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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일파만파 육군 장성진급비리 수사내막

“국방장관, 수사팀에 직접 ‘장성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했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일파만파 육군 장성진급비리 수사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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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과에서 심사자료 작성 등 핵심 업무는 중령인 진급계장이 맡고 있다. 전통적으로 진급과장엔 비육사 출신이, 진급계장엔 육사 출신이 임명돼왔다. 이런 역학관계 때문에 인사시스템을 아는 장교들은 ‘진급과에서는 계장이 과장보다 실세’라고 말한다. 주요 사안의 경우엔 진급계장이 직접 인사관리처장에게 보고하기도 한다는 것.

소문만 무성하던 진급과의 비리의혹은 2000년 6월 군검찰 수사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다. 당시 육본 고등검찰부는 진급청탁과 관련해 진급계장 문모 중령과 인사운영실 소속 김모 중령을 각각 1000만원,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이 수사는 숱한 의혹만 남긴 채 흐지부지 끝났다. 수사팀 주변에서는 진급비리 관련자가 100명에 이르고 장성들의 진급비리혐의가 포착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수사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고, 두 사람이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전역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 축소·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군검찰 고위관계자가 군 고위층 압력에 굴복해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는 게 군내 정설이다.

진급선발위원회에 간사로 배석

진급과의 영향력이 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진급심사자료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진급인사의 첫 단계가 바로 진급과의 심사자료 작성이다. 진급과는 인사운영실에서 넘겨받은 장교 개개인의 인사파일을 근거로 해 심사자료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 기무사가 보관하고 있는 비리 관련 자료가 중대한 변수가 된다.



작성된 자료는 진급선발위원회에 제출되기 전 인사검증위원회를 거친다. 지난해 남 총장 취임 직후 신설된 인사검증위원회는 11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은 대령이다. 이 기구는 말 그대로 심사자료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증한다. 하지만 인사부서의 최고위직인 인사참모부장과 차상위직인 인사관리처장이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어 객관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인사검증위를 거친 진급심사자료는 갑·을·병 진급선발위원회로 넘어간다. 세 위원회에서 모두 추천을 받은 사람은 1순위로 진급이 거의 확정되지만 한두 위원회에서만 추천될 경우 최종심인 선발심의위원회 조율을 거쳐 결정된다.

진급과의 힘이 센 또 다른 이유는 진급과 장교들이 각각의 선발위원회에 간사 자격으로 참석해 위원들에게 자료내용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장성진급인사의 경우 인사관리처장, 진급과장, 진급계장이 각 위원회에 간사로 배석한다.

선발위원회 위원은 진급대상자보다 한두 계급 높은 장교들로 구성된다. 예컨대 준장 진급의 경우 소장과 준장이 위원을 맡고 위원장은 중장 또는 소장이 맡는다. 또 최종 선발심의위원회에는 갑·을·병 선발위원회 위원장 3명이 위원으로 참석한다. 위원장은 선임 중장이 맡는다.

선발심의위원회가 추천한 진급대상자 명단은 참모총장 결재를 거쳐 국방부로 올라간다. 영관장교 진급인사는 국방부 장관의 결재로 확정된다. 반면 장성 진급인사의 경우 국방부 제청심의위원회 심의와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거친 후 마지막으로 대통령 재가를 받아 확정된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급과의 심사자료 작성과정에는 업무체계상 군 고위층의 의중이 반영될 공산이 크다. 영관장교 진급인사는 인사관리처장이, 장성 진급인사는 인사참모부장 이상의 고위직이 주관하는 것이 관례다.

인사업무에 정통한 한 영관장교는 “진급과에서 미리 될 사람, 안 될 사람을 구분해 만든 자료를 선발위원회에 제출하기 때문에 진급심사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육본 인사참모부 근무경력이 있는 한 예비역 장교는 “윗선에서 누군가를 진급시키거나 떨어뜨리려면 진급과를 통해 불리하거나 유리한 기록을 빼거나 고치면 된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내용은 이들의 증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수사의 주요 성과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진급예정자 명단은 진급과 실무자인 C중령이 만든 것이다. 군검찰은 육본 인사참모부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원해 이 문서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 제목은 ‘임관부문별 유력경쟁자 현황’. 군검찰에 따르면 C중령이 이 문서를 처음 만든 것은 2004년 3월이다. 준장 진급정원 52명의 2~3배수에 해당하는 명단이었다.

7~9월경엔 정원에서 2명 모자라는 50명의 진급예정자 명단에 동그라미가 표시됐다. 2명이 빠진 것은 기무사 추천 몫이었기 때문이다. 진급심사 이틀 전인 10월3일엔 기무사 추천 몫 2명을 포함해 진급정원과 같은 52명의 진급유력자 명단이 작성됐다.

이 명단은 갑·을·병 심사위원회와 최종심의를 하는 선발심의위원회 및 국방부 제청심사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올라간 준장 진급후보자 명단과 거의 똑같았다. 심사 당일 최종 작성된 명단에 오른 대령 52명 중 기무사 추천 2명을 제외한 50명이 진급했다. 기무사 소속 진급후보자 2명이 바뀐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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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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