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경제 포커스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칠레와는 ‘몸풀기’, 게임은 지금부터

  • 글: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3/4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아세안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한편 동아시아의 지역주의는 중국과 일본이 역내 주도권 경쟁 차원에서 FTA 체결을 선도하고 있다. 2001년 11월 중국은 아세안과의 FTA 추진을 제안, 협상을 주도해 3년 만에 모든 협상을 타결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일본 역시 아세안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세안(ASEAN)+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주창해왔으나, 아세안과의 FTA에 대해서는 2002년까지 우리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허브로 발전하려는 아세안은 2002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에 FTA 검토를 공식 제안했으나, 당시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리 국무총리가 농업의 민감성을 이유로 거절함으로써 한때 양 지역간 관계가 냉랭해지기도 했다.

당시 동아시아비전그룹(EAVG), 동아시아연구그룹(EASG) 등을 제안해 동아시아 경제협력 논의를 주도하고, 국제 사회에 개방과 개혁 의지를 표방해온 우리 정부의 변화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국내 언론에서 총리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총리는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정상회의에서의 발언을 뒤엎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동아시아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말레이시아에 있었고, 총리의 그러한 발언에 대해 아세안 학자들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對)아세안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한 정부는 서둘러 아세안과의 FTA를 추진하기로 했다. 2003년 양 지역간 FTA 검토를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회를 설치하기로 했고, 2004년 양 지역의 통상정책 담당자,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은 한-아세안 FTA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지난 11월 노무현 대통령은 라오스 비엔티안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공식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그러나 아세안과의 FTA는 우리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세안 10개국이 우리나라와의 협상에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다 아세안 국가들이 자체 협상안을 만들기에 시간적인 여유도 많지 않다. 아세안 국가들도 각기 일본, 인도 등과의 FTA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태국, 베트남 등 일부 아세안 국가는 농산물 수출국이므로 농업분야 개방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개연성도 크다. 이 부분도 정부가 굳건한 정책의지와 더불어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일본, 멕시코, 아세안 외에도 우리 정부는 캐나다, 인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스위스·노르웨이 등이 회원국), 중남미공동시장(MERCOSUR,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이 회원국), 미국, 중국 등과 FTA를 추진하고 있다. 머지않아 모두 10개의 FTA를 동시에 추진하게 된다는 말이다.

얼마 전 서울에 주재하는 어느 나라 대사관의 경제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대뜸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FTA 추진 소식이 들리는데, 과연 한국정부에 FTA 추진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외국인들이 이럴진대, 우리 국민이 정부가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FTA 시대를 준비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우리는 칠레와 FTA를 맺을 때 온 나라가 떠들썩할 만큼 정치사회적 갈등을 겪지 않았던가.

농업 구조조정 서둘러야

우리나라가 총 20여 국가와 10개 FTA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칠레와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 반(反)FTA 정서가 전국을 휩쓸었던 점에 비추어 정부의 FTA 추진 정책방향 및 경제적 효과 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작업을 먼저 펼쳐나가야 한다.

또한 농업을 비롯해 국내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5~10년 후 우리 산업이 지향해야 할 장기적 비전 아래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 점진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할 분야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산업경쟁력은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즉 현재 경쟁력이 없더라도 앞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와의 FTA는 농업 문제가 끼어들지 않아 별 문제 없이 수월하게 타결됐다. 그러나 일본 이외 다른 지역과의 FTA는 대부분 국내 농업의 구조조정을 수반할 것이다. 따라서 FTA이행특별법에 따른 1조5000억원과 농업구조조정 지원금 119조원 등 농업분야 지원금을 활용해 농업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향후 농업정책은 농업 지원에서 농촌 지원으로, 생산 지원에서 생계 지원으로, 정부 개입이 아닌 시장기구를 통한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관세가 철폐되면 생산자의 가격경쟁력이 관세율만큼 약화되고, 취약산업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개별기업 관점에서 보면 구조조정은 손실이 되지만,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것이 될 수도 있다.

3/4
글: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목록 닫기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