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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리포트

在中 탈북여성 “성폭행, 인신매매, 2중결혼, 자식과 생이별…차라리 탈북 말리고 싶다”

  • 글: 강차연 서울여대 강사·문학 박사

在中 탈북여성 “성폭행, 인신매매, 2중결혼, 자식과 생이별…차라리 탈북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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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친척을 탈북시킬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54.8%의 여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탈북생활을 후회하고 있었다. 중국 공안의 단속에 쫓겨 항상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고통스러운 삶에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여성도 적지 않았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오려는 여성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18세에 탈북했다 인신매매 브로커에 끌려 농촌으로 팔려가 2년간 생활하다 탈출, 유흥업소 생활을 하면서 한국행을 준비하던 김미란(가명·21)씨의 말이다.

“여자들은 몸이나 버리고 인생에서 타락하기가 십상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말리고 싶습니다. 그저 어떻게든 살 수만 있다면 중국에 나오지 말라고 간절히 말리고 싶어요. 나오게 되면 사람 망가지는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처벌없이 관대하게 받아준다면 다시 돌아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58%의 여성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처음 탈북했을 때와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탈북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주로 30대 후반~40대가 많았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나왔다는 이기순(가명·42)씨의 말이다.

“여기(중국)는 우리가 살 나라가 아니란 말입니다. 난 정말 여기 온 거 많이 후회합니다. 지금도 조선으로 가고 싶은 생각 많이 납니다. 조선에서 나를 용서만 해준다면 오늘이라도 가겠습니다. 정말입니다. 굶더라도 가겠습니다.”

인신매매 당한 탈북여성 중에는 중국으로 넘어온 뒤 팔려간 경우도 있지만 북한에서부터 브로커들의 꾐에 빠져 중국으로 넘어온 경우도 있다. 특히 1999년까지는 인신매매범이 대부분 북한 사람이었다. 북한에서 한 동네에 살던 사람이나 안면이 있는 사람이 접근해 중국에 취직을 시켜주거나 돈 벌 수 있는 자리를 알선해준다고 속여 탈북시킨 후 중국인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단신으로 탈북한 경우에는 도강(渡江) 후 조선족에게 붙잡혀 팔리기도 하고, 안내인과 함께 탈북했는데 이 안내인이 탈북자 인신매매범인 경우도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가 인신매매범으로

탈북 생활 5년째인 이정희(가명·30)씨는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면서 중국에서 넘어온 밀수품을 판매해왔다. 물건을 대주는 북한 사람이 중국에 가면 물건을 싸게 사올 수 있다고 해 그 말을 믿고 국경을 넘게 됐다고 한다.

“조선 여자들이 속아서 넘어온 경우도 많아요. ‘중국에는 홀아비가 많으니까 여자를 데리고 오라’는 말을 듣고는 탈북자들이 선돈(선불금)을 받아먹고 조선에 들어가서 여자들을 이런저런 방법으로 홀려서 데려온단 말입니다. 데리고 갈 때는 ‘중국에 나가야 돈을 번다’고 꼬이지요. 그래서 그 말을 믿고 중국에 들어오면 그날 저녁에 데리고 잔 뒤 다음날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면서 중국인에게 팔아버리는 거죠.”

1999년부터는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들을 되파는 형태도 나타났다. 단속요원으로 위장한 인신매매범들이 농촌에서 결혼해 잘 살고 있는 탈북여성까지 납치해 다른 곳으로 팔기도 했다. 무려 7~8번이나 팔려다닌 여성도 있었다. 일가족이 탈북한 경우 함께 공모해 아내가 딸, 누이를 팔아넘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빼내와 다른 곳에 팔기도 했다. 또 인신매매 당한 여성이 나중에 인신매매범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인신매매 당한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을 탈출한 여성은 자신이 팔려가는 것을 대부분 모른다. 인신매매범이 자신을 숨겨주고 신변을 보호해준다고 생각해 오히려 고마워했다는 게 강인자(가명·35)씨의 설명이다.

“세상에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조선에서 우리는 사람 팔고 사고 하는 걸 들어도 못 봤지. 난 그때 내가 상품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단 말이야요. 그런데 중국에 들어오니까 그 사람들이 ‘너 어느 집에 시집가라. 시집가면 좋다’고 하길래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에 이런 고마운 사람이 있겠는가’ 라고 생각했단 말입니다.”

탈북 여성이 남성보다 중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미혼여성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편과 자식이 있는 기혼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북한 주민이 탈북하던 초창기에는 중국 당국에서도 농촌으로 시집간 탈북여성에 대해선 엄격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혼여성뿐 아니라 기혼여성도 결혼을 선택했다.

탈북여성이 현지인과 결혼한 것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가부장적 사회인 북한에서 억눌려 있다 중국으로 나온 뒤 도덕성이 무너진 결과일 수도 있다. 실제로 조사대상 중에는 돈을 벌기 위해 남편의 동의하에 중국 남자에게 시집가려고 계획중인 여성도 있었다. 이렇게 기혼 여성이 다시 결혼해 중국 남편과의 사이에서 자녀를 낳으면 북한과 중국에 따로따로 가족을 갖게 된다. 북한에도 남편과 자녀를 두고 중국에도 남편과 자녀를 두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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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차연 서울여대 강사·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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