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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병 돌파… 해외 와인전문가 ‘신비의 와인’ 극찬

국내 최장수 와인 ‘마주앙’ 40년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1억 병 돌파… 해외 와인전문가 ‘신비의 와인’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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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에서 생산하는 와인 ‘마주앙’이 탄생 40주년을 맞았다. 현존하는 국내 최장수 와인인 마주앙은 지난해 누적판매량 1억 병(750ml 기준)을 넘어서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와인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와인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인 1977년 출시된 이후 ‘한국 와인의 역사’를 써내려간 마주앙의 40년은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다.



보릿고개가 만든 ‘마주앙’

마주앙의 탄생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4년 12월 독일 방문에서 시작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독일인들이 일반 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척박한 땅에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한 시기였다. 귀국 후 박 대통령은 “국민이 먹을 양도 부족한 쌀과 보리로 소주와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곡식은 사람이 먹고, 척박한 땅에 포도 같은 과실수를 심어 그걸로 술을 만들자”고 주류회사들에 제안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1960년대 후반, 파라다이스라는 회사에서 사과로 만든 애플와인이, 농어촌개발공사와 일본 산토리가 합작해 만든 한국산토리에서 포도로 만든 와인이 출시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관광호텔에 가야 와인이란 걸 구경할 수 있는 시대였다. 일반 국민은 ‘포도주(와인)’ 하면 소주에 포도즙을 섞은 ‘진로 포도주’를 떠올렸다. 와인이 뭔지도 몰랐고 마셔본 일도 없었다. 당연히 와인은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동양맥주(현 OB맥주)도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독일의 지원을 받아 1973년부터 경북 청하와 경남 밀양지역에 와인용 포도 농장을 조성하고, 1976년 경북 경산에 마주앙 제조 공장을 준공했다. 1976년 농장에서 재배한 포도를 원료로 이듬해인 1977년 5월 마주앙 스페셜 화이트와 레드를 출시했다. 마주앙은 국내 최초의 와인은 아니지만, 국내 최초로 유럽의 선진 기술로 만든 제대로 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마주앙은 ‘마주 앉아서 즐긴다’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청와대 만찬주에서 공무원 회식주로

마주앙 개발에 참여했고, 마주앙 공장장까지 지낸 소믈리에(와인전문가) 김준철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때 회사 안에 와인 제조 과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맥주 만드는 노하우만 믿고 시작했다. 맥주나 와인이나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건 같으니까. 영등포에 있는 맥주공장에 실험실을 차리고 시험 생산에 들어갔는데, 오크통이 없어 인근 목공소에 오크통 사진을 주며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겉모습은 정말 비슷하게 만들어왔다. 하지만 통에 물을 넣자 줄줄 샜다. 하는 수 없이 촛농으로 이음새를 막아 사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완성된 와인을 시음했는데 시큼털털한 게 이상했다. 그땐 제조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대로 된 와인 맛이었다. 와인 맛도 모른 채 와인을 만든 것이다.”

당시 마주앙 이외에도 해태에서 한국산토리를 인수해 노블와인이란 이름의 와인을 출시했다. 백화수복을 만들던 백화양조도 뛰어들었다. 그 뒤를 이어 진로, 금복주, 동아제약도 가세했다. 이때만 해도 파라다이스의 애플와인이 1등, 해태의 노블와인이 2등, 마주앙이 3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였지만, 판매 자체가 극히 미미했다. 당시 마주앙은 OB맥주 10박스에 마주앙 1박스씩 끼워팔기로 대리점에 떠넘길 정도였다고 한다.

마주앙의 성공 뒤엔 공무원들이 있었다. 마주앙이 생산을 시작하자 청와대에서 관심을 보였다. 마주앙을 맛본 박정희 대통령은 1978년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 방한 만찬을 비롯해 해외 귀빈의 방한 만찬 때 마주앙을 건배주로 냈다. 그뿐만 아니라 장관, 도지사들을 초청한 만찬 때마다 선보이며 “이게 국내에서 생산한 와인인데 맛이 최고”라며 칭찬했다.

청와대에서 마주앙을 맛본 장관들은 소속 부서 국·실장이나 산하 기관장들과의 회식에서, 도지사들은 시장·군수들과의 만찬에서 ‘청와대 만찬주’라며 마주앙을 애용했고, 국·실장과 시장·군수는 부하 공무원들과의 회식에서 마주앙을 마셨다. 그러면서 마주앙은 공무원 회식주로 자리 잡았고, 명절 선물세트로 애용됐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늘어야 하는데, 와인은 생산을 늘리려면 포도밭부터 늘려야 하고, 새로 만든 포도밭에서 포도를 수확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중반엔 마주앙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당시 OB맥주 회장은 자사 직원들에게 “마주앙을 먹지 마라”고 지시했을 정도였다. 마주앙은 1984년 국내 와인 시장의 78%를 석권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와인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87년 와인 수입이 허용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1990년 600만 병을 정점으로 판매가 줄기 시작해 1996년엔 절반인 300만 병으로 감소했다. 지금은 연 75만 병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미사주, 정상회담 건배주로 사용

마주앙은 1977년 시판과 동시에 아시아 최초로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한국천주교 미사주로 봉헌됐다. 그전까지 한국천주교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미사주를 수입해 사용했더랬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천주교에 미사주로 쓰이고 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에도 집전 미사에서 미사주로 마주앙이 사용됐다. 롯데주류는 지금도 매년 8월이면 미사주의 원료가 될 올해의 포도 수확을 감사하고 미사주로 봉헌되기 전 와인이 잘 빚어지기를 비는 ‘마주앙 미사주 포도 축복식’을 열고 있다.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다양한 제품 개발

마주앙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1978년 워싱턴포스트는 ‘신비의 와인’으로 소개했다. 1978년 12월 21일자 매일경제는 “워싱턴포스트에서 미국의 포도주 시음자와 포도주를 애호하는 남녀 동인으로부터 마주앙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포도주의 하나로 평가됐다고 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마주앙을 신비스러운 와인이라고 지칭했다”고 보도했다. 1985년엔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열린 와인 학술 세미나에서 와인전문가들이 ‘동양의 신비’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마주앙은 2000년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평양 만찬석상에서도 건배주로 사용됐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2001년 OB맥주(동양맥주에서 상호 변경) 매각 후 두산주류에서 생산하던 마주앙은 2009년 롯데그룹과의 M&A에 의해 현재는 롯데주류에서 생산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생산공정 증설과 지속적인 품질 개선,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마주앙의 명성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750ml 외에 300ml, 250ml 제품 등 용량을 다양화한 데 이어, 2015년에는 ‘혼술’ 트렌드와 야외활동 인구 증가에 따라 돌림마개와 비닐 파우치를 결합한 형태의 ‘마주앙 레드 파우치’를 선보였다. 마주앙 레드 파우치는 편리한 휴대성과 250ml의 부담 없는 용량으로 소비자의 각광을 받았다. 올해에는 ‘마주앙 화이트 파우치’ 제품도 출시했다.



‘농가 상생 와인’이 한국 와인의 미래

소믈리에 김준철 씨는 “마주앙이 탄생 40년을 넘었다니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와인전문가로서 아쉬움을 피력했다.

“지금 국내엔 양조용 포도 재배 농가가 거의 사라졌다. 1990년대 수입 와인에 밀려 국산 와인 제품이 고전하면서 포도 수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주앙도 미사용 와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와인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김씨는 “일부에서 생과일용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생과일용 포도는 당도가 높고 신맛이 약해 와인으로 만들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마주앙이 진정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양조용 포도밭을 재건해 우리 땅에서 키운 포도를 원료로 우리 기술로 생산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와인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롯데주류도 이 부분을 잘 알고 국내 양조용 포도농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농가에서 재배하는 양조용 포도를 수매해 ‘농가 상생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 2016년 국산 포도 100%를 활용해 오크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든 프리미엄급 레드 와인 ‘마주앙 시그니처’를 출시한 데 이어, ‘마주앙 영천’ ‘마주앙 영동’ ‘마주앙 아로니아’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 와인들의 수요가 늘면 더 많은 농가에서 양조용 포도를 재배해 1980년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주류 와인사업부 관계자는 “수입산 와인이 대부분인 국내 와인 시장에서 마주앙은 40년간 축적된 우수한 와인 양조 기술과 친근한 이미지, 변화를 향한 꾸준한 도전으로 ‘대한민국 대표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산 와인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마주앙이 세계 유수의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간 와인소비량은 국민 1인당 1병이 채 되지 않는다. 중국은 우리의 2배, 일본은 4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 성장할 여력은 충분하다.


마주앙 대표 제품군


마주앙 레드 1978년 카터 미국 대통령 방한 등 해외 귀빈 만찬에 사용
마주앙 화이트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평양 만찬석상에 사용
마주앙 시그니처 마주앙 4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국산 프리미엄급 레드 와인
마주앙 영천, 마주앙 영동 영천·영동 지역의 우수한 와인 원액을 블렌딩한 농가 상생 와인
마주앙 아로니아 영동에서 생산된 와인 원액과 아로니아(베리 품종)를 블렌딩
마주앙 메독 프랑스 최고 와인 산지 보르도 메독에서 생산되는 특급 와인
마주앙 모젤 독일 와인 등급상 최고급에 속하는 특급 와인
마주앙 벨라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모스카토 품종 100%로 생산
마주앙 라인 리슬링 품종에 최적화된 라인헤센 지역 포도를 선별해 생산
마주앙 라센느 프랑스 현지에서 엄선, 생산한 정통 스파클링 와인
마주앙 카버네소비뇽 캘리포니아산 와인 최초로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식 마크 획득
마주앙 파우치(레드, 화이트) 250ml의 용량과 파우치 패키지로 높은 휴대성을 갖춘 와인
마주앙 미사주 로마교황청 승인을 받고 한국 천주교에 공급하는 미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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