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강남구 의회는 구 의원을 대상으로 정치 컨설팅 강의를 열어 예상외로 호응을 얻었다.
- 정당 활동의 모든 분야에 경영혁신 기법을 도입하자는 내용이었다. 구 의원부터 대통령까지 모든 정치인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한 단계 높은 고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치경영’이 필요하다.
- 미국에서 싹튼 정치경영 컨설팅을 소개한다.
정치경영학은 선거 승리를 이끌어내는 기본적인 선거운동 체제 구축 방법과 선거예산 수립 방법, 그리고 선거 홍보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친다.
그러나 의원입법의 증가가 ‘법안 베끼기’의 산물이며, 의원입법의 통과 비율도 14%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마디로 ‘양’은 늘었지만 ‘질’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 이 때문에 초선의원들이 의욕에 넘쳐 공격적인 의정활동을 하지만 전문성과 경험 부족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 요소로 작용하는 이러한 비판적 평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해답은 역시 정치의 효율성 제고, 즉 ‘고효율 정치’의 구현에 있다.
기업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이미 경영혁신 바람이 불어 이제 혁신은 거의 일상이 됐다. 혁신 기법도 ‘식스 시그마’를 넘어 ‘차세대 식스 시그마’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요즘 경영혁신 바람이 거센 곳은 ‘공공부문’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모든 공조직에 ‘혁신담당관’이 생긴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균형성과지표(BSC)를 도입하고 업무 재설계(BPR)에 들어가는가 하면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하느라 거의 모든 부처와 산하기관이 부산하다.
혁신의 파도가 처음 밀어닥칠 때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은 이것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과거 흔히 있던 업무나 제도의 개선 정도로 생각한다. 지금 각 정당의 혁신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내용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각 정당은 혁신이라는 이름만 걸었을 뿐이다.
더욱이 각 당의 혁신위원회가 의제로 채택한 내용을 보면 시대역행적인 의제가 없지 않고 반(反)개혁적인 내용까지 포함돼 혁신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이 점에서는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도 마찬가지다. 정개협이 내놓은 혁신방안에도 개혁 후퇴 조짐이 보인다. 기간당원 경선제도의 골격을 흔들려는 점, 원내정당화를 후퇴시키려는 점, 돈 드는 선거운동을 부분적으로 부활시킨 점, 지방자치단체장의 정당 공천제를 부활시키려는 점 등이 대표적 사례다.
고강도 혁신만이 살길
그럼에도 6월 임시국회 기간 중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정개협의 방안을 참고해 정치관계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각 당의 혁신위원회도 하반기에는 활동을 매듭짓고 성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것으로 정치개혁과 정당 혁신을 했다고 자신할지 모르지만, 실질적 혁신에는 여전히 크게 미흡한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개혁을 후퇴시키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금 정치권은 진정으로 혁신이 요구된다. 요즘 기업마다 생존 차원에서 경영혁신을 하고 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정부 부문에서도 기업의 경영혁신 기법을 도입하려고 애쓰지만, 정치권만이 이러한 혁신에서 가장 뒤처져 있다. 따라서 정치권 혁신은 ‘고강도 혁신’이어야 한다.
정치혁신의 방법이나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치경영이란 기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경영(political management)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정치경영대학원이 그 시발점이다. 1987년 뉴욕 출신의 법률가 닐 페이브리컨트는 전문적인 정치학교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24명의 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개설했다. 이후 1991년 조지워싱턴대에 정식으로 석사과정을 개설해서 오늘날에 이른다. 1996년 ‘뉴욕 타임스’는 이 대학원을 ‘정치전쟁의 사관학교’로 평가했다.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정치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기법이 주를 이룬다. 교과과정은 각종 정치활동 관련 자료의 조사·수집·분석기법, 정치 커뮤니케이션, 여론조사 기법, 각종 질적·양적 분석 기법 등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정보화 응용, 미디어 활용, 정치자금 모금, 재무관리, 로비, 선거경영, 선거홍보, 선거조직 관리, 선거전략, 위기관리, 정치적 쟁점의 전략적 관리, 리더십, 정치윤리 같은 과목도 망라되어 있다.
이들 영역은 기존 정치학이나 행정학에서 깊이 있게 다루지 않은 매우 실용적인, 때로는 ‘마키아벨리즘’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분야다. 정치경영의 각 분야는 이름만 봐도 대강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만 몇 가지 특징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양적 분석’은 선거, 로비, 대정부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기법으로, 통계적 의미를 갖는 자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객관적 통계를 제시하는 행위는 상대방 및 유권자들을 설득해 원하는 목표를 획득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다. 양적 분석의 중요성이 강조 되는 것은 일반적 의미의 통계자료가 아닌, 특정 정치적 목표에 적확하게 부합하는 통계자료를 제때에 얻는 능력이 정치인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질적 분석’은 표적집단이나 소규모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기법과 그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 이를 양적 분석과 연결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양적 분석과 질적 분석은 경영 개념을 도입한 정치활동을 하는 데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보화 응용’ 과목은 전자편집, DB 관리, 온라인 정보수집, 이메일 관리, 각종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와 오피스웨어에 관한 기초 기술을 가르친다. 정치활동에 관련된 정보를 적재적소에 보관해 보안을 유지하는 한편,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 기술 활용 능력을 강조한다.
“미디어 활용해 약점 방어하라”
각종 이벤트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 전략 또는 공익기관을 활용한 정치자금 모금 등도 정치경영 컨설팅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여기엔 비판보도의 신뢰도 떨어뜨리기, 보도 내용의 의미 축소하기, 비판보도가 다른 언론으로 확대재생산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자신의 약점을 공격하는 경쟁자의 약점을 파악해 공격하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논점을 전환시키기 등 다양한 전략적 기법이 있다.
‘정치자금 모금’ 과목은 선거를 포함한 정치활동, 각종 투표 또는 표결 경쟁과 로비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외에 예산을 짜고, 지출을 통제하고,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물론 정치자금 모금의 전략을 짜는 일, 모금만찬이나 단체모임, 개인적 또는 공익적 기관을 활용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기술을 별도로 가르친다.
조지워싱턴대는 예산심의와 관련한 로비의 경우 별도의 강좌를 개설해놓고 있다. 여기서는 공식 또는 비공식 예산결정 구조에 관한 연구는 물론, 공조직이나 민간조직이 예산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강력한 로비를 벌이는 방법, 정부 부처간 의견조율 방법 등을 가르친다.
‘선거경영’은 선거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본적인 선거운동 체제 구축 방법, 선거운동 계획과 선거예산을 수립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선거홍보’는 다양한 매체, 특히 TV 방송을 활용하는 기술, 유권자에게 전달할 메시지 개발 방법, 정치광고의 생산과 유포, 시점 선택 기술, 각종 인쇄물과 전단지 기획 기술 등을 가르친다. ‘선거조직 관리’는 선거관리인 선임, 후보들에 관한 분석, 지리적·인구학적 목표 집단 설정, 선거운동 현장 조직, 유세 활동, 기자회견 개최 등과 같이 선거현장에서 필요한 활동을 벌이는 기술을 가르친다.
‘위기관리’는 선거운동, 입법활동, 정책수립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위기상황과 중대국면을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정치적 쟁점의 전략적 관리’는 현재 진행 중인 쟁점에 관한 전략과 메시지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가르친다. 예컨대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개인이나 이익집단이 어떻게 쟁점에 동참하는지 이해함으로써 쟁점투쟁 과정을 관리하는 방법도 따로 있다.
‘정치윤리’는 선거운동이나 로비 그리고 의정활동 과정에 후보자나 정치인 본인은 물론 선거 컨설턴트, 여론조사 기관, 로비스트, 기타 관련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규범을 가르친다.
물론 이처럼 방대한 과목을 가르치는 미국에서도 정치경영이란 용어는 아직까지 일반적이지 않다. 정치경영대학원의 역사도 짧을 뿐더러 학문적 체계가 완전히 잡혀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치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실무 기법을 가르치는 대학원이 없진 않다. 몇몇 대학에 정치대학원이 있고, 정치경영대학원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조지워싱턴대처럼 정치활동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다양한 경영기법을 가르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의 정치환경은 한국과 상당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발전한 정치경영 개념을 그대로 한국 정치에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경영대학원이나 의정경영재단에서 가르치고 활용하는 핵심 기법을 한국에 도입하거나 더 발전시킬 필요성은 크다고 생각한다.
일단 정치경영 개념의 체계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대학원이 가르치는 내용은 주로 선거와 관련한 것이 많다. 의정경영재단의 경우 의정활동과 관련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제이면서도 의원내각제처럼 평상시 정당 활동이 활발한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의 관리 문제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정치경영은 일단 ‘정치활동에 요구되는 전략과 전술을 정하고 실행하는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 하부영역은 크게 선거경영, 의정경영, 정당경영으로 나눈다. 정치에 뜻을 품고 선거를 준비하고 당선에 이르는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선거경영이라면, 의정경영은 당선 이후 의정활동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고, 정당경영은 정당의 결성과 운영 방법을 말한다.
정치인도 전문 경영인 마인드를 갖고 경영기법을 익혀야 국정운영의 한 축을 제대로 담당할 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정치인도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최고경영자(CEO)다. 국회의원은 보좌진과 후원집단이라는 조직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은 보좌진과 더불어 행정조직을 이끌고 있다. CEO로서 이들 정치인이 처한 조건과 자원은, 기업체 CEO가 당면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정치인을 한 사람의 전문경영인이라고 전제할 때 이들이 정치권에서 생존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기법이 바로 정치경영이다. 정치인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국가비전, 국정지표, 정책, 법안, 그리고 국리민복이라는 정치상품을 소비자인 유권자 앞에 내놓는 것이다.
최대 관심사는 ‘살아남기’
선거, 의정활동, 정당에서는 경영관리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기업이 경영혁신을 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첨단 경영기법을 정치권에 도입해서, 정치활동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CEO로서 의원 개개인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면 국회와 정치권 전체의 역량이 높아져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국가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혁신의 관점에서 정치경영의 내용에 관해 검토해보기로 하자. 이러한 경영혁신 기법은 정치경영대학원에서도 아직 가르치지 않는 내용이다. 기업이 경영혁신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생존전략’이다. 1년, 10년, 50년 뒤에도 살아 남을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정치인에게 언론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보도할 만한 매체를 확보하는 동시에 불리한 보도에 대처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생존전략은 ‘정치적 목표와 사명을 어디에 둘 것인가’하는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목표가 정해져야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상당수 정치인의 정치적 목표와 사명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정치를 시작할 때 구체적인 직위, 예컨대 국회의원이 되겠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는 있지만 어떤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겠다,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다소 막연한 사명을 한두 개쯤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표 세운 뒤 중장기 전략 짜라
이처럼 정치적 목표와 사명이 불명확한 정치인은 필연적으로 중장기 전략을 제대로 만들어낼 수 없다. 중장기 전략을 확립하지 못하면 그 정치인의 정치활동 종착점은 뻔하다. 하루하루 정치일정에 쫓겨 생활하다가 어느 날 도태된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정치적 목표와 사명의 확립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바로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해 정치적 꿈을 이루는 최단 거리로 이끌어준다.
만약 선거 전에 비전을 세우고 전략 을 수립하지 못했다면, 당선 직후에라도 비전을 세워야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게 마련이다. 당선 후 밀려드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 당선 축하모임 등 숨가쁜 일정에 치여 차분히 중장기 전략을 작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원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가 불분명한 채 의정 활동을 시작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 전략에 따라 어느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해야 할지, 어떤 당내 직책을 맡을지가 결정돼야 한다. 이런 전략이 없으면 그저 남들이 좋다는 위원회, 남들이 좋다는 직책에 매달리게 된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 보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없다.
이렇게 4년을 보내다 다음 선거에서 낙천, 낙선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는 국회의원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치는 운이 많이 작용하는 분야 같지만 의외로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측면도 있다. 정치인이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와 사명을 갖고 일관되고 강력하게 이를 실현해나간다면 세상은 저절로 이를 알아준다.
정치적 과업을 설정하는 데에는, 자신의 이념적 지향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적 가치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적 가치는 다양하다. 남이 개척해놓은 가치 영역도 있고, 아직 미개척으로 남아있는 영역도 있다. 지엽적인 가치도 있고 보편적인 가치도 있다. 지역적인 것도 있고 세계적인 것도 있다. 어떤 영역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부터 선택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지역주의 타파,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같은 과업을 선택하든가, 부시 대통령처럼 자유체제의 세계적 전파 같은 과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역량에 따라 복수의 과업을 선택하는 일도 가능하며,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것도 가능하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자신만의 틈새 영역을 찾는 일이다. 이것이 정해져야 비로소 의정활동 방향이 정해지고 어떤 상임위원회에서, 또 어떤 원내보직을 맡아 활동할지도 분명해진다. 이러한 일이 바로 ‘정무기획’이고 ‘정책기획’이다.
중장기 전략을 확정하고 나면 그에 따라 전술을 기획하고, 실행계획을 만드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원하는 상임위원회나 원내 보직을 확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고 누구를 만나야 하며, 언론에 어떠한 보도가 나가야 하는지 같은 것이 일종의 전술기획에 해당한다. 참여 정부 들어 자주 듣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로드맵이다. 로드맵은 전략기획, 실행계획을 포함한 종합계획표라고 보면 되는데, 로드맵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실행계획을 만드는 일은 의정경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전술기획의 다음 단계는 ‘자원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국회의원에게는 적지 않은 자원이 있다. 보좌진이라는 인적자원이 있고, 국회가 제공한 의원회관 사무실, 사무기기, 정보 인프라가 있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지역 조직과 사무실, 후원집단도 있다. 정치 후원금이라는 재정적 자원도 있다.
중장기 전략의 달성과 관련해서, 이들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 부분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 국회의원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보좌진에게 이런 일들이 맡겨져 있고, 그들은 한 두 가지 오피스웨어를 활용해 적당히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곧 인적자원이다. 우리 국회의 경우 보좌진의 직급이나 숫자가 경직돼 있어 의원 개개인이 자신에게 적합한 인적자원 관리방식을 도입해 운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충원에서 관리까지 효율화를 도모할 여지는 많다.
가장 먼저 생각할 부분은 중장기 전략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사람들로 보좌진을 구성하는 일이다. 선거 이전에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다면 이때부터 적당한 사람을 충원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운동과 의정활동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선 이후에는 인적 구성을 바꿔줄 필요도 있다. 정치인은 이때 적임자를 찾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중장기 전략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인적구성을 마쳤다면 의정활동 목표는 절반 이상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의원을 대신해 상당부분의 일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이렇게 만든 조직을 어떠한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해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상향식 조직으로 갈 것인지, 보좌진 1인을 중심으로 한 조직으로 갈 것인지, 혹은 몇 개의 중심을 가진 조직으로 갈 것인지, 수평적 조직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기능별로 나눌 것인지, 아니면 정책영역별로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 일종의 매트릭스 조직으로 양자를 결합시킬 것인지도 고려할 점이다.
인적자원 관리 이외에 정치 후원금을 포함한 재정업무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의원이 선거자금과 의정활동 자금, 후원금과 개인자금, 세비와 사무실 운영비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자금관리를 이렇게 하다 보면 자금 배분이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이 되기 쉽고 지출을 통제하기 어렵다. 정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이 부분을 투명화, 합리화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주목받는 또 다른 영역은 ‘정보화’다.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국회의원 본인은 물론 보좌진도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수시로 업무현황을 점검해서 중장기 전략을 달성하는 일 이외의 활동에 투입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 정보화를 통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하루살이 국회의원들
몇몇 의원실의 경우 개별적으로 오피스웨어를 구입해 활용하고 있지만 정보 인프라를 잘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안, 재무, 인적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오피스웨어를 구축한다면 의정활동의 효율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런 환경하에서는 일일이 보좌진을 불러서 물어보지 않더라도 의원은 기업의 CEO처럼,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를 모니터로 파악할 수 있어 효율성이 증대된다.
기업혁신이나 정부혁신 과정이 그러하듯이 정치 분야에서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춰 각 분야의 자원 관리 계획을 수립한 뒤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는 여러 솔루션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대다수 정치인은 대강의 전략만 수립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지내는 것은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에 나선 것과 같다. 그러다 또 선거철이 되면 급조된 공약을 들고 유권자들에게 가는 것이다. 국회의 고질적인 비생산성과 비전문성은 바로 이런 토양에서 습관처럼 굳은 것이다.
일정 줄이고 시간 확보하라
마지막으로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에게 결론삼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목표와 사명을 분명히 하라. 그에 맞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세부 계획을 수립해 선택하고 집중하라. 보좌진 구성에 최선을 다하고 최신 IT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의정, 인사, 재무의 효율을 극대화하라. 양질의 정책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때를 기다려라.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
“정치인이 확고한 중장기 전략 없이 정치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정치인의 불행인 동시에 한국 정치의 불행이고 대한민국의 재앙이다. 이제부터라도 일정을 줄이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서 참모진과 둘러 앉아 전략을 짜라.”
우리는 정치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할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피와 땀으로 일궈온 민주화의 경험을 살려 한국 정치시스템을 세계 초일류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저력이 한국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