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6일 “지하 핵실험 장소 건설작업이 진행 중이며 최근 공정이 빨라졌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로 인해 초미의 관심지역으로 떠오른 함경북도 길주군. 그 가운데서도 1000m급 봉우리로 둘러싸인 용담노동자구 일대는 군 당국이 “1990년대 이후 갱도공사가 진행됐다”고 밝히면서 핵실험의 제1후보지로 거론됐다. 지난 5월27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단독으로 입수, 공개한다.
함경북도 길주군 북서쪽 산악지역 전경(큰 사진)과 이를 입체화해 남동쪽 각도에서 본 그래픽(작은 그림) 붉은색 네모부분을 각각 확대한 것이 뒤페이지의 정밀사진이다.
‘신동아’가 ㈜위아에서 입수한 위성사진은 미국의 상업위성 아이코노스가 5월27일 길주 북서쪽 일대를 촬영한 해상도 1m급 사진이다. ‘신동아’는 영상분석, 핵공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이를 정밀 판독했다. 결론적으로 핵실험 준비작업으로 볼 만한 움직임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곳곳의 갱도와 집단주거시설, 대형건물과 잘 닦인 도로는 한때 이 일대에서 국가 차원의 주요 사업이 진행된 바 있음을 시사했다.
불규칙적인 임동리 마을(사진①)에 비해 용담노동자구의 주거시설(사진②)은 반듯하게 줄지어 있어 계획적으로 건설됐음을 알 수 있다. 사진② 오른쪽 상단의 시설은 이 지역의 유일한 대형 건물로, 주변의 가옥 수를 감안하면 학교 등 공공시설로 보기는 어렵다.
온통 화재로 그을린 산등성이에서 확인된 갱도 입구들. 노란색 원 안에서는 작은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세 곳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사진③은 용담노동자구에서 7km 북쪽에 있는 갱도시설이다. 경사를 타고 올라가던 도로가 평탄한 곳에서 갑자기 꺾이는 지점(사진④)은 갱도입구를 위성에서 찍으면 흔히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준다. 도로가 갑자기 사라진 사진⑤ 역시 마찬가지다.
산속에 난 도로가 갑자기 끊기거나 큰 규모의 공터가 있어(붉은색 네모부분) 갱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⑦의 큰 그림자가 진 시설은 이 일대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수십m 높이의 인공구조물이다.
사진⑧의 건물 두 채(검은색 네모부분)는 갱도 입구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검문소로 보인다. 사진⑨의 구조물은 왼쪽에 관리용 건물이 있고 주변에 균일하게 나무가 심어져 있어 중요한 시설임을 알 수 있다. 사진⑩의 차량 그림자(검은색 원)는 이 곳이 ‘힘 있는 기관’임을 보여준다.
사진⑨와 ⑩은 용담노동자구 주변에 있는 시설물이다. 집단주거시설 서쪽 인근에 있는 사진⑨의 시설물은 용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모양새다. 색깔이 균일해 저수조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남대천 색깔과 달리 지나치게 검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장비 등을 검은색 위장막으로 덮은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용담노동자구의 남쪽에 있는 사진⑩의 시설물 역시 긴 건물이 줄지어 있고 공터가 있어 공공시설로 보인다. 검은색 원안에는 자동차로 보이는 몇 개의 장방형 물체가 나란히 서 있다. 평일 낮에 이렇듯 차량이 모여 있다는 사실은 활발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판독결과는 “길주에서 핵실험 준비 중”이라는 외신보다는 “과거에 광산이었으나 최근 분주한 움직임이 관측된 것은 아니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물론 이것이 북한이 아예 핵실험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우선 ‘길주’라는 지명이 잘못 전해진 것일 수도 있고, 최초 보도한 지 20일 이상 지난 뒤 촬영된 사진이므로 이미 준비가 끝났기 때문에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한편 자문에 응한 핵공학 전문가들은 양강도나 함경북도 북부 등 더욱 적합한 지역이 많은데, 반경 30km 안에 김책시를 비롯한 대도시와 주요전력망, 철도 등의 시설이 밀집한 길주를 핵실험 장소로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군사정보당국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대포동 미사일 시험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길주군을 핵실험과 연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자체가 평양 인근에서 제작되어 대포동 시험장으로 운반되는 만큼 거리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