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호

“인삼보다 더 좋은 강장제 가시오갈피”

10년 외길연구 농학자 조선행 교수

  •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11-30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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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약용작물 시장에서 ‘시베리아 인삼’으로 통하며 한국 인삼보다 두 배나 비싸게 팔리는 가시오갈피. 러시아 과학자가 ‘생물활성물질의 황제’로 명명할 정도로 약효가 뛰어난 가시오갈피는 알고 보면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가시오갈피 전문가 공주교대 조선행 교수가 밝히는 가시오갈피의 세계. 》
    우리나라 토종식물 중 인체 건강과 관련해 뛰어난 약효를 인정받아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들로 은행잎과 인삼, 가시오갈피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품종은 저마다 크고작은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70년 독일의 제약회사 슈바베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산 은행잎을 종류별로 쓸어간 뒤 여기서 추출한 성분으로 혈액순환촉진제를 개발, 어마어마한 매출고를 올리면서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산 은행잎에는 징코라이드 등 유효 성분 함량이 다른 나라 것보다 20배에서 100배 정도 많다고 하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아채고 상품화 작업에 뛰어들었지만, 원님 행차 뒤에 나발 분 격이었다.

    ‘한국의 자존심’으로 내세우는 인삼 역시 세계 시장에서 외국 삼에 역전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인삼은 ‘오가피과 파낙스속 식물’에 속하며 전 세계에 6종이 있다. 한국인삼, 즉 고려인삼은 그 뿌리 모양이 다른 삼과는 달리 사람(人)을 닮았다 해서 ‘파낙스(Panax) 진생(Ginseng;人蔘의 중국식 발음)’이란 학명이 붙어 있다. 그런데 이 파낙스 진생이 현재 세계시장에서 ‘파낙스 킨케폴리움(Panax quin-quefolium)’이라 불리는 북미삼(캐나다와 미국 북부에서 산출되는 삼으로 뿌리가 원추형)과 중국 남부에서 나는 전칠삼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인삼의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사포닌’ 분석에서 한국 인삼의 사포닌 절대 함량이 북미삼이나 전칠삼에 약간 떨어지는 점 등을 보고 외국인들이 교묘하게 상술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 인삼 약효는 단지 사포닌의 절대 함량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도 인삼을 잘 모르는 외국의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상술이 먹혀들고 있다.

    그 결과 인삼시장이 형성돼 있는 홍콩에서 한국 백삼(白蔘)은 북미삼보다 헐값에 팔리는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백삼을 증기로 쪄서 말린 홍삼(紅蔘) 제품으로 그나마 ‘인삼 종주국’의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종 가시오갈피, 한국에서 천대받은 사연

    마지막으로 가시오갈피는 그 낯설기만 한 이름에서 보여주듯 은행잎과 인삼에 비해 더 ‘처절한’ 사연을 안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인삼보다 낯설어 한약재의 한 종류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가시오갈피는 따지고 보면 인삼의 사촌형제뻘. 둘 다 오가피과에 속해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실제로 가시오갈피는 잎이 5개로 인삼과 같고, 그 모양이나 자생하는 위도도 비슷하다. 다만 인삼은 초본(草本)식물로, 가시오갈피는 목본(木本)식물로 분류될 뿐이다.

    같은 계통이어서 그런지 약효도 인삼 못지않다는 게 가시오갈피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평. 그러나 국내에서 받는 대접은 인삼에 비해 형편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대중화하기는커녕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 보존 대상 217종 가운데 보존우선순위 38위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을 정도다.

    게다가 가시오갈피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가 원산지로 중국 만주, 러시아 시베리아, 일본 홋카이도까지 퍼진 토종식물인데도 국제 사회에는 마치 러시아, 즉 시베리아가 원산지인 것처럼 족보까지 잘못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가시오갈피는 세계 약재시장에서 ‘시베리아 인삼(Siberian Ginseng)’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런 비운의 역사는 76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약학학술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 과학아카데미의 브레크만 박사는 시베리아에서 채취한 가시오갈피에 대한 성분 분석과 임상실험을 통해 고려인삼보다 효능이 월등하다는 논문을 발표, 세계 약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 이미 60년대부터 가시오갈피의 약효를 연구해 오고 있던 소련측의 발표가 있은 후 전세계적으로 가시오갈피는 시베리아 인삼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소련 과학자의 발표는 당연히 ‘인삼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한국을 당황케 했다. 당시 국내 약학계와 인삼업계에서는 소련의 행보가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국제 인삼시장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판단, 가시오갈피가 인삼보다 약효가 뒤지며 소련이 의도적으로 한국 인삼을 중상 모략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물론 가시오갈피에 대한 우리측 연구가 미미한 상황에서 밀어붙인 일방적인 대응책이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 보니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우리의 자생식물인 가시오갈피만 피해를 보고 말았다. 그러잖아도 야생 상태에서 남획되고, 인공재배가 어려워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던 가시오갈피는 인삼산업 보호라는 국익 차원에서도 따가운 눈총을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

    더불어 국내 학자들도 이래저래 외면받는 가시오갈피를 굳이 연구하려 들지 않았다. 이것이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삼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도 가시오갈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가시오갈피로 간염 고쳐

    10여년간 씨가 말라가는 가시오갈피를 되살리는 일에 정력을 쏟은 끝에 최근 세계 최초로 가시오갈피 인공 대량재배법인 ‘실생번식법’(종자로 식물을 번식시키는 방법)에 성공, 인삼처럼 대량 재배의 길을 터놓은 농학자 조선행교수(공주교대 실과교육과·49)를 만났다. 그는 왜 한국의 트레이드 마크인 인삼을 놔두고 굳이 ‘인삼 사촌’인 가시오갈피를 되살려 놓으려는 걸까?

    “원래 우리나라는 양질의 다양한 콩 품종을 갖고 있는 콩의 종주국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콩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농학자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지요.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에서만 나는 가시오갈피가 콩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가시오갈피 정제 분말 가격은 100g당 92달러로 43달러인 인삼보다 2배 이상 값이 나가요. 그 약효가 인삼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약재를 토종상품화해두면 농가소득 등 경제적 부가가치는 물론 국민 건강 증진에도 좋습니다.”

    국내 약용작물을 연구하는 농학자의 입에서 가시오갈피가 인삼보다 비싸고, 약효도 더 뛰어나다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오는 것은 충격적인 일. 그러나 조교수는 가시오갈피의 뛰어난 약효에 대해서는 이미 러시아를 비롯해 일본 독일 중국 등의 학자들이 밝혀놓았고, 최근들어서는 국내에서도 가시오갈피의 뛰어난 약효에 대한 연구논문이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고 밝힌다.

    실제로 구소련 과학아카데미의 브레크만 박사팀이 ‘가시오갈피는 ▲생체기능을 전반적으로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독성이 없어서 장기간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으며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약효가 있다’고 발표한 이후 전세계 학자들이 이와 관련한 임상논문을 잇따라 발표, 현재까지 800여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온 상태. 반면 국내 논문 편수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미약한 편이다.

    국내의 경우 가시오갈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 소장 신국현교수가 자신의 연구 결과와 국내외 연구 논문들을 종합한 결과 “가시오갈피에서 추출한 아칸소사이드(Acanthoside), 엘레우테로사이드(Eleuth eroside), 치이사노사이드(Chiisanoside), 세사민(Sesamin), 사비닌(Savinin) 등의 성분들이 면역기능 증진, 정력 증강, 전립선 강화, 알레르기(비염, 기관지염) 체질 개선, 간기능 정상화, 근무력증 치료, 만성피로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가시오갈피나무를 실험한 결과 암세포 성장을 억제함은 물론 ▲간세포 활성에 따른 높은 해독 능력 ▲당뇨에 좋은 혈당 강화 능력 ▲심장병과 관련한 혈압조절 능력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조교수 자신도 가시오갈피를 연구하다가 병 치료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는 것.

    “80년대 후반부터 건국대에서 약용작물 분야로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동양의학 문헌과 외국의 연구 논문을 통해 가시오갈피를 접하게 됐어요. 그때 저는 간이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국내외 논문을 보니 가시오갈피가 간기능에 효과가 있다고 하기에 직접 구해서 시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당시 얼굴에 황달기가 있는 데다가 기미까지 껴 새까맸고 오후만 되면 장딴지가 모래 주머니를 달아놓은 것처럼 피곤해지는 간질환을 앓고 있었어요. GOT/GPT 수치가 100을 넘었고 B형과 C형 간염이 겹쳐 두어번 졸도까지 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수년간 치료를 위해 양방·한방·민간 요법 등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효험을 보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심마니들을 동원해 오대산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가시오갈피 나무를 찾아냈어요. 그런데 나무를 꺾어 그 향기를 맡아보니 ‘이거 먹으면 되겠구나’하고 와닿는 게 있더라구요. 방향성 물질이 인체 건강하고도 관련이 있는데, 이를테면 화장실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면 거부반응이 나오는 것은 우리 몸에 좋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떻든 저는 오대산에서 캐 온 가시오갈피를 주전자에 끓여서 향기를 맡으면서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몇 번 먹으니까 장딴지 피곤 현상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한 보름 복용하니까 얼굴색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조짐을 보이고 한 달이 지나자 안색이 확 펴지더라구요. 그렇게 1년을 복용한 후 병원에 가봤더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테니스를 2시간 쳐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요.”

    조교수는 자신의 몸에 대한 1차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음으로는 부인 이영숙씨(49)에게 실험해 보기로 했다. 세 번의 출산 후 산후조리를 잘못해 만성 류머티즘, 관절염, 요통으로 10여년간 병원치료와 침술치료를 받아오던 이씨 역시 놀랄 만한 치료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어느날 폐경했던 아내가 다시 월경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어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가시오갈피를 연구하는 몇몇 교수의 부인도 가시오갈피를 복용해본 결과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남자들 정력도 세지는 것은 물론이구요.”

    가시오갈피가 남녀 공히 성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은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일본의 동경용수제약회사에는 발기능력 77% 증강이라는 경이로운 강정효과를 나타낸 가시오갈피 추출 성분으로 특허를 받아낸 바 있고,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약학학술대회에 이런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조선조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는 가시오갈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오갈피는 오로(五勞:오장이 허약해서 생기는 증상) 칠상(七傷:남자에서 신장기운이 허약해 생기는 7가지 증상)을 보하며 기운을 돕고 정수를 보충한다. 힘줄과 뼈를 든든히 하고 의지를 굳세게 하며, 남자의 음위증(발기부전)과 여자의 음양증(생식기 부분이 가렵거나 냉이 생기는 질환)을 낫게 한다. 허리와 등골뼈가 아픈 것, 다리가 아프고 저린 것, 뼈마디가 조여드는 것, 다리에 힘이 없어 늘어진 것 등을 낫게 한다.’

    ‘동의보감’의 기록이 맞다면 러시아의 브레크만 박사가 가시오갈피를 ‘천연 생물활성물질의 황제’에 자리매김하고, 중국 명나라 때 명의 이시진이 ‘본초강목’에서 “한 줌의 오갈피는 한 마차의 황금보다 낫다”고 한 기록이 허언(虛言)은 아닌 듯하다.

    어떻든 자신과 가족의 경험을 통해 약효를 확인한 조교수는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오갈피 연구에 ‘미치게’ 됐다고 말한다. 조교수에 의하면 이렇듯 효험이 신비한 오갈피 품종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5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이중 다른 나라에서는 자라지 않는 특산만 8종이나 된다고 한다.

    원산지에서 자란 식물이 생육은 물론 약효면에서도 가장 양질의 약재가 된다는 것은 상식. 이와 관련해 82년 노벨상 수상경력자인 독일 뮌헨대 바그너(H. Wagner)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가시오갈피에 있는 생물활성물질인 아카소사이드의 함량을 놓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산을 비교했더니 한국산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던 것이다.

    가시오갈피와 일반 오갈피의 차이

    한편 한국토종의 오갈피는 ‘시베리아 인삼’으로 통하는 가시오갈피(Acanth opanax Senticosus) 계통과 두상 오갈피(Acanthopanax), 즉 일반 오갈피 계통의 두 가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밝혀진 15가지 오갈피 품종 중 가지에 바늘 같은 가시가 촘촘히 나 있는 게 특징인 가시오갈피 계통이 3종을 차지하고 있고, 찔레나무처럼 굵은 가시가 드문드문 나 있는 게 특징인 일반 오갈피 계통이 나머지 12종을 차지한다.

    양 계통은 오갈피 성분 분석에서도 차이가 난다. 인삼의 사포닌 성분처럼 오갈피에서는 ‘아칸소사이드 D’라는 성분이 지표(指標)성분이 되는데, 국립보건원보 논문(94년)에 의하면 성분 함량에 차이가 있다.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보더라도 가시오갈피가 일반 오갈피에 비해 13배나 더 비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조교수의 관심도 가시오갈피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일반 오갈피에 비해 가시오갈피는 재배하기가 훨씬 까다롭다는 것. 동의약학 분야에서 남한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북한에서 발행한 ‘동의학 사전’을 보면 ‘가시오갈피는 해발 400∼1800m 되는 산기슭이나 산골짜기에 무더기로 자란다’고 기록돼 있고, 성장조건이 까다로워 인공재배에 의한 대량 생산이 매우 어려운 나무로 알려져 있다. 조교수의 말.

    “가시오갈피 종자는 씨가 떨어지면 저절로 발아하는 완숙배가 아닌 미숙배(未熟胚)이기 때문에 조건이 맞지 않으면 거의 발아하지 않는 까다로운 식물입니다. 가시오갈피 자생지를 가보면 하나같이 반그늘 내지 하루 중에서 햇빛 비치는 시간이 반나절이 못되는 산 골짜기입니다. 거기다 약간의 습기가 있는 환경을 좋아하다보니 이미 자연 생태계에서 번식력이 다른 종보다 떨어지지요. 그러니 인공 재배번식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이것이 오히려 농학자로서 도전해 볼 만한 분야지요.”

    조교수는 가시오갈피 재배 번식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국내에서는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 먼저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았다.

    중국은 연변대에서 십수년간 연구를 했는데도 재배 번식에 실패한 상태고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 나라는 야생에서 자라는 가시오갈피를 채취하는 원시적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조교수의 평.

    “러시아는 한때 미국에 연간 1억달러 규모로 가시오갈피를 수출하다가 보호수로 지정해 해외반출을 금지하고 있어요. 가시오갈피의 상품가치가 대단하지만 재배를 못하는 야생 가시오갈피를 마냥 채취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이에 반해 일본은 다소 앞선 수준이었다. 분주(分株: 가지꺾기식으로 한 그루에서 여러 개체를 분리해내는 방식)를 해서 번식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나와 있었다. 그래서 조교수 역시 처음에는 분주법으로 가시오갈피를 재배했다. 그런데 분주를 통해 대량 번식을 하려다보니 자원(가시오갈피 나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한계였다. 국내에서는 이미 가시오갈피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

    조교수는 할 수 없이 야생 가시오갈피가 많이 난다는 백두산 북부 지역인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사재를 털어가면서 7차례나 백두산 일대를 고양이 쥐 잡듯 샅샅이 뒤지는 동안 조교수는 늪지에 빠져 옴짝달싹도 못 하는 등 두 번이나 죽을 뻔한 위험을 겪기도 했다. 결국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95년 중국 길림성 안도현 장흥향 일원의 백두산 중턱에서 대규모 야생 가시오갈피 군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최초로 개발한 대량번식법

    조교수는 국내 가시오갈피재배협회의 협조를 구해 재빨리 중국 길림성 당국과 100만평 규모의 농장을 30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은 뒤, 33만주의 가시오갈피 나무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조교수는 계약이 성사된 뒤에야 조마조마한 마음이 진정됨을 느꼈다.

    “나중에 중국정부 관리가 저한테 ‘조선생한테 속았다’고 하더군요. 가시오갈피의 중요성을 미처 알아채지 못해 덜컥 계약을 해버려 손해를 보았다는 거지요. 식물자원의 보호가 중요하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에요.”

    이후 조교수는 다량의 자원을 재산 삼아 본격적으로 종자 번식 연구에 매달렸다. 분주나 삽목에 의한 영양 번식법은 대량재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종자로 번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현실적으로 대량재배가 가능하기 때문.

    이때는 또 미국 일본 독일에서 종자의 조직 배양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진행돼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기관이 시도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조교수는 아예 가시오갈피를 재배해 얻은 종자를 직접 땅에 심는 방법으로 번식시키는 ‘실생번식법’에 도전했다. 그가 수년간의 각고 끝에 얻어낸 성공 노하우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므로 그 결과만 보기로 하자.

    “위도 37.5도 권에 해당하는 정선 공주 서산 지역에서 얻은 종자로 발아시켜 보았어요. 그랬더니 정선과 공주산이 큰 차이없이 60% 정도의 발아율을 보였고, 바닷가와 인접한 서산에서만 30%의 발아율을 보였어요. 묘목으로 성장하는 비율도 정선과 공주는 70% 이상을 기록하는 등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공주가 해발 200m인 저지대인데도 가시오갈피를 키우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습니다.”

    조교수는 이러한 임상결과를 지난해 11월 한국약용작물학회지에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로 실생번식에 성공한 학자로 인정받았다. 즉 인삼처럼 농가에서 대량재배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10여년 동안 가시오갈피 외길 연구를 해온 조교수가 결론삼아 하는 말은 이렇다.

    “우리가 콩을 지키지 못한 것은 콩을 지키고 재배하는 기술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지금 인삼이 세계시장에서 밀린다고 하지만 홍삼재배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인삼종주국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같은 이치로 가시오갈피 주도권을 러시아측에 뺏겼지만, 대량재배기술은 우리가 개척했기 때문에 가시오갈피 원산지로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국제 허브(약초)시장에서 가시오갈피는 톱10 안에 들어 있어요. 이렇게 큰 노다지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시오갈피 제품은 가시오갈피 생산자단체모임인 한국가시오갈피재배협회(02-3461-6583~4)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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