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건강인터뷰

“인삼보다 더 좋은 강장제 가시오갈피”

10년 외길연구 농학자 조선행 교수

  •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인삼보다 더 좋은 강장제 가시오갈피”

2/2
“어느날 폐경했던 아내가 다시 월경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어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가시오갈피를 연구하는 몇몇 교수의 부인도 가시오갈피를 복용해본 결과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남자들 정력도 세지는 것은 물론이구요.”

가시오갈피가 남녀 공히 성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은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일본의 동경용수제약회사에는 발기능력 77% 증강이라는 경이로운 강정효과를 나타낸 가시오갈피 추출 성분으로 특허를 받아낸 바 있고,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약학학술대회에 이런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조선조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는 가시오갈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오갈피는 오로(五勞:오장이 허약해서 생기는 증상) 칠상(七傷:남자에서 신장기운이 허약해 생기는 7가지 증상)을 보하며 기운을 돕고 정수를 보충한다. 힘줄과 뼈를 든든히 하고 의지를 굳세게 하며, 남자의 음위증(발기부전)과 여자의 음양증(생식기 부분이 가렵거나 냉이 생기는 질환)을 낫게 한다. 허리와 등골뼈가 아픈 것, 다리가 아프고 저린 것, 뼈마디가 조여드는 것, 다리에 힘이 없어 늘어진 것 등을 낫게 한다.’

‘동의보감’의 기록이 맞다면 러시아의 브레크만 박사가 가시오갈피를 ‘천연 생물활성물질의 황제’에 자리매김하고, 중국 명나라 때 명의 이시진이 ‘본초강목’에서 “한 줌의 오갈피는 한 마차의 황금보다 낫다”고 한 기록이 허언(虛言)은 아닌 듯하다.



어떻든 자신과 가족의 경험을 통해 약효를 확인한 조교수는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오갈피 연구에 ‘미치게’ 됐다고 말한다. 조교수에 의하면 이렇듯 효험이 신비한 오갈피 품종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5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이중 다른 나라에서는 자라지 않는 특산만 8종이나 된다고 한다.

원산지에서 자란 식물이 생육은 물론 약효면에서도 가장 양질의 약재가 된다는 것은 상식. 이와 관련해 82년 노벨상 수상경력자인 독일 뮌헨대 바그너(H. Wagner)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가시오갈피에 있는 생물활성물질인 아카소사이드의 함량을 놓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산을 비교했더니 한국산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던 것이다.

가시오갈피와 일반 오갈피의 차이

한편 한국토종의 오갈피는 ‘시베리아 인삼’으로 통하는 가시오갈피(Acanth opanax Senticosus) 계통과 두상 오갈피(Acanthopanax), 즉 일반 오갈피 계통의 두 가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밝혀진 15가지 오갈피 품종 중 가지에 바늘 같은 가시가 촘촘히 나 있는 게 특징인 가시오갈피 계통이 3종을 차지하고 있고, 찔레나무처럼 굵은 가시가 드문드문 나 있는 게 특징인 일반 오갈피 계통이 나머지 12종을 차지한다.

양 계통은 오갈피 성분 분석에서도 차이가 난다. 인삼의 사포닌 성분처럼 오갈피에서는 ‘아칸소사이드 D’라는 성분이 지표(指標)성분이 되는데, 국립보건원보 논문(94년)에 의하면 성분 함량에 차이가 있다.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보더라도 가시오갈피가 일반 오갈피에 비해 13배나 더 비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조교수의 관심도 가시오갈피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일반 오갈피에 비해 가시오갈피는 재배하기가 훨씬 까다롭다는 것. 동의약학 분야에서 남한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북한에서 발행한 ‘동의학 사전’을 보면 ‘가시오갈피는 해발 400∼1800m 되는 산기슭이나 산골짜기에 무더기로 자란다’고 기록돼 있고, 성장조건이 까다로워 인공재배에 의한 대량 생산이 매우 어려운 나무로 알려져 있다. 조교수의 말.

“가시오갈피 종자는 씨가 떨어지면 저절로 발아하는 완숙배가 아닌 미숙배(未熟胚)이기 때문에 조건이 맞지 않으면 거의 발아하지 않는 까다로운 식물입니다. 가시오갈피 자생지를 가보면 하나같이 반그늘 내지 하루 중에서 햇빛 비치는 시간이 반나절이 못되는 산 골짜기입니다. 거기다 약간의 습기가 있는 환경을 좋아하다보니 이미 자연 생태계에서 번식력이 다른 종보다 떨어지지요. 그러니 인공 재배번식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이것이 오히려 농학자로서 도전해 볼 만한 분야지요.”

조교수는 가시오갈피 재배 번식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국내에서는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 먼저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았다.

중국은 연변대에서 십수년간 연구를 했는데도 재배 번식에 실패한 상태고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 나라는 야생에서 자라는 가시오갈피를 채취하는 원시적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조교수의 평.

“러시아는 한때 미국에 연간 1억달러 규모로 가시오갈피를 수출하다가 보호수로 지정해 해외반출을 금지하고 있어요. 가시오갈피의 상품가치가 대단하지만 재배를 못하는 야생 가시오갈피를 마냥 채취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이에 반해 일본은 다소 앞선 수준이었다. 분주(分株: 가지꺾기식으로 한 그루에서 여러 개체를 분리해내는 방식)를 해서 번식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나와 있었다. 그래서 조교수 역시 처음에는 분주법으로 가시오갈피를 재배했다. 그런데 분주를 통해 대량 번식을 하려다보니 자원(가시오갈피 나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한계였다. 국내에서는 이미 가시오갈피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

조교수는 할 수 없이 야생 가시오갈피가 많이 난다는 백두산 북부 지역인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사재를 털어가면서 7차례나 백두산 일대를 고양이 쥐 잡듯 샅샅이 뒤지는 동안 조교수는 늪지에 빠져 옴짝달싹도 못 하는 등 두 번이나 죽을 뻔한 위험을 겪기도 했다. 결국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95년 중국 길림성 안도현 장흥향 일원의 백두산 중턱에서 대규모 야생 가시오갈피 군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최초로 개발한 대량번식법

조교수는 국내 가시오갈피재배협회의 협조를 구해 재빨리 중국 길림성 당국과 100만평 규모의 농장을 30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은 뒤, 33만주의 가시오갈피 나무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조교수는 계약이 성사된 뒤에야 조마조마한 마음이 진정됨을 느꼈다.

“나중에 중국정부 관리가 저한테 ‘조선생한테 속았다’고 하더군요. 가시오갈피의 중요성을 미처 알아채지 못해 덜컥 계약을 해버려 손해를 보았다는 거지요. 식물자원의 보호가 중요하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에요.”

이후 조교수는 다량의 자원을 재산 삼아 본격적으로 종자 번식 연구에 매달렸다. 분주나 삽목에 의한 영양 번식법은 대량재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종자로 번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현실적으로 대량재배가 가능하기 때문.

이때는 또 미국 일본 독일에서 종자의 조직 배양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진행돼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기관이 시도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조교수는 아예 가시오갈피를 재배해 얻은 종자를 직접 땅에 심는 방법으로 번식시키는 ‘실생번식법’에 도전했다. 그가 수년간의 각고 끝에 얻어낸 성공 노하우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므로 그 결과만 보기로 하자.

“위도 37.5도 권에 해당하는 정선 공주 서산 지역에서 얻은 종자로 발아시켜 보았어요. 그랬더니 정선과 공주산이 큰 차이없이 60% 정도의 발아율을 보였고, 바닷가와 인접한 서산에서만 30%의 발아율을 보였어요. 묘목으로 성장하는 비율도 정선과 공주는 70% 이상을 기록하는 등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공주가 해발 200m인 저지대인데도 가시오갈피를 키우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습니다.”

조교수는 이러한 임상결과를 지난해 11월 한국약용작물학회지에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로 실생번식에 성공한 학자로 인정받았다. 즉 인삼처럼 농가에서 대량재배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10여년 동안 가시오갈피 외길 연구를 해온 조교수가 결론삼아 하는 말은 이렇다.

“우리가 콩을 지키지 못한 것은 콩을 지키고 재배하는 기술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지금 인삼이 세계시장에서 밀린다고 하지만 홍삼재배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인삼종주국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같은 이치로 가시오갈피 주도권을 러시아측에 뺏겼지만, 대량재배기술은 우리가 개척했기 때문에 가시오갈피 원산지로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국제 허브(약초)시장에서 가시오갈피는 톱10 안에 들어 있어요. 이렇게 큰 노다지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시오갈피 제품은 가시오갈피 생산자단체모임인 한국가시오갈피재배협회(02-3461-6583~4)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신동아 2000년 3월호

2/2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목록 닫기

“인삼보다 더 좋은 강장제 가시오갈피”

댓글 창 닫기

2023/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