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푹 익힌 갈비찜을 꺼내는 조 국수.
조 국수는 타고난 승부사다.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여유롭고 사람 좋은 평소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는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상대가 좀 약하다고 봐주는 법도 없다. 본인은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지만, 철저히 짓밟히는 상대방은 기가 질린다. 그냥 ‘전신’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그의 기풍(棋風)은 한마디로 평하기 어렵다. 그나마 가장 잘 표현했다는 바둑 관전기자 박치문씨의 평이다.
“지극한 평화주의자처럼 매우 부드럽게 전진한다. 상대가 여유 있는 포즈를 취하면 어느새 옆구리를 아프게 조여놓고 상대가 온몸을 긴장시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허공을 본다…조훈현은 단창의 명인이다. 나뭇가지 끝에서 살랑거리다가 상대의 세력 곁을 민첩하게 스쳐지나간다. 이윽고 균형이 깨진 뒤 상대가 정치(精緻)하지 못한 공격을 감행해올 때 빠른 창으로 꿰뚫어버린다.”
조 국수의 이런 기풍은 스승 세고에의 가택에 머물며 가르침을 받던 10년 세월에 갈고 다듬어진 것이다. 반상의 전투를 위해서는 정신력만큼 체력도 중요하다. 일본 문하생 시절 조 국수가 체력을 기르기 위해 즐겨 먹던 음식은 쇠갈비찜. 때문일까. 그의 쇠갈비찜 요리법은 조금 남다르다.

애완견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 국수와 딸 윤선. 명견 아프칸하운드(종)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바둑명인 집 개 3년이면 훈수를 두게 될런지…
무와 당근 등 야채와 표고버섯은 다듬어 적당한 크기로 썰고, 밤과 대추, 은행은 껍질을 벗기고 잘 씻어 갈비국물에 넣어 조린다. 소스나 다름없다. 준비가 끝나면 익힌 갈비 위에 소스를 부어 먹으면 된다. 대개 고기와 야채를 함께 넣어 익히는 경우가 많은데, 조 국수의 집에서는 따로따로 익히는 것이 특징이다. 맛도 독특하다. 소스와 함께 익히지 않아 고기 본래의 맛이 살아 있다. 갖은 야채와 버섯, 대추 등에서 우러난 향도 훨씬 풍부하다.
조 국수에게는 삶의 원칙이 있다. 놀 때든 공부할 때든 바둑을 둘 때든, 언제든지 최선을 다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못 지킬 약속은 아예 하지 않는다.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이런 원칙은 스승 세고에로부터 배운 정신세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가슴속에는 스승이 남긴 두 가지 가르침이 깊이 새겨져 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것과 ‘사랑과 예술에 국경이 없듯이 바둑에도 국경이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