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호

〈새 연재〉 소문난 자치 리더

“청년 일자리 확대, 성공 넘어 감동”

염태영 수원시장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7-08-27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국 기초단체(시·군·구) 중에서 경기도 수원시는 특별하다. 인구 125만으로, 최다인구의 기초단체다. 울산광역시보다 더 많다. 또한, 수원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다. 덩치만 큰 게 아니라 내실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수원은 기초단체의 맏형으로 통한다. 수원이 어떤 것을 시작해 결과가 좋으면 다른 시·군이 따라 한다.

    염태영 시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수원시정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일자리 창출’에서 발군의 성과를 내어 3년(2015~17년) 연속으로 ‘전국 지자체 일자리 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원컨벤션센터, 수원고등법원 같은 도시의 성장 동력이 될 만한 대형 시설물을 갖춰가고 있고 ‘분당보다 낫다’는 광교신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수원 토박이인 염 시장은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에서 회사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직장을 관두고 환경운동에 투신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함께 일하게 됐고 결국 행정가로 변신했다. 8월 10일 시청에서 염 시장을 만났다.    



    “숙명 같은 곳”

    평범하지만은 않은 삶을 산 것 같은데요. 농화학과에서 환경으로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서울대 농대는 지금 관악캠퍼스로 합쳐졌지만 예전엔 수원에 있었어요. 제가 살던 데에서 멀지 않은 데에 캠퍼스가 있었죠. 당시 국립대 한 학기 학비가 10만 원 수준으로 사립대보다 훨씬 낮았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소년가장이어서 농대를 갔고요. 농화학과는 그때 취업이 아주 잘되는 유망한 과였어요. 1970~80년대 좋은 회사라는 게 제일제당, 미원 이랬거든요. 화학을 공부하다 전공과 관련이 있는 좀 더 현실지향적인 분야를 발견했는데 그게 환경 분야였죠. 재학 중 환경기사 자격증을 땄고 졸업 후 삼성건설에 취업했어요. 거기에서도 환경 관련 업무를 봤죠.”

    보통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결혼하고 집 사고 자녀 낳아 교육하면서 그럭저럭 살게 되는 데요.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한 10년 삼성에 있었죠. 그동안 제 동생 두 명 뒷바라지해 취업까지 시켰어요. 이렇게 소년가장 역할을 어느 정도 끝내고 난 뒤에 그전부터 하고 싶었던 환경운동을 전업으로 하게 된 거죠. 삼성에서 기술사 자격증도 땄고.”

    그 시절부터 공적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네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선 누군가 환경운동을 해야 한다고 봤어요. 집안 살림은 교사인 아내의 수입으로 어떻게 되겠지 싶었죠. 저의 조상은 250년 전 경북 상주에서 수원으로 왔대요. 저는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대학까지 마쳤고 이후에도 수원에서 줄곧 살면서 서울의 직장에 통근했어요. 환경운동도 수원에서 하기로 했죠.”

    수원에서 환경운동을 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요?
    “수원은 제게 숙명 같은 곳이죠. 기술사 중에 환경운동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중앙의 ‘환경운동연합’ 같은 곳에서 제게 같이하자고 했죠. 그러나 제겐 수원의 환경문제가 더 중요했어요. ‘수원환경운동센터’라는 단체를 하나 만들어 지역 환경운동의 모델이 되고자 했어요.” 

    염 시장은 지역 환경운동가로서 자연형 하천 조성 운동, 수원천 복개 반대 운동, 팔달산 관통도로 건설 반대 운동, 노송지대 살리기 운동, 교사-학생 대상 환경교육을 펴나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방의제21 전국협의회를 이끈 것이 계기가 되어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 상근자문위원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만나면서 염 시장의 삶에 또 한 번 변화가 찾아왔다.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책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공공일자리 확대’라는 사회적 화두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수원시 사례는 공공일자리 확충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죠.”

    귀가 쫑긋해질 만한 이야기인데요.
    “대기업은 10조 원을 투자해도 일자리 1000개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자동화로 가기 때문이죠. 반면, 공공기관은 1조 원으로 일자리 1만 개를 만들 수 있죠. 취업이 어려울 땐 공공영역이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저희 대표적 사례가 ‘학교 사회복지사’죠. 초중고교 학생들이 이성 문제,  왕따 문제, 폭력 문제, 학업 문제, 부모와의 갈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양호교사가 학생들의 신체적 치료를 담당한다면 사회복지사는 이들의 정신적 치료를 맡는 셈이죠. 저희는 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두도록 지원했어요. 200개 학교 중에 56개 학교가 신청해 사회복지사를 채용했어요.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요. 정부와 교육청이 제도화해주면 200개 학교 모두에 둘 수 있고 큰 학교는 두세 명을 둘 수 있죠. 전국으로 확대하면 상당한 공공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기초단체가 세금 낭비 없는 공공일자리를 더 잘 만들어낼 수 있겠군요. 그런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쓴 책에 수원 이야기가 나온다면서요?
    “그 책에 ‘생태교통 2013’이라는 우리 시의 ‘도시재생’ 정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한 달 동안 수원시 행궁동 구도심의 특정 지역에서 주민들이 차 없이 생활하도록 했어요. 성공리에 끝나자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에서 따라 해요. 동네의 차를 모두 외곽의 주차장에 빼놓습니다. 대신 자전거나 전기자동차를 이용하죠. 차 없이 생활하니 당연히 불편이 따르죠. 이를 감수하는 대신 이 지역은 가로 환경을 정비해줬고 걷고 싶은 도로를 만들어줬어요.”

    그 효과는?
    “차 없는 한 달 동안 100만 명이 그 동네를 찾았어요. 점집만 있던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유엔 헤비타트’로부터 ‘도시대상’을 받았죠.”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도시

    2016년 7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수원을 찾았다. 8월 24~25일엔 한·중·일 환경부 장관 회의가 수원에서 열린다. 세 나라 환경부 장관이 함께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원시가 행사를 유치했다고 한다. 시는 노면전차인 트램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염 시장은 지방자치 혁신을 주문한다. 그는 “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넘겨줘야 한다. 그러면 훨씬 빨리 수원을 ‘살고 싶은 도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