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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 점령한 하바로프스크 미녀군단 5000명

서울 중부서 외사계장이 털어 놓는 ‘인터걸’의 세계

  • 하태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서울의 밤’ 점령한 하바로프스크 미녀군단 5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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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로 · 케이스’에서 활동중인 이원형(李元珩)변호사는 러시아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국제변호사. 92년 단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러시아에 들어가 모스크바대 국제사법대학원을 졸업했다. 5년간 러시아에 머무르는 동안 러시아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기업의 투자문제 세금분쟁 특허신청 등을 주로 다뤘다.

―대사관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97년 한국에 돌아와보니 러시아 관련 범죄가 크게 늘었더군요. 이런 까닭에 러시아 대사관에서도 법적 분쟁에 대처하기 위해 법률전문가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제 근무경력 등을 살펴보고는 법률고문으로 위촉한 것 같습니다.”

―러시아 여성의 매춘문제가 본격화한 것은 언제입니까?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96년 러시아 매춘부 3명을 구속한 이후 비슷한 사안으로 경찰에 구속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경찰서나 대사관에 가 법률적인 자문을 했지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대규모 인력 송출 조직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러시아 여자들이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개인적으로 한국을 찾는 정도 였지요. 매매춘문제가 본격화한 것은 98년 러시아 여자들에게 공연비자(E―6)를 허용하면서부터입니다. 러시아 여자들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불법이 자행될 ‘저변’이 확대된 셈이지요. 이후 대사관에는 구타당했다거나 돈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했습니다.”



―러시아 여자들의 한국 생활은 어떻습니까?

“러시아에서보다는 낫겠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10평 남짓한 방에 5,6명씩 합숙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음식도 냉장고 안에 김치만 달랑 넣어두고 견디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 사회에서 한국의 존재는 어떤 경로로 알려집니까?

“하바로프스크 인구가 170만이고 블라디보스토크가 100만 정도입니다. 직업여성들 사회에 한국의 존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지 신문에 광고가 나는 경우도 있고요. 힘이 들지만 한국에 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신화’가 러시아에 알려진 지 오래입니다. ”

―주류를 이루는 법률상담은 어떤 것입니까?

“초기에는 계약조건에 명시한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러시아 여자가 현지에서 광고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자신의 사진을 가지고 인력 송출업체를 찾아갑니다. 얼굴 앞면 뒷면 옆면을 찍은 사진과 전신 사진 등이 한국에 보내지고, 한국의 프로덕션에서는 그중 마음에 드는 여자를 선별해 러시아측에 회답을 보냅니다. 이렇게 해서 보통 숙식제공에 월 400달러를 지급한다는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러시아 여자는 한 달간 춤을 추고 돈을 받는 것이지요. 하지만 돈을 제대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일방적인 계약파기인 셈인데 경찰에 신고하면 될 것 아닙니까?

“보통 업소에서는 6개월치를 한꺼번에 모아 주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아요. 러시아 여성들도 기본계약금 이외에 불법으로 손님들에게 술을 따르면서 부수입을 올리기 때문에 당장 돈이 궁하지는 않아요.

손님 테이블에 앉으면 받는 봉사료 5만원 중 3만원 정도는 본인의 몫이니까 굳이 몸을 팔지 않아도 러시아에서보다는 넉넉하게 사는 셈이지요. 특히 춤을 추는 조건으로 입국해서 손님들에게 술을 따르는 것이 금지사항이라는 것을 러시아 여자들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요.”

버림받은 자식들

―돈 문제말고도 인권유린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하지 않습니까?

“공연비자를 받아 정식으로 들어온 경우에는 그런 사례가 적지만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 장기체류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권익을 찾기 힘듭니다.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사법기관에 찾아갈 수도 없고 말도 잘 안 통하니 하소연할 곳도 없지요. 게다가 어지간한 술집은 대개 경찰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자기 편이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두들겨 맞았다고 하소연 해도 귀기울여 줄 사람이 없는 것이지요.”

―여권과 비행기표를 빼앗고 일하는 시간 이외에는 사실상 감금을 하는 사례도 많다데요.

“공연비자로 적법절차를 밟고 들어온 경우는 좀 덜하지만 불법 체류자들을 관리하는 경우는 강제적인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매춘조직을 경찰에 알리거나 하면 조직이 파괴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필사적으로 지키는 것이지요. 댄서들도 관리가 느슨해지면 자발적으로 매춘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럴 경우 관계 당국으로부터 외국연예인을 수입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지요.”

이변호사의 견해에 대해 외국연예인을 수입해 공급하는 업체들은 “정식 인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우리는 감금이나 매춘 강요 등의 불법행위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미군기지 주변의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 러시아 댄서들을 공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러시아 인력송출업체와 직접 계약을 한 뒤 그들에 대한 등록업무는 물론 체류기간 연장 등의 수속을 대행하고 있으며 출입국 관리 당국과 국정원에도 보고를 해 불법을 저지를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8명의 댄서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60만원의 소개료를 받을 뿐 웃돈을 받거나 돈을 착취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지만 외국연예인을 공급하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일부 프로덕션에서는 일반음식점이나 일반나이트 클럽 등 외국인을 고용할 수 없는 업체로 러시아 여인들을 마구 공급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한다고 털어 놓았다.

―대사관에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나요?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러시아 대사관에서도 말썽을 일으키는 여자들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뼈대있는 가문에 태어난 돌연변이’ 정도로 치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러시아 여자들도 외교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항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기 때문에 체념하는 편입니다.”

―러시아 여성들의 연령대는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20대가 가장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여자 중에는 경찰대 출신 여자도 있고 모스크바 교대를 나온 인텔리 여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우한 처지에 있는 여자들입니다. 학력은 고졸이 많고 이혼을 한 경력이 있거나 이미 술집에서 몸을 팔던 여자들이 주류입니다. 자기나라에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한국에까지 흘러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에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한 채 러시아로 돌아간 여인들을 통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도 돌았을 법한데 한국행 러시가 줄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어느 정도 수익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약조건과 일치하는 돈을 받지는 못했더라도 팁으로 버는 돈도 러시아에서 버는 것에 비하면 큰 돈입니다.”

이 변호사는 러시아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급여수준은 고작 40∼50달러지만 한국에 오면 몸은 고되지만 잘하면 1000달러 정도를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일종의 ‘신천지’라고 말했다.

―러시아 여자들은 한국에서 번 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합니까?

“대부분의 러시아 여성들은 검소합니다. 한국에서 번 돈은 거의 러시아에 있는 가족이나 부모에게 보내요. 은행을 통한 송금이 어려운 경우는 본국에 돌아가는 인편에 돈을 전합니다.”

폭력조직과의 연계 흔적

―폭력조직이나 마피아와 연계한 조짐은 없습니까?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고려인이나 마피아 조직이 국내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는 흔적이 드러나고 있어요. 지난해 3월 용산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인 살해사건도 그 경우에 해당합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하바로프스크 출신의 20대 여자 2명이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이태원에 있는 룸살롱에서 일하며 매달 1500달러의 수익을 올리자 이 구역을 담당하는 한국내 러시아 조직원이 자기 여자친구와 같이 찾아와 계속적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이태원에서 일하는 대신 매달 1000달러를 상납하라는 요구였지요. 처음 몇 달간은 마지못해 돈을 주었지만 계속되는 요구에 참지 못하고 여자를 살해한 사건이었습니다. 1심에서 각자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항소를 포기해 현재는 교도소에서 복역중입니다.”

한편 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지법은 “피해자의 협박에 시달리다 범행에 이르렀고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어려운 생활을 한 점은 인정되나 범행수법이 잔인해 엄벌에 처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기회의 나라’로 알고 희망에 가득차 입국했던 러시아 여인들이 떠날 때는 적개심을 가지고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외국인에 대한 2중적인 잣대가 우리나라만큼 심한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급호텔에서 숙식하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외국인을 보는 눈과 산업연수생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아닙니까? 그런 대접을 받고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이 어떤 감정을 갖겠습니까? 꿈에도 오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되는 것 아닙니까?”

―러시아 여인들이 한국인에게 바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춰본 러시아 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싸늘하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못사는 민족에 대한 멸시의 감정이 잔뜩 들어 있다는 것이지요. 돈이 없어 이곳까지 와 몸을 파는 짐승만도 못한 여자라는 멸시의 눈으로 보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 가슴 아프다는 것입니다.”

김성호 경위는 60년대 한국인들이 광부나 간호사로 독일에 대거 수출됐을 때 독일인들이 쓴 친화정책을 예로 들었다. 김경위는 “독일정부는 한국인들에 대해 차별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국민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한 결과 한국인의 뇌리에 독일인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2차 대전을 일으킨 민족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대신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킨,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 할 민족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는 것. 우리가 지금 한국에 들어온 러시아인을 대하는 태도가 20~30년 후 러시아인들이 한국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성호 경위는 러시아인들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불법이 있을 경우 이를 수사하고 구속하는 경찰, 이원형 변호사는 러시아인의 억울한 점을 듣고 법적인 선처를 호소하는 변호사. 동일한 현상을 서로 상반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서로 근접한 견해를 나타내는 부분이 있었다. 자본의 흐름에 따라 인력의 흐름도 좌우되는 현실에 러시아 여인들이 돈을 찾아 한국으로 향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 하지만 한국의 법이 러시아 여인들에게 진출을 허용하는 영역은 관광호텔이나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서의 댄싱걸 뿐이다.

매춘 목적으로 입국하는 러시아 인터걸이나 그들을 관리하는 조직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전제로 이제는 국내에 필요한 러시아 여인들의 수효를 국가가 정확히 관리해 추가 입국을 통제하거나 공연목적 이외에 다른 업종에도 취업이 가능하도록 비자용도를 확장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 러시아 전문가 2인의 공통된 견해다.

신동아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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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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