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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당의정 혹은 카타르시스

영혼으로 만나는 세상

삶의 당의정 혹은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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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뮤지컬은 대본의 구성뿐 아니라 내용도 중시했다. 예전의 뮤지컬들이 우아한 귀족 얘기나 저질 코미디로 만들어진 데 비해, 북 뮤지컬은 소박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사실적 소재를 다루었다. 이것은 곧 북 뮤지컬이 갖고 있는 ‘진지함’이라는 특징으로 연결된다. 북 뮤지컬의 대표작들은 삶의 소박한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것을 가사와 음악, 인물, 상황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뮤지컬의 임무라 생각한 작품들이다.

삶의 진실과 사랑의 진정성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는 특징 때문에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진 북 뮤지컬의 고전들, 언뜻 구식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오늘날 브로드웨이에서 끊임없이 리바이벌되고 있다. ‘오클라호마’의 경우 1991년 런던 로열 내셔널 극장에서, 2002년 3월부터 브로드웨이 51번가 거슈윈 극장에서 리바이벌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3월 영국 팔라디엄 극장에서 리바이벌된 ‘왕과 나’는 ‘캣츠’에서 여주인공 그루자벨라 역으로 ‘메모리’를 불러 일약 스타가 된 엘레인 페이지를 기용해 대단한 인기를 모으다가 2002년 1월에 영국 투어에 들어갔다.

2002년 9월에 브로드웨이 버지니아 극장에서 오픈한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플라워 드럼 송’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지는 중국인 교포 1세와 그곳에서 태어나 미국화된 2세 사이의 세대간 갈등을 그리고 있다. ‘근대화를 통해 동양문화가 겪는 갈등’이라는 주제의식은 스테판 손하임의 ‘태평양 서곡’(1976), 쇤버그의 ‘미스 사이공’(1991)으로 이어진다.

북 뮤지컬의 전통은 이후 다른 뮤지컬 장르들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독특한 방식으로 춤을 강조하는 댄스 뮤지컬이나 줄거리 대신 전하는 내용을 강조하는 컨셉트 뮤지컬, 줄거리는 있지만 이를 노래 없이 춤이나 해프닝만으로 전하는 비언어 뮤지컬 등이 바로 그것이다.

댄스 뮤지컬 : 화려한 춤과 노래의 향연



삶의 당의정 혹은 카타르시스

‘토요일 밤의 열기’(위)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댄스 뮤지컬은 말 그대로 ‘춤’이라는 요소를 강조한 뮤지컬이다. 사실 어느 뮤지컬이건 춤은 노래와 더불어 중요하게 사용하는 요소지만, 그 춤이 작품 안에서 사용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오래 전에 유행하던 각종 쇼 뮤지컬들은 댄스 뮤지컬의 초기 예다. 이 중 보드빌은 곡예와 마술 등을 포함해 어린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가족 오락극이고, 벌레스크는 스트립쇼와 같은 여자 무희의 선정적인 춤과 정치 풍자를 강조한 성인극이다. 엑스트라바간자는 벌레스크의 수준을 높인 점잖은 성인극이고, 레뷔는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합쳐놓은 가장 고급스러운 형태로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테마로 묶어 놓은 고상한 쇼 뮤지컬이다.

비록 형태와 성격은 다양하지만 이들 쇼 뮤지컬 작품들의 공통점은 코러스와 스타 배우가 노래와 함께 선보이는 댄스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레뷔 공연을 영화화한 ‘지글펠트 폴리스’나 뮤지컬 영화 ‘집시’의 보드빌과 벌레스크 장면은 당시 쇼 뮤지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다 할 줄거리 대신 재미있고 현란한 볼거리에 치중했던 초기 쇼 뮤지컬의 전통은 아직도 많은 뮤지컬 작품에 그대로 남아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캣츠’(1981)에서는, 다시 태어나 또 한번의 삶을 살 기회를 얻으려고 모여든 고양이들의 잔치를 배경으로 끊임없이 고양이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진다. 역시 웨버의 작품인 ‘별빛 특급열차’(1987)에서도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헬멧을 쓴 배우들이 열차를 의인화하면서 신나는 노래와 춤을 선사한다.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존이 만든 영화로 더 유명한 ‘토요일 밤의 열기’(1999),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유행시켰던 로큰롤 노래들을 춤으로 엮어 만든 ‘스모키 조스 카페’(1995), 전설적 재즈 안무가 밥 파시의 무용 장면들만 모아 만든 ‘파시’(1999), 1933년의 뮤지컬 영화를 가지고 고어 챔피언이 안무·연출한 탭댄스 뮤지컬 ‘42번가’(1980) 등이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아일랜드의 전통 리듬에 맞추어 집단 댄스를 보여주는 ‘리버 댄스’(1996)는 아예 노래를 없애고 오로지 사회자의 멘트를 통해 일련의 대형 춤들을 엮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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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학민 오페라·뮤지컬 연출가 / 음악평론가 hakmink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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