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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이제 지역할거 맹주정치는 끝났다”

최장수 민선 도백(道伯) 심대평 충남지사

  • 글: 황호택 hthwang@donga.com

“이제 지역할거 맹주정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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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사가 JP와 처음 만난 것은 한일협정 반대데모가 한창이던 1965년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이던 심지사는 4·19 의거에 참여했고 6·3 한일협정 비준반대 데모에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그 무렵 김종필씨가 서울대 사범대에 찾아와 한일협정 비준의 불가피성에 대해 연설을 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이때 김씨의 연설을 듣고 감명받았다고 한다.

그는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1967년 총리실에서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JP가 총리할 때(1972년) 그는 총리실 기획조정실 사무관이었다. 사무관에게는 총리에게 직접 보고할 기회가 여간해서 돌아오지 않았다.

“경부선 복복선화에 대해서 평가교수단과 JP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실국장과 함께 실무 책임자로 들어가 배석하게 됐습니다. 브리핑을 하는 교수에게 JP가 복복선의 경제성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질문했습니다. 교수와 실국장이 답변을 못해 쩔쩔 매는 있는데 JP가 나보고 답변해보라고 하더군요. JP는 실무 사무관에게 답변을 시킬 정도로 포용력이 있었습니다. 민선 지사 1기 때 자민련 공천을 받고 나서 JP에게 ‘총리할 때 사무관을 했습니다’ 하고 자수했더니 웃더군요.”

이번 대선과 함께 30여 년 한국정치를 주무른 3김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 같다. YS는 대통령을 지냈고 DJ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양김의 퇴장과 함께 JP의 정치적 수명이 다해가고 있지만 서산을 붉게 물들이는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어쨌거나 YS와 DJ는 대통령을 해봤는데 JP는 대통령을 못하고 퇴장하니까 자민련 사람들은 무척 서운할 것 같아요. 지역 반응은 어떻습니까.



“JP는 내각책임제 신봉자로 권력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폈습니다. 충청도가 배출한 걸출한 정치인이 꿈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도민들이 서운해할 겁니다.”

심지사는 “JP가 인구가 많은 다른 지역 출신이었으면 대통령이 됐을까요”라는 질문에는 빙그레 웃고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JP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던 사람입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을 체육관에 모아놓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지만 JP가 거부했습니다. JP의 위대한 결단이었습니다.”

맹주정치 시대는 끝났다

헌정 사상 유일무이하게 국무총리를 두 번이나 했고 두 대통령의 킹 메이커를 했으며 9선 의원인 JP를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30년 넘게 끈 3김 시대의 주역 중 유일하게 대통령을 못했으니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체육관 선거에서 JP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JP가 거부했다는 설에 대해 최규하 대통령과 신현확 총리는 물론 군부의 반대가 거셌다는 반론도 있다.

“군부의 반대는 YS·DJ가 해금된 ‘서울의 봄’ 후에 나온 얘기입니다. 체육관 선거를 통해 승계할 수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JP 단독으로 갈 수 있었지만 거절했습니다. 언젠가 정당하게 평가받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평가는 달라질지도 몰라요. YS와 DJ는 본인과 혈육이 큰 지탄을 받고 오욕을 남겼습니다.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평가받을지도 미지수입니다. JP는 비록 대통령을 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마무리만 잘할 수 있다면 명예로운 은퇴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충청인들은 JP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고질병 같은 지역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3김 같은 지역 맹주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하지요. 그러나 현실 정치는 명분과 다르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충청 지역에서 포스트 JP를 둘러싼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습니까.

“지금 말한 대로 3김 같은 맹주 정치 시대는 지나가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든지 지역의 리더는 필요합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리더가 지역에서 나오는 것은 순리입니다. 포스트 JP는 언론이 만든 말입니다. 포스트 JP와 관계없이 지역에서 구심적 역할을 하거나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가 출연할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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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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