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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北·美 벼랑끝 대치, 해법은 없나

‘공고해진 원론’에 맞선 평양의 ‘압박카드’… 한국 나서야 돌파구 열린다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hspaik@sejong.org

北·美 벼랑끝 대치,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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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들 연설의 특징을 분석해보면 부시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예전보다는 많이 대화할 것이라는 징후도 엿보인다. 그러나 한층 거시적으로 보면 대외정책의 철학적 배경, 외교안보정책의 기조, 정책의 우선순위가 크게 변하지 않은 한, 기본적으로는 1기 대외정책의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정황을 살펴볼 때 1기와 전혀 다른 외교안보정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라이스 국무장관의 지명에서도 볼 수 있듯 새로운 외교안보팀을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중심으로 인선했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 제1기 외교안보팀과는 다른 부분이다. 그 동안 네오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파월 국무장관이 떠나고,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충실히 따르는 충성파로 짜인 새로운 외교안보팀이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그 목소리가 어떤 방향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은 전반적인 외교안보정책의 틀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조된 ‘설득’, 그러나 정책변화는 없다

그렇다면 2기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가. 먼저 살펴볼 것은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우선순위다. 거칠게 말해 미국은 현재 이라크 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 순으로 외교안보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이란과 북한이 핵무기 야망을 버리고 평화의 길을 선택하도록 미국과 동맹국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을 쿠바, 미얀마, 이란, 벨라루스, 짐바브웨와 함께 ‘폭정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에 포함시켰다. 라이스 장관은 나탄 샤란스키의 저서 ‘민주주의의 경우: 폭정과 테러를 극복하는 자유의 힘(The Case for Democracy: The Power of Freedom to Overcome Tyranny and Terror)’에서 묘사된 ‘마을광장 시험(town square test)’을 적용해 이들 ‘폭정 전초기지’ 나라들을 ‘공포사회(fear society)’라고 규정한 바 있다. 공포사회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자유를 쟁취할 때까지 미국은 편히 쉴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마을광장 시험’이란 구성원이 마을 광장 한복판에서 구속이나 투옥, 신체적 위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수 있으면 ‘자유사회’요, 그렇지 않으면 ‘공포사회’라는 분류 방법이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취임연설에서는 특별히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2005년도 시정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 야망을 버리도록 설득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하게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설득하다(to convince)’라는 표현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인 노력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북핵 문제를 일단 6자회담의 틀에 묶어두고 미국이 먼저 양보하는 일 없이 6자회담 참여국들이 한 목소리로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게끔 공동압력을 가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재확인시켰다. 더욱이 그가 이란에 대해 사용한 매우 강력한 표현은 북한에 대한 간접적이지만 위력적인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실패한 평양의 ‘명분 찾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국은 자신이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두 가지 당근을 제공한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의 리더십은 이를 당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와 정권·체제전환(regime transformation)을 구별하면서 북한의 현 지도부를 붕괴시키거나 교체할 생각은 없고 단지 체제를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는 언급이 다른 하나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 문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군사·정치적으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듯하다. 북한은 미국의 ‘불침공’ ‘불공격’ 발언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안전보장과는 다른 것이며, 정권·체제전환이라는 것도 미국이 북한체제나 정권, 리더십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하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정권교체나 정권전환은 큰 차이가 없으며, 단지 시간 차이일 뿐이라는 상황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라이스 국무장관의 인준청문회 발언, 부시 대통령의 취임연설 및 2005년도 시정연설을 모두 듣고 난 후 보인 공식반응이 문제의 2월10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며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6자회담 불참 결정의 배경으로 미국이 자신과는 ‘절대 공존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책화하고 자신을 “적대시하다 못해 ‘폭압정권’이라고 하면서 전면 부정함으로써 미국과 회담할 명분조차 사라졌으므로” 자신들은 “6자회담에 더 이상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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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hspaik@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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