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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양사 ‘벨 에포크’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 글: 표정훈 출판평론가 medius@naver.com

서양사 ‘벨 에포크’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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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이러한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아인슈타인의 설명대로라면 기구의 실제 길이라든가 기구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 따위의 관념은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받을 수 없다. 그것은 다만 측정 행위의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절대 공간 또한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일반 상대성이론과 함께 공간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움직이고 있는 좌표계의 수만큼 공간이 있는 셈이었으니까.”

국제정치 분야에 관한 저자의 통찰도 흥미롭다.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가 외교 실패이고, 그 실패는 당시 외교관들이 새로운 기술인 전자통신의 방대한 분량과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말한다. 마치 구식 기병대 장교들이 앞뒤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말을 타고 용감하게 적진으로 돌진할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당시 외교관들도 직접 만나 격식을 차린 대화를 나누는 구식 외교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새삼 두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먼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일어나는 큰 변화, 정보기술(IT) 혁명으로도 일컬어지는 이 변화의 전체적인 모습과 세부적인 양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물론 어떤 현상이나 시대에 관한 완전한 분석은 그 현상이나 시대가 지나간 다음에야 가능하지만, 오늘날을 사는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그저 몸을 맡기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즉 스티븐 컨이 시도했듯 세부적인 조각들을 맞춰가면서 우리 시대의 전체적인 변화의 모습을 그려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강단 학문의 엄격한 제한을 뛰어넘고, 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분야의 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역시 과거 어느 시대에 대해 스티븐 컨과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예컨대 최근 국문학계의 근대문학사 분야와 국사학계의 근현대사 분야 소장 연구자들은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를 시대 범위로 하는 근대성 문제에 주목한다. 정치사와 외교사가 아니라 사회사와 문화사에 더 큰 비중을 두고자 하는 흐름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우리 역시 한국사의 특정 시대를 주제로 하여 이 책의 저자가 보여준 스칼라십에 필적하는, 아니 능가하는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이카로스의 후예 운운했다. 그렇다면 이카로스의 후예 스티븐 컨이 만든 밀랍으로 붙인 날개, 즉 이 책은 과연 태양열에 녹지 않고 성공적인 고공비행을 했는가?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이다. 저자 자신이 경계했던 “억지로 연결지어 나열하는 위험에 빠져버렸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일관된 주제 의식을 통해 연결지어 튼튼한 매듭을 지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화적으로 일관된 덩어리

필자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저자의 의도 자체가 무언가 결정적이고 분명하며 확고한 결론 혹은 이론을 세우는 데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코 ‘억지스런 연결과 나열’이 아니며, 그렇다고 ‘튼튼한 매듭을 지어놓은’ 것도 아니다. 다만 매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실마리를 느슨하면 느슨한 대로, 튼튼하면 튼튼한 대로 서술하고 보여줄 뿐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문화적으로 볼 때 대체로 일관된 덩어리”를 독자에게 제시한 것이다. 그 덩어리를 제 나름의 결대로 풀어보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신동아 200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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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표정훈 출판평론가 medi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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