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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테크 리포트

개미들이여! ‘창녀’를 ‘아내’로 삼지 말라

개인 투자자 주식 서바이벌 게임 참패 관전기

  • 글: 김방희 경제칼럼니스트 riverside@hanafos.com

개미들이여! ‘창녀’를 ‘아내’로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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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22일 실시한 여론조사가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진행하는 대중 경제 전문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김방희입니다’에서는 1359명을 대상으로 생애 누적 주식투자 수익률을 조사했다. 주식투자 기간을 통틀어 손해를 봤느냐, 이익을 냈느냐를 물은 것이다.

그 결과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개인 투자자는 10명 가운데 6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익을 본 경우는 10명 중 2명이 채 안 됐다. 손해를 본 주식투자자 중에서도 원금의 절반 이상을 까먹은 투자자가 10명 중 3명을 넘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0명 중 1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식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주식투자 거부 계층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이 조사의 수익률은 실제 수익률이 아니라 주관적 평가치며, 이 때문에 조사 당시의 주식시장 시황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주식투자가 많은 이에게 도박 정도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투자 게임을 실시했다. 이름하여 ‘20명의 개미들이 벌이는 생존경쟁-스톡 서바이벌 게임’이다. 전형적인 개인 투자자 20명을 골라 그들의 투자 행태와 실적을 살펴봤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금액은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다양했다. 1억원대 이상의 투자자를 전형적인 개인 투자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제외했다. 투자 경력도 천차만별. 갓 주식시장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에서부터 수십년 된 경력자까지 다 포함시켰다. 그렇게 선발한 게임 참여자의 평균 모델은 나이 36.1세의 남성 투자자로, 주식투자 경력은 5.2년, 투자금액은 1297만원이다.



이 투자 게임은 여느 수익률 대회와는 달리 가상이 아닌 ‘실전’으로 치러졌다. 가상 투자 게임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높다. 실제로 자기 돈이 오가는 경우의 투자 행태는 가상의 거래에서와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이 실전 투자 게임을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넷 투자 전문 사이트의 하태민 대표는 “가상 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대학생이 증권사에 입사해서는 좋은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게임을 통해 궁극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개인들이 실제로 시장에 뒤처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개인 투자자들의 어떤 행태에 있을까. 문제가 ‘토양’에 있는가, 아니면 ‘씨앗’에 있는가. 과연 우리 주식시장에는 개인 투자자들을 조직적으로 따돌리는 메커니즘이 존재할까. 아니라면 개인 투자자의 손실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일까.

시장 평균에 못미친 수익률

스톡 서바이벌 게임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 11월 한 달 간의 기록만 봐도 개인 투자자 행태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이 기간 중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6.8%.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10%, 코스닥 종합지수 상승률이 8%였으니 시장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이다(다음 페이지 표 참조). 특히 11월 마지막 주 증시 전반의 활황세를 고려하면 무척 낮은 수익률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손실의 악순환에 있었다. 즉 대부분의 투자자가 원금을 까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었고, 그것이 다시 손실을 야기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크게 손해를 본다. 원금이 아까워 주식을 선뜻 내다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면 쉽게 팔고 만다. 한푼이라도 손해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대개의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상황이 나빠지면 크게 손해를 보지만, 증시 상황이 호전돼도 큰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이 기간 동안 테마주로 부상한 CJ엔터테인먼트를 샀다가 단 2%의 이익만 남기고 팔았다. 그 후 이 주식은 3주도 안 돼 60% 이상 뛰었다. 게임 기간 중 최고의 대어를 다 잡았다 놓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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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방희 경제칼럼니스트 riverside@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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