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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

‘건설 역사’ 다시 쓰는 해외영업의 달인

삼성 엔지니어링 양인모 사장

  • 송문홍songmh@donga.com

‘건설 역사’ 다시 쓰는 해외영업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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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소개자료에 보니까 2005년에는 매출액 20조원, 2010년에는 매출액 40조원을 목표로 했더군요. 실현 가능성이 있는 얘깁니까?

“그건 지난 4월 회사창립 30주년 기념일에 발표한 21세기 경영비전입니다. 한 마디로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발전해가자는 건데….”

―그 꿈이 실현되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겠네요?

“특정 분야를 더욱 전문화해야지요. 그중 하나로 우리는 지금 환경부문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환경부문은 매우 큰 시장이 될 겁니다.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별로 쓰레기 처리라든지 배기가스, 하수·폐수처리 등 수요가 많아졌어요. 단순히 환경플랜트 수주 뿐만 아니라 O·M(Operation · Maintenance)이라고 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시설을 우리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환경분야에 일찍부터 투자를 해왔어요. 우리 회사의 기술연구소는 차별화된 환경 기술을 많이 연구하고 있는데,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복원 및 생물환경 감지기술 같은 게 그런 예지요.



또, 그룹 차원에서 운영되는 지구환경연구소에서도 상당한 기술을 축적했습니다. 앞으로는 세계은행 같은 곳에서 대출을 해줄 때 환경지수까지 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환경보호 능력을 기업대출 심사요건으로 삼겠다는 건데, 그런 용역까지 우리가 맡아서 하고 있어요. 환경부에서 발주하는 정책 용역은 물론이고….

산업설비 분야에도 전문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과거 코리아 엔지니어링 시절에는 대부분 회사들이 화공분야를 주종으로 해왔는데,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산업설비가 일종의 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공략했습니다. 예컨대 서울·부산 고속철도 차량기지, 소주·맥주 플랜트, 남양유업 건국유업 등 낙농 플랜트 같은 것들이지요. 이런 분야는 기존 화공 플랜트보다 마진이 높아요….”

한번 회사 얘기를 시작하니까 도무지 끝날 줄을 모른다. 국내 건설경기 동향과 외국 업체들의 현황, 무슨무슨 기술개발 사례…. 결론은 으레 삼성 엔지니어링을 자랑하는 것이지만, 그게 그다지 ‘얄밉게’ 보이지는 않았다.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라면 아마 누구라도 그럴 테니까.

월드컵 경기장 수주 얘기가 나오자 그는 고군분투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대지 4만7000여평에 6만4000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은 2001년 12월 완공 예정으로 올해 말까지 70% 진도율을 계획하고 있다.



중동 시절 이래로 새벽 4시30분 기상 습관화



다시 고백하지만, 기자는 양인모 사장을 만나러 오며 일종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엔지니어링 회사라고 해봐야 건설회사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형태겠거니 하는 게 첫번째 선입견이었고, 속된 표현으로 ‘노가다판’이라고 불리는 건설부문의 최고경영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서 더 터프하고 직선적인 스타일이리라는 게 두 번째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과는 정반대로 그의 말씨는 매우 차근차근했고, 몸가짐은 조용조용했다. 전체적으로는 아주 젠틀(gentle)한 인상.

“원래는 중앙일보 공채로 입사해서 1년 반 정도 기자생활을 하다가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어요. 심사숙고 끝에 코페르니쿠스적인 변신을 했어요. 그 때가 66년 11월이었는데, 언론 현실에 대해서 실망감도 있었어요. 당시는 정보정치가 심할 때였거든…. 4년 반 동안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삼성물산으로 돌아가 뉴욕지사, 독일지사 등 해외영업을 주로 담당해왔습니다.”

양사장이 건설무문에 몸담게 된 것은 1978년. 당시 삼성그룹이 종합건설업에 진출하면서 해외영업통을 영입하는 과정에 그가 발탁된 것. 그 후부터 지금까지 건설업, 그중에서도 주로 해외영업 분야를 맴돌아왔다.

―어느 자료에 보니까 양사장님에 대해서 매너좋은 국제신사다, 과거 중동에서 다른 기업들은 미수금 때문에 쩔쩔매고 있는데 사장님만 돈을 받아냈다, 그런 얘기가 나와 있더군요.

“삼성건설 이라크 사업본부장으로 있을 때 마침 이란·이라크 전쟁이 터졌어요. 한참 전쟁중인 상황에 제 임무가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지요.

그 다음, 리비아 사업본부장으로 있을 때에는 우리 회사가 받아야 할 미수금이 2억달러 정도였습니다. 당시 국내 모 그룹에선 회장이 직접 트리폴리까지 날아와 미수금 해결을 위해서 동분서주했는데, 삼성에선 저 혼자 뛰었어요. 결국 배로 12척분의 석유를 받아서 미수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발주기관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른 회사 회장도 잘 만나주려고 하지 않는데 당시 일개 상무였던 저 혼자서 뛰었으니 힘든 일도 많았어요.”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었나요?

“비결이라기보다는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문제겠지요. 상대방의 취미나 가정생활, 평소 인생관 같은 걸 파악해서 동질감을 찾으려고 애쓰는 겁니다. 상식적인 얘기예요.

제가 영업요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지만, 영업요원은 우선 박식해야 합니다. 상대가 어떤 화제를 들고 나와도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항상 공부해야 하고, 자기계발에 노력해야 합니다.”

―양사장님 경우는 어떤가요? 예컨대 잠은 하루에 몇 시간 주무십니까?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새벽 4시 반에는 일어납니다. 그건 중동생활에서 밴 습관인데, 현장에 나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일찍 일어나곤 했어요. 사실 그렇게 하다보면 피곤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사업상 단기 외국출장이 잦은 나로서는 시차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아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무엇을 하세요?

“명상도 하고, 운동도 하지요. 바쁜 와중에 잠시라도 여유가 있으면 마음의 평정을 가지려고 애도 쓰고…. 아이구, 뭐 그런 것까지 묻습니까?(웃음)”



창의력 개발이 관건



―양사장께서 경영에서 특히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우리 회사 엔지니어들은 나름대로 프라이드가 강합니다. 한 마디로 단순 시공만 하는 건설회사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그런 엔지니어들의 사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실수에 대해서 벌을 주기보다는 잘한 일을 찾아 칭찬해주는 게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오더라는 거지요.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회사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엔지니어들을 선진국에 내보내 교육을 받게 했습니다. 그런 게 지금 큰 자산이 되고 있는 겁니다.”

―우리 나라의 엔지니어링산업 분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될까요?

“지금 시급한 건 우리 기업의 대외 신인도, 나아가서는 국가 신인도가 하루 빨리 개선되는 것이라고 봐요. 우리가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의 보증을 받아서 제시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설득해도 보수적인 외국 사업주들은 이런 은행의 단순 보증만으로 만족하지 않거든요. 국제적으로 신인도가 높은 일본 은행의 복보증을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사업주도 있고…. 이런 게 모두 국가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지요.”

―다른 한편, 국내 건설업계는 담합 비리라든가,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는 관행이 횡행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건 개선되고 있습니까?

“사실 지금은 건설시장 자체가 죽어 있으니까 담합이고 뭐고 없어요. 또, 이번 정부가 들어오면서 담합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했잖아요? 심지어 5대 건설회사 영업담당 임원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기도 했잖았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건 대체로 해소됐고, 건설회사 입장에서도 과거처럼 무리하게 입찰해서는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조달청 등 정부가 시행하는 입찰과정이나 법규도 상당 부분 현실화됐고…. 다만 안타까운 건 일감 자체가 없다는 겁니다.”

시종 자신감에 차 있던 그는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얘기로 화제가 돌아가자 다소 의기소침해졌다. 올 겨울 국내 건설업계에 닥쳐올 태풍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앞으로 기업경영 환경도 더욱 빠르게 바뀌겠지요? 이에 따라 CEO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달라지겠지요. 앞으로 CEO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시지요.

“무엇보다 민감해야 할 부분은 자기 자신이나 부하 직원들의 창의력 개발이라고 생각해요. 정보혁명이나 IT시대라는 것도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바탕이 달라지고, 수단도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겠어요? 최고경영자가 변화의 흐름을 파악한다는 것은 결국 그때 그때 변화하는 창의력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동아 200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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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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