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누크 연구개발의 필요성은 지난해 1월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한 ‘핵태세 검토보고서(NPR)’에서 처음으로 공식 거론됐다. 북한, 이라크, 이란 등 7개국에 대해 유사시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감행해야 한다고 건의한 이 보고서는, 다른 나라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NPT 의무를 위반하는 미국의 일방적인 핵전략 의도를 드러내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NPR이 역설하는 미니누크의 필요성은 두 가지다. 우선 대형 핵무기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실전에서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낮은 위력의 미니누크는 기존의 핵 억제력 차원을 떠나 상황에 따라 좀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터졌다 하면 인류의 운명을 위협할 수 있는 대형 핵무기 대신 부분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소형 핵무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두 번째 논리는 미니누크의 사용으로 재래식 무기로는 파괴할 수 없는 생화학무기 저장고 등 지하 깊은 곳의 콘크리트 시설물(HDBT)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하 관통형 핵무기의 경우 주변지역에 방사능을 퍼뜨리지 않으면서 지하 군사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핵 벙커버스터 신화’의 허구성
그러나 이러한 NPR의 주장은 두 가지 모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우선 소형 핵무기의 필요성에 대한 첫 번째 논거는 국제 핵 비확산체제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단순히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대국가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차원이 아니라, 핵무기와 관계없는 분쟁상태에서도 적극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NPT 체제를 약화시키고 세계의 안보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논거는 아예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핵 벙커버스터 운반체로 고려되고 있는 B61-11의 경우, 그 속에 담긴 핵 기폭장치가 물리적으로 파손되는 것을 피하려면 마른 지표면에서 약 6m 깊이 이상을 관통하기 어렵다. 물리학 이론에 입각해 살펴볼 때 콘크리트에 대한 관통력은 3m 길이 핵 벙커버스터의 경우 12m 내외가 최대치로 알려져 있다. 지하벙커가 대부분 콘크리트로 구축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12m 이상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핵 벙커버스터는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무기다.
또한 미국은 이미 이를 넘어서는 관통력을 가진 재래식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발력의 한계 때문에 지하 깊은 곳의 HDBT 파괴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미군은 현재 지하 15m 정도의 HDBT는 충분히 섬멸할 수 있는 강력하고 정확한 ‘재래식’ 벙커버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걸프전 당시 미 공군이 사용한 레이저유도 GBU-28은 바그다드의 지하 9m 이하 HDBT를 파괴했다. GBU-28을 개량한 GPS유도 GBU-37의 경우, 성능은 GBU-28과 비슷하지만 정확도는 더욱 높아졌고 전천후 사용이 가능하다.
설사 12m 이하의 깊은 지점까지 관통해 들어갈 수 있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론적으로 5000t TNT 위력의 핵폭발이 지표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지하 약 200m 이하에서 폭발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지표면에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은 막기 어렵다. 한 예로 1960년대 미국 네바다에서 수행된 지하 55m에서의 2300t TNT 위력의 핵실험은 지표면에 약 120m 폭의 분화구를 남기고 방사능 낙진을 2.4km까지 날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