000명(서울)에 육박하고 있다. 재정 자립도도 가장 뛰어나다. 국민의 정부 들어 가장 주목받는 시민단체로 참여연대를 꼽는 데 주저하는 시민운동가는 거의 없다.

환경연합은 회원 규모나 활동의 대중성 측면에서 시민단체 빅4중 가장 앞서가는 단체다. 현재 회비를 내는 회원만 전국 6만4000명에 이른다, 시류를 타지 않는 꾸준한 활동을 통해 묵묵한 지원자를 가장 많이 포용하고 있는 환경연합은 전지구적 화두로 부상한 생태계 생명운동 반핵운동 지구온난화 등 인류공통의 문제를 고민한다. 특히 98년부터 계속해온 동강살리기 운동은 민간단체들의 대규모 연대활동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낸 성공적인 운동으로 꼽힌다. 라디오광고와 거리서명운동, 각계 인사들의 연대농성 등 다양한 운동방법이 선보였다.

서울환경연합 김혜정 사무처장은 환경연합의 올해 주요사업으로 유전자조작식품 추방, 물 절약과 댐건설 반대를 통한 강 살리기, 기업의 환경감시 모니터활동 강화 등을 소개한다. 이에 맞추어 조직개편을 단행, 지역 조직을 강화하고 옴부즈맨 위원회를 두는 등 활동의 투명성과 자기비판기능도 강화키로 했다. 또한 회원확대 특별기구를 독립기구로 분리해 올해 말까지 회원 10만명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기도 하다.

녹색연합은 94년 4월 91년부터 환경 및 생태보존운동을 해오던 ‘푸른한반도되찾기 모임’과 배달환경연구소가 합쳐져 재창립대회를 열고 출범한 단체. 전국 지부까지 합쳐 1만5000명의 회원이 있다.



녹색연합은 현장 조사에 매우 강한 단체로 알려져 있다. 4대강 살리기 운동, 그린벨트해제반대운동, 동강살리기 운동, 갯벌보존 운동, 야생동물 보호운동 등을 했고 백두대간의 새 개념을 복원하고 녹색순례를 통해 국토사랑을 일깨우기도 했다. 96년 대만핵폐기물 북한 반입 반대운동을 위해 장원 사무총장 등이 대만에까지 달려가 삭발농성시위를 벌인 일화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다.

녹색연합 역시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회원 늘리기 사업이다. 올해 활동영역을 생태계 보존운동, 대안에너지개발, 생명안전의 세 영역으로 구체화한 것도 시민 참여도를 높이려는 방안이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백화점식 사업보다는 집중사업을 특화하는 것이 시민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시민운동 없는 세상을 꿈꾸며

시민운동도 사람이 하는 것. 시민운동의 성과가 증폭되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시민운동가도 속속 배출되고 있다. 한국 시민운동단체의 인적 구조는 대체로 상징적 대표성을 가진 60대 이상의 대표, 실무를 책임지는 40∼50대 사무총장, 30대 간부, 20대 실무간사로 이뤄져 있다.

공동대표단은 대부분 사회 명망가들로 구성된다. 경실련의 유현석 조창현 이종훈 이종석 대표, 참여연대의 박상증 김중배 대표, 환경연합의 김진현 이세중 정학 대표 녹색연합의 강문규 노융희대표 등.

공동대표단이 각 단체의 상징성을 대변하는 존재인데 비해 실무책임은 상근 활동을 하는 사무총장 내지 사무처장급에서 맡는다. 이 급에서 이미 많은 시민운동 스타들이 배출됐다.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경선을 통해 선출됐지만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 환경연합 최열 사무총장, 녹색연합 장원 사무총장은 비교적 장기집권한 실무자들. 세 사람은 이번 총선시민연대를 이끄는 핵심 인사들이기도 하다.

단체마다 30대 상근 활동가들이 실무자급의 허리 구실을 하는데 경실련에는 박병옥 정책실장, 고계현 시민입법국장, 김서진 기획실장이 있다. 총선시민연대를 주도하는 참여연대에는 김기식 정책실장, 이태호시민감시국장, 김민영 사무국장, 박영선 문화사업국 국장, 이승희 경제민주화위원회 간사가 두드러진다. 환경연합은 김혜정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황상규 정책실장, 유수훈 조직국장, 이상훈 환경조사팀장이 주축을 이룬다. 또 녹색연합에는 김제남 사무처장, 김혜애 시민참여팀장, 김타균 정책부장, 서재철 환경보전부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학생운동권 출신인 이들 386 상근활동가들은 90년대 시민운동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주력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각 단체의 진짜 손발 노릇을 하는 것은 이름 없는 간사들이다. 참여연대는 올해 간사 공채에서 해외석사출신 등 12명을 충원, 현재 60여명의 간사가 활동중이다. 환경연합의 경우 자원활동가들이 뒤섞여 늘 80여명이 북적거린다. 녹색연합도 40여명의 상근 실무자가 일한다. 경실련의 경우 현재 인턴을 포함해 50여명의 간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해 두 번째 경실련 파동 이후 간사들이 많이 바뀌어 ‘신인’이 많다.

이들 상근활동가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면서 헌신성과 소명의식만으로 일해왔다. IMF 이후 단체의 살림이 어려워지자 몇 개월씩 월급을 못 받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은 근본적으로 ‘자기 부정’의 상황에 처해 있다.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시민운동이 없어도 되는 세상, 활동가가 없어도 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 어찌됐건 이들 상근 실무자들은 자원봉사자와 자원전문가집단과 함께 시민운동의 3대 축을 이루며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사람만으로 안 된다는 건 철칙이다. 우수한 인력에 탄탄한 재정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재정 문제는 시민단체들의 아킬레스건이다.

“홀로 잘난 체하며 정작 시민을 따돌리고, 권력을 비판하면서 권력을 닮아갔으며, 연대를 말하면서도 조직이기주의에 빠졌다. 자금 마련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프로젝트를 하고, 권력을 추구한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10월6일 녹색연합이 마련한 ‘생태적 고백’ 자리에서 나온 녹색연합 현직 활동가들의 고백이다. 이런 뼈아픈 고백의 시간이 마련된 계기는 96년 녹색연합이 한국통신이 발주한 생태계 정보 공공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진행하던 중 한 사진작가의 식물사진 4000여 컷을 당사자 동의 없이 사용한 일. 사진작가의 항의와 손해배상 청구로 큰 타격을 입은 녹색연합이 그간의 활동방식을 반성하고 새 출발을 다짐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재정 기반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회원들의 회비로 재정자립을 이룬 시민단체는 아직 한 군데도 없다. 대부분 전체 예산에서 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이런 사정은 당연히 조직운영과 사업추진에 필요한 자금마련을 위해 수익사업을 벌이거나 각종 프로젝트를 통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에 의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총선시민연대가 공천반대자 명단을 발표하자 정치권에서 시민단체들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들고나선 것도 정부보조금이다. 관변단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정부보조금을 받아왔다. 시민단체가 정부보조금을 받기는 지난해가 처음.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각종 정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경실련에 1억2000만원, 녹색연합에 9000만원이 지급됐다. 또 환경연합은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과 공동으로 1억1000만원을 받았다. 참여연대만은 지원금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잡음이 일자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경실련 문을 닫더라도 더 이상 정부지원금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재정자립해야

시민단체들은 왜 재정자립을 못하는 걸까.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국장은 “이는 바로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참여 기반의 취약함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8월 월간 ‘참여사회’가 서울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는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잘 보여준다. 조사대상자의 85.6%가 시민단체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시민은 4.7%에 불과했던 것.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높은 참여연대도 지난 연말 기준으로 79% 선에 머물고 있다. 참여연대는 98년부터 카페운영 등의 수익사업을 벌이는 한편 지난해 8월부터는 자동응답전화 모금을 시도하는 등 시민의 힘에 기대는 재정자립기반을 다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경실련은 올해 말까지 회원확대사업을 통해 재정자립도를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은 “근본적으로 기부문화와 참여시민문화의 확산, 특히 공공재단의 직간접적 지원체계가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사무처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공공재단에 모인 돈이 3600조원인데 그중 기업이 낸 돈은 7%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개인이 낸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하듯 인권재단, 여성재단, 아름다운 재단 등 공익재단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편 이번에 낙천낙선운동을 벌이는 총선시민연대에는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지자들의 성금이 끊이지 않아 시민운동의 물적 토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시민운동을 논할 때는 으레 ‘시민 없는 시민운동’ ‘명망가 중심의 시민운동’ ‘백화점식 시민운동’이란 ‘주석’이 따라다녔다. 시민운동권 내부에서도 이 점은 인정한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사회학)는 “한국의 시민단체가 강한 정책지향성을 갖고 있는 점과 시민참여가 부족한 점은 상호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시민의 소극성과 무관심이 정책개발을 하는 전문가나 지식인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고, 이러한 엘리트 집단의 과도한 개입이 시민운동의 방향을 대중적 참여보다는 언론에 의존하거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쪽으로 정착시켰다는 지적이다.

사실 냉철한 눈으로 한국의 시민운동을 들여다보면 여기 저기 허점과 거품이 보인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특히 시민운동이 성장하면서 대표자들이 정치적으로 과잉포장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낙천·낙선운동이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싸우고 국민들은 박수만 치는 대리전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나서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은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관행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낙천·낙선운동이 젊은 층, 특히 네티즌들에게 널리 번져나가는 현상에서 시민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제4세대 시민운동이다.

각 시민단체들도 ‘사이버 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경실련에서 이탈한 경제정의연구소팀이 주축이 돼 지난해 출범한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참여연대도 사이버 참여연대 활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환경연합, 녹색연합 등도 네티즌을 겨냥한 ‘사이버’ 전담팀을 만들었다. 낙천·낙선운동의 열기가 가장 활발한 곳도 인터넷상의 총선시민연대 사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12일부터 한 달 동안 39만여 명이 이 사이트를 다녀갔고 온라인 지지서명은 2만여 건에 이른다.

반면 요즘 시민운동의 흐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시민단체들간의 노선 차이에 따른 갈등. 가령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존 시민협 산하 단체들과 최근 총선시민연대를 조직한 단체들 사이에서는 완연히 다른 주장들이 드러난다. 이 가운데 중산층을 대변하는 시민운동을 표방했던 경실련이 연대활동에서 배제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경실련이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 대표적인 경우. 경실련은 총선시민연대가 출범하기 이틀 전 공천부적격자 명단 164명을 따로 발표해 큰 파장을 불렀다. 이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견해가 갈리지만, 경실련과 총선시민연대 양측에 모두 문제가 있다는 시각에 귀기울일 만하다. “굳이 따로 노는 경실련도 문제지만 적극적으로 연대하자고 손길을 내밀지 않는 총선연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민운동권의 세대교체

한편 시민운동을 이끄는 지도자군의 세대교체는 대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을 계기로 시민운동의 리더십이 경실련에서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연대세력으로, 명망가와 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운동에서 실무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체간 연대를 통한 사회세력화 움직임은 21세기 시민운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이기도 하다. 103개 시민단체가 함께 발표한 ‘2000년 선언’에 이은 개혁네트워크 구상에 따르면 시민운동의 지방화에 뿌리를 둔 상설 연대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시민운동은 역동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긴 해도 외화내빈 상태고 외국에 비하자면 태동기에 불과하다”는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의 고백처럼, 국내 시민단체의 위상엔 거품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거품 속에서 또한 발전의 싹을 엿볼 수 있다. 그 발전은 시대적 요청이자 시민주권사회라는 대세의 반영이기도 하다.

신동아 2000년 3월호

2/2
서영아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목록 닫기

총선시민연대 선거혁명본부 지휘탑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