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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수사대상 정치인 30명 의혹

  • 김당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병역비리 수사대상 정치인 30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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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늘 그렇듯이 정치권의 반발이 문제다. 한나라당은 2월8일 검찰과 국방부가 병역비리 수사착수를 발표하자 즉시 “야당 죽이기를 위한 총선공작용”이라며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하순봉 사무총장은 다음날 총재단·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병역비리 수사는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가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접수하면서 시작했는데 그 자료는 여권에서 역제공했다는 의혹이 짙다”며 “야당을 표적으로 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비열하고 파렴치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하 총장은 또 여권 내부에서 만든 ‘총선대비 국민적 지지기반 재강화’라는 문건을 공개하며 여권이 ▲신당 창당 ▲시민운동 전개 ▲대대적인 병역비리 사정 ▲재벌에 대한 공세 ▲야당 핵심을 겨냥한 메가톤급 폭로 등 5단계 공작을 꾸미고 있다며 이른바 5단계 음모설을 주장했다. 시민운동 단체들이 벌이는 낙천-낙선운동과 반부패국민연대의 병역비리 수사 촉구서(리스트) 청와대 전달을 모두 정부여당의 각본에 따라 시민단체와 정부 여당이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사철 대변인은 “정치인 병역비리는 과거 박주선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이 검찰과 국방부 합동수사반을 편성해 조사한 뒤 ‘아무 문제 없다’고 종결했던 사안인데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기 위해 재수사에 나서고 있다”며 대여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병역비리 재수사가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어쨌든 한나라당이 공세의 일환으로 내세우는 논거는 크게 음모론과 지역감정이다.

한나라당이 낙천-낙선운동에 이어 병역비리 수사조차 음모라고 하는 1차적 근거는 수사 대상자가 야당 의원 일변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반부패연대 리스트에 오른 21명의 정당별 비율은 한나라당 출신이 15명, 자민련 5명, 민주당 1명이다. 또 반부패연대 리스트를 포함한 정·관계 수사 대상자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한나라당 출신 의원 비율이 70%이고 자민련 출신 의원의 비율은 23%이다. 그러나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김대중 정부가 정부 개혁 차원에서 병역비리를 수사하게 된 것은 98년 5월 이른바 원용수 리스트, 즉 군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한 원용수 준위의 침대 밑에서 발견한 수첩의 청탁자 명단 때문이다. 당시 군검찰은 원 준위 리스트를 토대로 수사 2개월 만에 병역사범 176명을 사법처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이후 군검찰은 병역법상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지 않아 형사처벌이 가능한 95~98년 사이의 병역 면제자 전체를 대상으로 이들의 병역카드를 심사해 이중 의심이 가는 대상자들을 추려낸 뒤 이들의 진단서를 확인해 허위나 조작이 있었는지를 가리는 방법으로 리스트를 작성해왔다. 반부패연대 리스트도 이 리스트의 연장선 상에 있다. 따라서 병역비리 수사의 대상이 주로 95~98년의 병역 판정자임을 감안하면 구여권 인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병역 실명제가 그 근거이자 덫이다. 고위직 병역 실명제는 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 국정 100대 과제로 처음 제시됐으며, 그해 12월 국회의원 93명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야당과 일부 의원들은 사생활 침해, 연좌제 금지 위반 등의 이유 등을 들어 반대했으나 ‘노블리스 오블리제(기득권층의 자기의무 이행)’라는 여론에 밀려 99년 5월 이른바 병역실명제법(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고, 3개월간의 병역내용 신고기간을 거쳐 99년 10월29일 이 법의 신고 대상자로 규정된 고위공직자 본인 및 직계비속 1만2674명의 병역사항 신고내용이 건국 이후 최초로 관보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그런데 당시 관보에 등재된 고위공직자 본인과 직계비속의 병역이행 실태에 따르면 국회의원 287명의 병역 면제율(28.6%)은 고위공직자 신분별로 볼 때도 가장 높았다. 또 국회의원 직계비속의 면제율(21.6%)은 군장성 아들의 면제율(6.6%)보다는 세 배 이상 높고 전체 평균 면제율(10.1%)보다도 갑절 이상 높았다. 또한 일반인의 주요 병역면제 사유는 저학력, 유죄 판결에 따른 복역, 고아, 생계 곤란 등이 대부분인 데 비해,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 아들의 경우 질병이 면제사유의 78.2%를 차지해 이미 이때에도 ‘유권면제’(有權免除)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어찌 보면 이번 병역비리 수사는 병역 실명제 시행에 따른 신고내용을 실사하는 과정인 셈이다.

의원 아들 신체 결함 면제율은 일반인의 2배

더 나아가 병역실명제에 따른 각당 의원 직계비속의 병역 면제자 및 4급 판정자(방위 등) 수를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병역실명제의 대상이 되는 국회의원 직계비속은 모두 344명. 이 가운데 면제자는 21%인 72명이다. 이 면제자들을 당별로 분류해보면 ▲한나라당 39명(54.2%) ▲민주당 17명(23.6%) ▲자민련 13명(18.1%) 순이다. 3당의 의원 수를 감안하더라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특별히 아들을 많이 두지 않았다면 ‘유권면제’말고는 민주당보다 두 배 이상 면제율이 높은 것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또 다른 분석기준은 4급 판정자(방위 및 공익근무 요원) 수다. 국회의원 직계비속 가운데 65명(18.9%)이 4급 판정을 받아 방위나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되었다. 일련의 병역비리 수사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면제자보다는 ‘냄새’가 덜 나지만 4급 판정자도 병역비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4급 판정자의 비율도 ▲한나라당 29명(44.6%) ▲자민련 20명(30.8%) ▲민주당 14명(21.5%) ▲무소속 2명(3.1%) 순이다. 의원 수를 감안할 때 자민련 의원의 비율이 특히 높은 점이 이채롭다. 이 또한 면제자 비율에서처럼 주로 구여권 인사들이 병역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쯤 되면 일부 의원들이 병역실명제 도입을 왜 반대했는지 이해가 간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병역비리 수사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비로소 병역실명제가 이들에게 덫이 돼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 내일신문(2월2일자)은 이처럼 병역실명제 대상인 국회의원 직계비속의 면제율과 일반인의 면제율을 비교분석한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 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앞서의 국회의원 직계비속 면제자 72명의 면제 사유는 질병(49명)과 체중·신장 관련(10명)을 포함한 신체 결함자가 59명(17.2%)으로 가장 많고 이민 관련이 10명(2.9%), 장기대기가 3명(0.9%) 등이다. 그런데 85년부터 97년까지 19세 최초 신검시 일반인의 평균 신체 결함 면제율은 6.1%이다. 여기에 재검시 면제율을 합산해도 10%를 넘지 않으며, 대략 9%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의원 직계비속의 신체 결함 면제율이 17.2%이니 일반인의 2배에 이르는 셈이다. 역시 병역실명제에 따라 공개된 공직자 직계비속(국회의원 제외)의 신체결함에 따른 면제율도 7.4%에 불과했다.

내일신문은 이런 계산법에 따라 신체 결함으로 면제받은 국회의원 아들 59명의 반에 해당하는 30명 정도를 부정 면제자로 추정했다. 특히 이 신문은 지난해 병역비리수사 당시 부정 면제자의 60%를 차지한 고도근시 등 안과 질환자 16명과 수핵탈출증 등 척추 질환자 9명에게 부정 면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일반인에 비해서는 월등하게 부유한 의원 아들들의 성장 환경을 감안하면 30명은 최소값인 셈이다.

16대 총선 태풍의 눈

군과 검찰은 98년 5월부터 지금까지 4차에 걸친 병역비리 수사에서 460여건을 적발하고 500여명을 사법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몸통은 못잡고 깃털만 잡았다’거나 기껏해야 ‘또 터진 병역비리’ 정도였다. 병역비리가 저절로 터진 것도 아니고 오랜 기획수사의 결과이고 보면 ‘꿩 잡는 게 매’더라도 당사자로에서는 서운할 법하다.

더구나 이번 수사는 4·13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반부패국민연대가 수사를 촉구한 병역비리 대상자 명단에 오른 정치인의 경우 한나라당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유권면제’라는 말도 있지만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병역비리 수사의 리스트 자체가 병역법 상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지 않은 95~98년 병역 처분자를 대상으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구여권의 힘 있는 인사가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반면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야당에게는 표적 사정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수사팀의 의지는 단호하기만 하다.

김대웅 중수부장은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에도 혐의가 확인되면 명단을 공개하느냐”는 질문에 “처벌이 안 되는데 그렇게까지 하겠는가”라고 다소 유보적인 답변을 취했다. 그러나 김검사장은 “총선 이전에 한 차례 중간 수사 발표가 있을 것이며, 이때 정치인에 대한 조사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며 “정치적 고려는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 합수부 관계자들은 병역비리 수사가 총선을 앞둔 ‘야당 죽이기’라는 야당의 반발에 대해서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한편 단호한 수사 의지나 의욕과는 달리 반부패연대 리스트 자료의 구체성이 당장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상당 기간 내사 성격의 수사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차 수사기간을 6개월로 잡은 것도 이런 점이 감안됐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수사 성과가 나오려면 두 달은 걸리기 때문에 어차피 정치인 관련 수사결과는 총선 뒤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내부 관계자의 말도 들린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긴급체포하려다 실패한 검찰의 명예회복 의지가 강하고,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 누구든지 소환한다는 원칙이어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국민정서상 병역비리는 다른 비리보다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16대 총선 정국에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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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당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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