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선거에서 서울은 항상 전국 민심을 읽는 ‘풍향계’ 구실을 해왔다. 이번에는 특히 영남과 호남 등 여야 강세지역의 선거구가 대폭 줄어 전체 선거지도에서 차지하는 ‘서울변수’의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중요성 때문에 서울지역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유력후보가 하루 아침에 뒤바뀌는 등 공천의 윤곽이 변전을 거듭해왔다. 이같은 점에서 ‘신동아’는 서울지역 45개 선거구에서 불꽃 튀는 전초전을 벌이고 있는 주요 후보들의 면면과 대결양상을 집중점검해 보았다. 그러나 잡지 마감 일정상 15일 밤12시까지 드러난 공천윤곽을 기초로 한 까닭에 이후 실제 전개될 본격적인 선거전과는 일부 후보 및 대결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여야의 선거법처리 지연과 이에 따른 공천일정의 순연으로 빚어진 일부 미비점에 대해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
종로 - 이종찬 vs 조순 당운 건 대격돌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는 민주당 이종찬(李鍾贊) 고문과 한나라당 조순(趙淳) 명예총재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종로는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후보에게 패배한 민주당 이종찬(李鍾贊)고문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는 곳. 이명박 전의원이 선거법위반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실시된 재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지도위원은 지역구를 부산으로 옮겨 현역의원이 없는 상황이다.
조순 명예총재는 당초 이회창 총재로부터 종로에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확답을 피해오다가 15일 결국 출마의사를 공식표명했다.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지역인 강북지역에서 교두보를 확보,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이고문은 이곳에서만 4선을 한 터줏대감이고, 현정부 첫 국가정보원장을 지내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오다가 언론문건 파문을 겪으면서 ‘위치’가 흔들렸다.
이고문측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쳐놓은 ‘덫’에 걸려 다소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구 여론을 분석해보면 ‘언론문건’ 사건은 이미 ‘지나간 일’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지구당위원장인 정인봉(鄭寅鳳)변호사가 세풍 및 총풍수사에서 야당측 변호인으로 활동한 공로를 내세우면서 공천에 대한 의욕을 보였으나 결국 당지도부의 결정에 승복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 대결구도의 새 변수는 ‘청렴정치국민연합’의 장기표(張琪杓)창당준비위원장이다. 장위원장은 ‘1인 보스정치와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있어 선거판도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좌진(金佐鎭)장군의 손녀로 유명한 탤런트인 자민련 김을동(金乙東)위원장도 출마할 태세다.
중구 - 박성범 vs 정대철 자존심 건 재대결
15대 때 정치신인인 한나라당 박성범(朴成範)의원이 야당중진으로, 대권까지 노리던 중구의 터줏대감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당무위원을 누르고 당선돼 파란을 일으킨 곳으로 두 사람의 재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에서는 한때 민주당 추진위원으로 영입됐던 이득렬(李得洌)전MBC사장 공천설이 돌았지만 본인이 “지역구 출마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잦아들었다.
박성범 의원과 정대철 당무위원 두 사람 모두 시민단체가 발표한 공천반대인사 명단에 포함된 점이 이채롭다. 박의원은 한보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의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리스트에 올랐는데 “검찰이 이미 무혐의처분한 사건으로 명단에 넣은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정 당무위원은 경성비리로 명단에 들어갔으나 “공천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표밭갈이에만 전념하고 있으며 그동안 지역구를 열심히 돌아 지지도가 상당히 높이 올라갔다”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5대 총선에서 ‘때밀이 봉사’ 등으로 화제가 됐던 박의원 부인 신은경씨의 맹렬한 내조에 맞서 정대철 당무위원의 부인 김덕신씨도 요즘 노인정 미장원 등 지역구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등 양당간 ‘내조대결’도 불을 뿜고 있다. 15대 총선 이후 신당동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유권자의 15%가 바뀐 점도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용산 - 강남·북 정서의 접경지, 막판 공천경합
4선의원으로 올초까지만 해도 의정보고서 3만부를 지역구에 돌리는 등 재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한나라당 서정화(徐廷和)의원이 비례대표를 넘보면서 각당의 공천경쟁이 뜨겁다. 용산의 경우 지역에 따라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지역구 특성이 다소 복잡한 지역. 이 때문에 각당은 이곳 표심을 강남과 강북이 만나는 ‘접경지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정화 의원이 지역구 불출마를 선택하기 전부터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측근인 진영(陳永)변호사가 맹렬히 뛰어왔다. 진변호사는 이총재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보좌해온 분신 같은 인물로 그동안 정치관련 토론회에 참석, 한나라당 논리를 대변해왔다. 진변호사는 이총재의 경기고 서울법대 후배다. 하지만 오상준 서울시의원, 약사인 김종환씨, 김석용국책자문위원 등 도전자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경우 15대 총선에서 32.6%를 득표한 오유방(吳有邦)전의원이 그동안 재기를 위해 지역구를 착실히 다지는 등 와신상담해왔다. 여기에 설송웅(楔松雄)전용산구청장이 다크호스로 등장하면서 막판 공천정리가 어떻게 결정될지 자못 궁금하다.
오전의원은 충북 청주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9대 10대 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성동 - 중진 이세기 텃밭에 386 임종석 ‘바람’ 기대
갑을로 나뉘어 있었으나 이번 선거구 조정 과정에 인구상한선 상향조정에 따라 하나로 통합됐다. 그러나 현역의원은 성동갑의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의원 한 명뿐이다. 15대 총선 당시 을에서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의원을 꺾었던 한나라당 김학원(金學元)의원은 국민신당을 거쳐 자민련에 입당했으며, 지역구도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부여지구당을 물려받았다. 조의원은 지난해 광명을 보궐선거에 당선, 남은 성동의 여권 내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한나라당에서는 을지구당위원장인 설영주씨가 공천을 신청했지만 4선인 이세기 의원의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의원은 중진으로서는 드물게 지역구 관리를 잘해와 ‘탄탄하다’는 평가를 당내는 물론 여당의 잠재적 경쟁자들로부터도 받고 있다. 그러나 극심한 정치불신에 따른 ‘정치권물갈이’ 광풍에 휘말릴 경우 그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의 경우 김한길 전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작가와 방송인으로 쌓은 지명도와 대통령의 신임을 앞세워 공천을 희망했다가 선대위 기획단장으로 옮기면서 비례대표 쪽으로 돌아섰다. 또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른바 386세대인 임종석(任鍾晳) 전 전대협의장 나병선(羅柄扇) 전의원 고재득(高在得)구청장 임종인(林鍾仁)변호사 등이 공천을 신청했으나 임씨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임씨는 최근 불고 있는 ‘386신드롬’에다가 성동에 있는 모교 한양대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자민련에서는 서울시의원 출신인 성동을 신상철(申尙澈)위원장도 최근 지구당개편대회를 마친 뒤 선거준비를 하고 있으나 정치코미디로 유명한 코미디언 김형곤씨도 지난해 입당한 뒤 공천후보로 급부상중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곳에 호남인구가 많다는 점을 들어 강세지역으로 꼽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15대 때 갑을 모두에서 승리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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