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고장 발생빈도나 차량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관리 소홀은 어떤 것일까. 결과가 거창하다고 원인도 거창한 것은 아니다. 고장은 사소한 것에서 촉발되고, 알게 모르게 차량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사소한 것’에 주의함으로써 차가 말썽을 피우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엔진 시동을 걸고 난 후에 엔진을 워밍업시킨다며 공회전 상태를 수분 동안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현재 승용차의 엔진 제어 기술과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 생산되는 승용차는 엔진 냉각수 온도가 적정 온도까지 신속하게 상승하기 때문에 공회전 상태로 유지하기보다 가볍게 출발하는 것이 더 낫다. 시동을 걸고 나서 20~30초 후에 출발하되, 수분 동안은 가속 혹은 감속하거나 방향을 바꿀 때 부드럽게 작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동변속기 조작이 자동차 운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에 속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변속할 때 외에는 클러치 페달 위에 발을 올려놓는 것을 삼가야 한다. 클러치와 엔진이 물려 있을 때 클러치 페달 위에 발을 올려놓으면 슬립(slip) 현상을 야기해 수동변속기의 고장을 유발한다.
자동변속기 차량에서는 변속기에 가장 나쁜 조작법이 롤링 시프트(rolling shift)다. 차량을 멈추지 않고 바퀴가 구르고 있는 동안에 R D, D R 등으로 변속단 변경 조작을 하는 것은 자동변속기뿐만 아니라 액슬, 마운트, 드라이브조인트 등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자동변속기 차량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또 있다. 변속기의 P는 주차용이지만 평지가 아닌 경사진 곳에 주차했을 경우에는 P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변속기를 구속하는 조그마한 핀 하나가 경사로에서 작용하는 전체 차량 중량을 감당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엔진 성능을 향상시킨다는 첨가제를 사용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엔진의 원활한 작동에 요구되는 성분들은 연료나 엔진 오일에 들어 있다. 첨가제는 기본적으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므로 다른 첨가제를 추가하면 이들 첨가제와 연료 또는 엔진오일의 특정 성분들이 반응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연료와 관련해서 연료 잔량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연료 잔량이 적으면 연료탱크 내부에 빈 공간이 많아져 공기와 수분도 많아진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면, 연료펌프, 연료필터 등의 고장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연료 주유는 최소한 연료 잔량 경고등이 켜지기 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