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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입체분석 4·13 총선의 핵심변수

인터넷은 지금 선거혁명중 N세대의 정치의식

  • 김상현 동아닷컴 기자

인터넷은 지금 선거혁명중 N세대의 정치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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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이 한국 정치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시민들은 더 이상 ‘불특정 다수’가 아니다. 인터넷이 낳은 ‘신인류’ N세대가 사이버 정치혁명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예전에도 그랬지만 그 뻔뻔함이 더해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는데, 국민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어 “법에 어긋난다” “불법이다” 등등 이런 말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법은 무엇입니까? 시민들의 안전과 주권을 위해 만들어진 규범 아닙니까?

시민들이 얼마나 답답하면, 우리의 대표인 당신들을 얼마나 불신하면 낙선운동을 펼치겠습니까?

시민의 대표라는 거짓된 탈을 쓴 어르신들 당신들의 그 뻔뻔함은 어디까지입니까?(‘고3’이라고 밝힌 전병호군·agape31k@hanmail.net)

첨에 정말 기대도 컸다. 이제 울나라도 되는구나 하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기도 안 찼다. 오로지 민주당 입맛대로 되지 않았나. 난 한영애 이인제 이종찬 천용택이가 빠진 이유를 안 좋은 머리 굴려가며 찾았다. 시민연대이기에 뭔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내 돌머리로는 도저히 못 찾겠다. 즉각 시민연대는 이회창 한영애 이인제 천용택이를 반대 명단에 올려라. 이건 여러분 운동의 정당성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freebird)



학교 컴퓨터실에서 해서 비밀번호, E-메일 주소도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저는 10대지만 너무 어린 11세 소녀랍니다. 우리 반에선 책벌레로 통하죠. 저는 텔레비전에서 시민연대가 하는 일을 보았답니다 … 옛날에 ‘나라’라는 나무가 있었어요. 그 안에는 정치인이라고 하는 벌레가 살았지요. 그 벌레 몇몇은 나무에 해를 안 주었지만, 나머지는 나무를 갉아먹었어요. 그 나무에서 먹이를 따먹는 시민이라는 동물들은 나라라는 나무가 시들자 매우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저쪽에서 ‘시민연대’라는 딱따구리가 날아와 나쁜 벌레들을 쪼아먹었지요. 그래서 나라라는 나무는 풍부한 열매를 맺었답니다.

시민연대 화이팅!


다양하다. 뜨겁다. 치고받는 ‘글’의 난타전이 여간 아니다.

때로는 도를 넘어 지독한 인신 공격과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하기도 한다. 여기서 자기 신분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숨길 수 있다는 익명성은 그 싸움의 약이자 독이다. 수많은 갑남을녀들이 이 글싸움에 끼어들어 판을 넓히고 힘을 키운다. 이 힘은 곧 ‘여론’이다. 개중에는 화해를 도모하는 이도 있고, 도리어 싸움을 부추기는 이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주먹다짐은 없다. 멱살잡이도 없다. 이들은 오로지 단어와 문장, 그리고 그것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통해 논박하고, 논박당한다. 그 단어와 문장은 대개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고, 따라서 투박하고 생경하다.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후닥닥 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개중에는 논박의 수준이 유치할 때도 있고, 비논리적일 때도 있다. 때로는 쓰레기에 불과한 욕설의 나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낸다.

인터넷이 이끄는 정치

인터넷이 한국의 정치 지형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낙천·낙선 운동을 펼치는 여러 시민단체들에 힘을 더해준 것은 물론, 그에 호응하는 시민들의 여론을 즉각 반영해 보여줌으로써 정치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총선시민연대가 개설한 웹사이트(www.ngokorea.org)는 그중에서도 지각 변동의 기미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네티즌들이 이곳을 찾아 낙천 대상자 명단을 확인하고, 게시판에 의견을 올리고, 다른 네티즌들과 논쟁을 벌인다. 총선시민연대를 격려하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이를 비판하는 글도 적지 않다. 여당을 탓하는 이, 야당에 책임을 묻는 이, 정권의 독재를 성토하는 이 등등 그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신랄하고 직설적이다.

새천년 민주당의 보스 김대중은 국민회의 당명을 2년 만에 버리며 신차 새민당을 뽑았다. 차를 사면 10년 정도는 타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대한의 국민된 도리라 할 수 있건만 통합민주당을 탄 지 얼마 안 돼 국민회의를 뽑더니 다시금 새민당이란 신차를 산다 … 군사정권이 정치안정론을 내세우는 것을 비판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야당할 때 말 다르고 여당할 때 말 다르니 이들의 하는 짓거리가 마치 낮엔 야당 밤엔 여당하던 유진산을 연상케 한다.

작금의 정형근 사태를 냉철히 한번 바라보자. 왜 하필이면 총선 전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긴급체포라는 형식의 강경한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가. 시간은 작년에도 있었고 재작년에도 있었다. 굳이 정형근의 고문관련문제 내지 오익제 관련문제를 꼬집고 싶었다면 재작년이나 작년에 거론하며 문제를 해결했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형근이가 현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대여 공격의 선봉에 서자 전라도당의 괴수 김대중은 정형근이 정부를 괴롭히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검찰을 이용해 다시금 정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검찰의 주구노릇을 언제까지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형근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장관이 전라도 사람이고 검찰총장의 처가가 전라도고 서울지검장이 전라도 사람이다. 청와대의 사정사령탑인 민정수석까지 전라도 사람이다. 사태가 이러한 지경인데 어찌 이나라 민초들이 검찰의 순수성과 중립성에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저 정도 상황이면 대통령이 기침만 해도 알아서 척척 할 수 있는 상황 아닐까. 박정희와 이후락을 비판하던 김대중, 그가 박정희를 닮아가면서, 그가 야당시절 때 주장했던 개혁을 외면하면서 어찌 감히 총선 승리를 바란단 말인가.


편견 갖고 혼자 사세요

‘尖兵(첨병)’이라는 ID를 가진 사람의 글이다. 그 바로 밑에 가지치기 모양으로 달린 ‘답장’도 눈길을 끈다. 이민철이라는 사람이 쓴 반박문이다.

답답한 양반 여기 또 하나 있군요.

리플(reply·답장) 달기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거 하나만 물어봅시다. 국민에게 인기 얻으려고 조직폭력배 일제단속하면 정치적 동기가 있는 거라서 잘못된 건가요? 그래서 경찰에게 반항하는 깡패는 민주투사겠네요.

둘러 말하지 말고 그냥 솔직히 말하세요. 김대중이 씹으니까 정형근이가 좋다고. 내 세계관은 위대한 지역감정이라고. 단순한 편견을 논리로 합리화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자기 편견이 편견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세요, 나는 김대중이가 무조건 싫다, 그래서 정형근이가 무조건 좋다고. 사이비종교 믿는 사람들 측은하기는 하지만 지가 지 인생 망치는 것이니까 별 상관 안 합니다마는 싫다는 정상인들한테 억지로 포교하고 다니는 것 보면 진짜 성질납니다. 그냥 편견 가진 채로 혼자 그대로 사세요.

아무래도 비슷한 고향 출신인 것 같아서 인간적 동정심으로 한마디 덧붙이는데요, 당신의 그 김대중을 향한 혹독한 기준을 조선일보에 한번 적용해 보세요. 당신의 인생이 100배는 윤택해질 겁니다. 당신 것을 빼앗아가고 있는 진짜 주적은 따로 있다는 얘기입니다.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다 화풀이 해봐야 말짱 헛일입니다.


한겨레신문의 만평을 오독(誤讀)해 망신살이 뻗친 자민련 이양희 의원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더없이 뜨거웠다. 인터넷의 대표적 패러디 사이트인 ‘딴지일보’(Ddanji.netsgo.com)는 신랄하기 그지 없는 풍자 기사를 실었다. ‘대한민국 국민’(i-ssaguri@han mail.net)이라고 밝힌 네티즌도 ‘푸하하~!!! 자민련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허탈과 실망의 감정을 드러냈다.

정운영의 100분 토론을 두 차례에 걸쳐 봤습니다. 그런데 … 너무나 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찡그리고 사는 국민을 위해 자민련이 선뜻 나서서 국민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것 말입니다. 저 이 프로 보고 진짜 실컷 웃었습니다. 너무 웃겨서 말이죠~!!!

푸하하~!!! 사오정인가 아님 텔레토비인가? 아냐아냐 둘 다 맞어~!!! 푸하하~!!!

정말이지 이번 총선 때 집에서 잠이나 자려고 그랬는데 맘 바꾸었습니다. 왜냐구여~ ? 자민련의 ‘자’자라도 들어가는 칸을 보면 X표 할려구여~!!!

정말이지 왜 그렇습니까~? 언제 음모론이 아니었을 때도 있었습니까~? 조금만 불리하면 무슨 음모론이다, 여당 또는 야당 파괴 공작이다, 뭐다 해서 괜히 시사초점 다른 데로 돌리고, 그러다가는 국민들이 영영 시선 돌립니다. 지금도 위험수위지만여~!!! 제발 정신 좀 차리세여~ !!!!

전 솔직히 자민련에 대한 생각 아니 반감 같은 거 없었는데, 정말이지 이제는 짜증이 나려고 하네여~! 음모론. 제가 이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럼 음모론의 일부라고 생각하시겠네여~!!! 푸하하~!!! 유명한 코미디언 많으니깐, 그쪽은 그냥 집에서 푹 쉬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 정말이지 이 나라 살기 싫어져요~!!!


시공을 뛰어넘는 정치비판

총선시민연대 웹사이트만이 아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신문사의 웹사이트, 국회의원 지망자들의 홍보 사이트에도 어김없이 게시판이 있고, 여기에는 온갖 다양한 의견과 비판, 반(反)비판이 올라 온다.

이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어떤 내용의 의견이든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다는 것, 마치 직접 마주 보고 말다툼하듯 즉각 갑론을박할 수 있다는 것, 어떤 논쟁거리에 대한 찬반의 향배를 거의 실시간에 알 수 있다는 것 등이야말로 인터넷이라는 대화형, 혹은 쌍방향(Interactive) 매체가 지닌 미덕이다.

어떤 이의 글이 내 생각과 다르면 나는 즉각 그 글 밑에 반박문을 올릴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치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뻗어가듯 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고리를 만들고 변주되는 것 같다.

이제 시민들은 더 이상 힘없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다. 이들은 이제 인터넷이라는 신매체의 힘을 빌려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 아무런 거름장치도 없이, 신문사나 방송사 같은 거대 언론사 없이도 자유롭게 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막강한 이유는 무서운 전파력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도 일개 시민의 울분이나 비판이란 술자리의 일회성 안주에 불과했다. 파급력 또한 함께 모인 친구나 동료 몇 명에서 그쳤다.

인터넷은 이러한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내가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그 글은 내 손을 떠난다. 시간과 공간도 뛰어넘는다. 내 글을 한두 사람이 보고 말 수도 있지만,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이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과거에도 시민의 힘, 특히 유권자의 힘은 무서웠다(혹은 무섭다고, 언론에 의해 알려져 왔다). 그러나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의견을 공론화할 수 있는 통로는 사실상 막혀 있었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이 언제나 ‘시청자(독자) 만세!’를 외쳤지만 진정한 언로(言路)는 존재하지 않았다. ‘옴부즈만 제도’라든가 ‘독자편지’ 같은 지면은 실속보다 형식에 더 얽매여 있었다(지금도 그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특정 매체에 대한 비판이나 불만을 터뜨렸다가는 ‘데스크’라는 게이트키퍼에 의해 삭제되거나 무시되기 십상이었다. 일방향 매체가 지닌 한계였다.

인터넷이 집집마다 보급되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인터넷이 뭐야?’, ‘E-메일을 어떻게 쓰지?’라고 묻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팩스 번호보다 E-메일 계정을 먼저 묻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

아직 TV나 오디오기기를 쓰듯 편안하게 이용하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터넷이 몇몇 컴퓨터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사라진 것이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 1000만명 돌파’, ‘○○인터넷 기업 회원 600만명 돌파’ 같은 주장은 다분히 과장된 것이기는 해도, 그만큼 인터넷이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히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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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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