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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 부서 부재·정보 빈곤… 청와대 시스템에 빨간 불

文수석은 ‘王수석’ 될 수밖에 없었다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주무 부서 부재·정보 빈곤… 청와대 시스템에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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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 부서 부재·정보 빈곤… 청와대 시스템에 빨간 불
화물연대 파업사태 때 관련 부처 한 국장은 긴박했던 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 내 주무부서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청와대 내 16개 부서에 모두 보고를 했다고 한다.

이는 과거의 청와대 수석비서관제 시스템이 폐지되면서 새롭게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김대중 대통령(DJ)의 청와대에선 정치, 경제, 사회(노동-교육-문화 등) 분야별로 수석비서관이 있어 업무분장이 명확했다.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DJ정부의 청와대였다면 경제수석과 노동담당 수석이 전면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에선 경제수석이 없다. 노동담당도 청와대 내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다. 대신 ‘국정업무 전반’에 ‘포괄적’으로 관여하는 부서가 많다.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노대통령의 청와대에선 비서실장(장관급), 비서실장 산하 국정상황실장, 정무수석비서관, 정무수석비서관 산하 시민사회담당 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 산하 민정2비서관, 정책실장(장관급), 정책수석비서관, 정책수석비서관 산하 정책상황실장이 담당 부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부서의 명칭에서 짐작되듯 딱히 주무부서가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다.

화물연대 파업사태 때 관련 장관들이 대통령의 질타를 받았지만 청와대도 우왕좌왕했다.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파업인데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장기화됐다”는 언론의 비판이 거셌다. 그러자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이 파업사태 해결의 전면에 나섰다. 이는 “파업사태에 민정수석이 왜?”라는 또 다른 의문을 낳았다.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 갈등의 경우 DJ의 청와대에선 이론의 여지없이 교육문화수석 해당업무사안이며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교육부와 대통령간 의견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에선 NEIS 문제 또한 소관 부서가 명확하지 않았다. 청와대 부서 어디에도 ‘교육’이라는 명칭이 붙은 곳이 없다. 다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나섰다. 그러자 언론은 문수석에게 “왕수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버렸다.

정치권 인사들과 행정학 전문가들은 문수석이 “억울하다”고 밝힌 심정을 이해한다. 이들은 “청와대 내 모든 부서가 나서지 않을 때 문수석이 나름대로 책임감 있게 업무를 한 것이다. 문수석이 왕수석이 된 것은 그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업무분장과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청와대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민주당 한 의원의 말이다. “국정현안에 비서관급이 나설 수는 없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들은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 출신이 많아 ‘내가 해결해 보겠다’고 나서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민정수석은 부산인맥과 386운동권 출신 등 노대통령의 양대 측근 그룹 중 유일하게 수석비서관급이면서, 파업이나 교육 문제와도 업무적 연관이 전혀 없지는 않은 자리였으므로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비서관의 막강 파워…초유의 현상

현 청와대의 또 다른 특징은 청와대내 부서의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DJ정권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였던 A씨의 관찰에 따르면 이 부분에서도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DJ의 청와대는 수석비서관들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1차 조율하는 시스템이었다. 대부분의 이견은 여기서 해소됐다. 그래도 안 되면 비서실장이 나섰다. 이에 따라 청와대 비서진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내각과 협의하는 단계에선 청와대 비서진 내부의 이견은 없어진다. 국정운영의 일관성, 통일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청와대에선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없다. 정책기획수석이 맡던 1차 조정기능도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A씨는 “청와대 상층의 지휘체계가 모호해졌다”고 표현했다. A씨는 “자체 의견 조율기능과 일관성이 사라지면 청와대는 더 이상 청와대가 아니라 ‘국책자문기관’쯤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대 정권의 청와대에서 특정 수석비서관이 비서실장보다 더 실세라는 얘기는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비서관’이 ‘수석비서관’보다 더 실권이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이런 얘기는 경제분야에서 많이 나오는데, 청와대의 경제 분야 관련 부서는 정책실장, 정책수석비서관, 정책수석비서관 산하 정책상황실장, 각 부문별 태스크포스팀 등이다. 이정우 정책실장과 태스크포스팀장들은 주로 거시적 국정 어젠더 중심의 역할을 맡는데 실제로 이실장 수하에 있는 직원은 수 명에 불과하다. 이는 권오규 정책수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만호 정책상황실장(비서관급) 수하엔 청와대 부서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으며 자연히 정책상황실로 주요 경제관련 정보가 몰린다고 한다. 정실장은 노대통령의 386 핵심측근이기도 해 비서관인 정실장에게 힘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비슷한 소문이 또 있다. 청와대 내에서 현재 가장 많은 인원을 갖고 있는 부서 역시 비서관급이 관장하는 비서실장 산하 ‘국정상황실’이다. 다음은 청와대에 근무하는 노대통령의 386측근의 말이다. “당선된 뒤 청와대 조직 개편 구상을 할 때 노무현 당선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국정상황실에 인원을 많이 두되 일은 많이 주지 말라. 대신 귀를 세우고 있으라고 하라. 그래서 정말 국정에 필요한 것들을 수집,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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