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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리포트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끊임없는 몸놀림, 칼 같은 세 끼, 젊은이 앞에서 ‘폼’잡지 않기…

  • 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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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박상철 교수는 2001년부터 여름방학 때마다 백세인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특별한 건강 체질이 아니지만 성격이 내성적인 덕분에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경남 함안의 한 할아버지다.

“그 지역에 90세 넘은 할아버지가 그 양반 딱 한 분인데, 장수하는 이유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에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오래 산다는 겁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서로 어울리기를 좋아해 친구들끼리 모여 소주 안주로 민물고기를 잡아먹곤 했는데 대부분 간암으로 죽었어요. 남과 어울리는 것이 싫어서 무리에 끼지 않았던 그 할아버지만 장수하고 있죠.”

박 교수는 “늙었다고 해서 생산성이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강원도 양구의 노인회관 할아버지들은 고령에도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줬다.

“노인회관 할아버지들이 커다란 상에 술과 먹을거리를 차려놓고 우리 연구팀을 불렀어요. 먹고 나서 얼마간 감사 표시를 하려고 했더니 일절 받지 않더라고요. 알고 보니 노인회관에 모이는 고령자 25명이 소일삼아 가마니도 짜고 지게도 만들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나 인터넷을 통해 꽤 많이 팔렸던 거예요. 그 돈으로 일년에 해외여행을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백세인’ 연구팀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고령자는 1296명. 여자는 100세 이상, 남자는 95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개인의 건강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가족간 사랑, 어른에 대한 공경, 효성이 장수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전북 진안에 사는 107세 할머니는 큰방을 쓰세요. 할머니가 집안 어른이기 때문에 큰방을 써야 한다는 아들 내외의 효성 때문이죠. 할머니는 슬하에 9남매를 뒀고 아들 내외도 8남매를 낳았는데, 그러다보니 할머니 아래로 자손이 200명이 넘어요.

전남 나주에 사는 105세 할아버지의 82세 아들은 효성이 더 지극합니다.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는데, 아들은 지금도 아버지와 세 끼 밥을 같이 먹고 있어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매끼를 한 밥상에서 먹는다는 것은 보통 효성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지요.

인천의 한 할아버지는 아파트 경비로 일하는 아들과 궂은 일하며 품삯을 받는 며느리와 함께 반지하방에서 가난하게 살아요. 그런데 끼니 때가 되면 밖에서 일하던 며느리가 돌아와 할아버지 밥상을 차려드리죠.

서울 효창동에 사는 109세 할머니는 노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큰며느리 대신 손주 며느리가 모시는데, 정말 효손부예요. 적지 않은 나이에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앞에서 ‘재롱’까지 피워가며 얼마나 극진히 모시는지 몰라요. 이분들이 장수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가족에 있습니다.”

물론 가족의 보살핌 없이 혼자 사는 고령자도 많다. 백세인 중엔 독거노인이 8%나 된다. 이런 경우 장수의 해답은 가족이 아니라 이웃이 쥐고 있는 셈이다.

“전남 담양의 한 할머니 댁에 갔더니 동네 아줌마 열댓 명이 빙 둘러앉아 있더라고요. 우리 연구팀이 간다니까 소문 듣고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 아줌마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할머니 댁에 모인다는 거예요.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는데, 젊어서 동네 궂은 일을 도맡아하던 양반이었어요. 동네사람 가운데 할머니한테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은인으로 생각하고 매일 할머니 댁으로 위로방문을 하는데, 이게 할머니의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한국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과 국제노화학회장을 역임한 박상철 교수는 항(抗)노화나 생명연장에는 관심이 없는 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수명연장 대신 수명을 극대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고령에도 정상에 가까운 신체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적 장수’를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수명연장이란 목적으로 오래 사는 것과 보람 있게 사는 것은 달라요. 내 관심은 후자에 있어요. 그래서 수명연장 실험은 안 합니다. 초파리가 수명 며칠 는다고 뭐할 겁니까. 주어진 생명 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그래서 ‘건강하고 멋지고 당당하게 늙자’고 말해요. 노화는 생명체가 보여주는 진지한 노력의 과정이에요. 노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장수문화를 정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새로운 장수문화 정립할 때

박 교수는 2004년 5월 미국, 일본 등 20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백세인연구단 회의에서 또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가족, 환경생태, 경제지리적 변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한 ‘한국의 백세인’ 연구결과를 발표해 호응을 얻은 것. 게다가 즉석에서 차기 회장직을 지명받는 뜻밖의 수확도 거뒀다. 일본 대표가 내심 차기 회장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던 박 교수는 자신의 후임 회장으로 일본인 교수를 지정한 후에야 회장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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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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