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알려진 대로 유승민 후보의 부친은 유수호(劉守鎬·74) 전 의원이다. 유 후보와 이번에 맞붙는 이강철 후보는 유수호 전 의원과 1992년 14대 총선 때 대구 중구에서 대결한 바 있다. 이 후보로서는 유씨 부자와 한 번씩 선거를 치르는 기연(奇緣)을 맺게 된 셈이다. 당시 이 후보는 민주당, 유수호 후보의 소속정당은 민자당이었다. 선거 결과는 2만9625표를 얻은 유 후보가 1만2122표에 그친 이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유승민 후보는 부친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직장(한국개발연구원)에 휴가를 내고 대구로 내려왔더랬다. 13년이 지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대구 동구을 재선거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한마디로 정권교체를 위한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구가 특히 어렵고, 그중에서도 동구을이 가장 낙후돼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습니까. 먼저 나라 전체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리고 야당 노릇만 8년째인 대구가 그간 차별을 받은 데 기인합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죠.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할 때 균형발전특별회계란 게 있어요. 5조원이 넘는 돈이지요. 이것을 지방별로 배분하는데, 인구 1인당 배분비율로 따지면 광주에 지원되는 예산이 대구의 두 배입니다. 또 전남이 경북의 두 배예요. 그간 대구·경북이 너무 소외돼 왔습니다. 대구를 살리자면 당연히 정권을 교체해야 합니다.”
-유 후보의 출마가 박근혜 대표 ‘대권 플랜’의 일환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웃으며) 박 대표는 아직 대권 플랜이 있는 분이 아닙니다. 박 대표를 굳이 지목할 것은 아니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아서 그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서 정권을 창출해야지요. 이번 네 곳의 재선거도 한나라당의 정권탈환 전략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대구 동구을이 가장 중요하지요. 만에 하나 지면 굉장히 힘들어질 겁니다. 많은 분이 ‘(한나라당) 말뚝만 꽂아놓아도 되는 것 아니냐’ ‘이겨도 본전 아니냐’고 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봐요.”
-처음엔 출마 제의를 고사하다가 나중에 박 대표의 제의를 받고 고심 끝에 수락한 것으로 압니다.
“대표께서 직접 요청한 것은 아닙니다. 대표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아니지요. 지난 4·30 재·보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대표께선 일절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사무총장도 마찬가지고요. 따라서 대표께서 (출마해달라는)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없지요. 당이, 공천심사위가 결정한 것이지요. 처음에 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욕심을 부릴 일이 없었고, 4년 임기를 부여받은 비례대표 의원이기 때문에 임기를 중간에 그만두고 공천 신청을 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지역구 재선거에 출마한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당의 결정에 따라 나오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당연히 갈등이 있었습니다. 제가 부여받은 비례대표를 그만두고 지역구에 나온 점에 대해선 거듭 국민께 죄송합니다.”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출마하려면 당연히 대표에게 먼저 보고했을 텐데요.
“10월5일 아침 운영위에서 공천이 결정된 직후에 대표께 정식으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때까지 박 대표도 제 문제에 대해 결심하지 않은 상태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