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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한나라당, 백가쟁명 노선투쟁

온건개혁파, ‘수구꼴통’과 결별 시도 소장파는 온건개혁파에 ‘정풍’ 압박

  • 글: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yw11@donga.com

한나라당, 백가쟁명 노선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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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온건개혁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도부가 명운(命運)을 건 당 개혁이 무늬만 바꾸는 겉치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과 타협해버리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는 절박감도 배어 있다.

우선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 진영이 재창당 수준의 당 개혁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물론 노선 투쟁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들은 박 대표 체제의 온건개혁론에 날을 세운 느낌이다. 최근 불기 시작한 ‘뉴 라이트(New Right) 운동’이 이들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이 소속된 국가발전전략연구회는 12월11일 경주에서 뉴 라이트 운동을 주도하는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 서경석 조선족교회 목사 등과 토론회를 갖고 한나라당에 대한 자성의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계동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제 정풍(整風)과 같은 자기 혁신이 있어야 하며 새로운 사람을 들여야 한다”고 했고, 홍준표 의원도 “당내 파괴와 해체를 통해 혁명에 나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재오 의원은 이에 “한나라당은 인적쇄신 등 혁명을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차기 대권주자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노선투쟁의 지향점을 더욱 분명히 했다. 손 지사는 12월13일 당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한나라당의 주도세력이 미래지향적 자유주의 세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아무리 새 피와 젊은 피를 수용하더라도 낡은 틀로는 안 된다. 당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지사의 행보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노선 투쟁에 대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여기엔 민주화운동 경험과 도정(道政) 경험을 아우른 자신의 리더십이 당의 미래지향적 방향과 맥이 닿아 있다는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사태를 관망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시장도 뉴 라이트 운동을 주도하는 K목사 등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국 상황에 따라 자기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시장과 손 지사가 비주류 강성그룹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당 개혁이 미적지근할 경우 노선 투쟁은 걷잡을 수 없는 내분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근혜, 이회창·최병렬 전철 밟나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박 대표를 겨냥해 노선투쟁의 기치를 든 것은 박 대표 주변에 강경 보수성향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최근 박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대응이 노선투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것.

박 대표가 국가보안법 정국에서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 당론 철회가 없으면 대안 논의도 없다”며 여야 절충의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 단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국보법 사수(死守)에 매몰되면서 국보법의 전향적 개정 가능성을 내비치던 ‘개혁성’이 실종됐다는 설명이다.

홍준표 의원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국보법 (처리) 국면이 박근혜 체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쇄신운동이나 신(新)정풍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와 관련, 당내에선 박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나 최병렬 전 대표와 비슷한 3단계 코스를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총재와 최 전 대표의 전철을 박 대표가 밟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것.

이 전 총재와 최 전 대표는 ‘개혁성’을 앞세워 당권 탈환에 성공했으나 곧바로 대세론에 안주했다. 당내 다수파의 기반 굳히기에 빠져들수록 역설적으로 그들의 무기인 개혁성은 퇴색해갔다. 끝내 이들은 국민으로부터 ‘가장 비개혁적’이란 불명예를 안고 물러나야 했다. 이 전 총재는 2002년 초 ‘당권·대권 분리’ 논의를 거부하면서 ‘비개혁적’이란 낙인이 찍혔고, 최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결단을 주저하다가 소장파의 역풍에 부딪쳐 낙마했다.

당내에선 박 대표도 최근 2단계인 ‘대세론’ 안주 국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하다. 자칫 자파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데 급급해 획기적 당 쇄신의 끈을 놓칠 경우 박 대표를 따라다니는 ‘대중적 인기도’도 ‘찻잔 속에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소장파 정치학자는 “박 대표는 한나라당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던 ‘이회창 체제’에 맞서 과감하게 ‘NO’를 외쳤다. 이런 ‘강단’이 국민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줬던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 박 대표는 정쟁의 늪에 빠지고 자파 의원을 확보하는 데 급급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를 지지하는 주류 진영에서도 이 같은 시각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박 대표의 ‘상품성’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현실과 타협하는 듯한 보수 일변도 행보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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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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