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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조훈현 국수의 쇠갈비찜

고기 먹고 야채 먹고, 밥상 위 꽃놀이패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조훈현 국수의 쇠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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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국수의 쇠갈비찜

푹 익힌 갈비찜을 꺼내는 조 국수.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이 길만 걸었습니다. 성공한 삶이지만 돌아보면 아쉽죠.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니까요.”

조 국수는 타고난 승부사다.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여유롭고 사람 좋은 평소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는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상대가 좀 약하다고 봐주는 법도 없다. 본인은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지만, 철저히 짓밟히는 상대방은 기가 질린다. 그냥 ‘전신’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그의 기풍(棋風)은 한마디로 평하기 어렵다. 그나마 가장 잘 표현했다는 바둑 관전기자 박치문씨의 평이다.

“지극한 평화주의자처럼 매우 부드럽게 전진한다. 상대가 여유 있는 포즈를 취하면 어느새 옆구리를 아프게 조여놓고 상대가 온몸을 긴장시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허공을 본다…조훈현은 단창의 명인이다. 나뭇가지 끝에서 살랑거리다가 상대의 세력 곁을 민첩하게 스쳐지나간다. 이윽고 균형이 깨진 뒤 상대가 정치(精緻)하지 못한 공격을 감행해올 때 빠른 창으로 꿰뚫어버린다.”

조 국수의 이런 기풍은 스승 세고에의 가택에 머물며 가르침을 받던 10년 세월에 갈고 다듬어진 것이다. 반상의 전투를 위해서는 정신력만큼 체력도 중요하다. 일본 문하생 시절 조 국수가 체력을 기르기 위해 즐겨 먹던 음식은 쇠갈비찜. 때문일까. 그의 쇠갈비찜 요리법은 조금 남다르다.

조훈현 국수의 쇠갈비찜

애완견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 국수와 딸 윤선. 명견 아프칸하운드(종)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바둑명인 집 개 3년이면 훈수를 두게 될런지…

먼저 갈비의 기름을 떼어내고 5cm 크기로 잘라 물에 담가 핏기를 뺀다. 그리고 고기 토막 중간에 칼집을 낸다. 양념장은 맛술과 간장, 설탕, 다진 마늘, 파, 참기름, 깨소금, 후추, 생강즙 등을 섞어 만든다. 손질된 갈비에 양념장을 붓고 버무린다. 중간에 참기름을 조금 넣으면 맛이 한층 고소해진다. 양념된 갈비는 30분 정도 재웠다가 냄비에 넣어 푹 익힌다.



무와 당근 등 야채와 표고버섯은 다듬어 적당한 크기로 썰고, 밤과 대추, 은행은 껍질을 벗기고 잘 씻어 갈비국물에 넣어 조린다. 소스나 다름없다. 준비가 끝나면 익힌 갈비 위에 소스를 부어 먹으면 된다. 대개 고기와 야채를 함께 넣어 익히는 경우가 많은데, 조 국수의 집에서는 따로따로 익히는 것이 특징이다. 맛도 독특하다. 소스와 함께 익히지 않아 고기 본래의 맛이 살아 있다. 갖은 야채와 버섯, 대추 등에서 우러난 향도 훨씬 풍부하다.

조 국수에게는 삶의 원칙이 있다. 놀 때든 공부할 때든 바둑을 둘 때든, 언제든지 최선을 다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못 지킬 약속은 아예 하지 않는다.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이런 원칙은 스승 세고에로부터 배운 정신세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가슴속에는 스승이 남긴 두 가지 가르침이 깊이 새겨져 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것과 ‘사랑과 예술에 국경이 없듯이 바둑에도 국경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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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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