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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청와대 발표하고 언론 받아쓰는 관행 정착

출입기자가 본 ‘문재인 청와대’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hyun0325_@naver.com

청와대 발표하고 언론 받아쓰는 관행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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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 뜨고 반론 제기

청와대 발표하고 언론 받아쓰는 관행 정착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인선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필기구나 메모장이 마련돼 있지 않다. 좌석도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외엔 사실상 온 순서대로 자유롭게 앉는다. 문 대통령이 ‘토론이 있는 회의’를 지향하는 만큼 회의는 계급에 구애하지 않고, 받아쓰지 않고, 미리 결론 내지 않는 ‘3무(無) 회의’로 진행된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회의에서 대통령과 맞짱을 뜰 수도 있고 대통령에게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지는 이 관계자의 말이다.

“‘이건 아닙니다’라는 식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는 이야기한다. (문 대통령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게 아니고 이런 것 아닙니까’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저희가 수용할 부분이 있다면 수용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저희가) 맞다고 생각하면 바로 수용한다.”

문 대통령은 5월 25일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파격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닌 여민관에서 주로 집무를 본다는 점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민관으로 옮기면서 권위를 벗어던진 것 같다. 본관은 여민관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야 될 정도의 거리라 대통령이 거기에 있었으면 멀다고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참모진 간 거리는 좁혀졌고, ‘소통’은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있다고 참모진은 입을 모으고 있다.



수석들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에도 상황이 변경되면 즉각 찾아가 대통령의 결심과 지침을 수월하게 다시 받는다. 그만큼 업무가 빨라졌고 정확해졌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본관 집무실에도 나오지 않고 관저에 자주 머물렀다. 참모진과의 대면보고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현안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세월호 7시간’ 사태를 초래해 국민 여론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했다. 이런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런 변화는 대통령 비서(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를 지낸 문 대통령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참모진은 종종 당혹스러운 상황을 접하기도 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얼마 전 참모진끼리 회의를 하는 도중에 문 대통령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참석자들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통령이 모 수석 방에 전화를 걸어 찾았는데 자리에 없자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어 거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러고는 해당 수석에게 얘기하고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행정관들이 대통령의 전화를 직접 받고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인사(人事) 문제의 경우, 문 대통령과 참모진은 수직적 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으로도 비친다. ‘황우석 사태’에 연루된 박기영 씨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은 논란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걸러지지 않고 진행됐다. 대통령이 자기 의중을 전하자 참모들이 감히 딴소리를 못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청와대에서도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해 참모들이 이견을 말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언론 간의 소통은 외형상 이전 정부 시절보다 좋아진 것으로 출입기자들에 의해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6차례 기자들과 접촉했다. 그는 취임 당일인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같은 달 19일에도 춘추관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지명 사실을 직접 전했다. 이어 즉석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 답변했다. 취임 후 첫 주말이던 5월 13일 대선 당시 ‘마크맨’이었던 기자들과 청와대 뒷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6월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가던 전용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만남에 대한 각오 등을 밝혔다. 취임 100일인 8월 17일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북핵, 복지, 부동산, 초고소득 증세 등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를 담당한 한 기자는 “당시 출입기자들이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직위에 있는 인사와 만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언론과의 접촉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안보분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두 차례 백그라운드 브리핑(background briefing·배경설명)을 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해외 출국 때 사진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청와대 관련 보도에 대처하는 방식에서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차이가 난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홍보수석이 언론사의 사장이나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청와대 관련 보도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했다. 이로 인해 ‘보도 지침’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취재 정보 및 기회의 제공에서도 피아(彼我)를 구분해 언론사 간에 차별을 뒀다고 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 진보 성향 일간지의 청와대 출입 기자가 사석에서 ‘기자생활에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 비판 기사를 많이 쓰자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 자신을 끼워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배제당하니 취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다른 기자들에게 취재해 어떤 모임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녔다고도 한다.”



청와대 발표하고 언론 받아쓰는 관행 정착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진과 함께 6월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커피를 마시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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