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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인터뷰

앵커에서 CEO로 변신한 백지연

“아들은 내 아킬레스건, 내 모든 기도는 그 아이 향해 있어요”

  • 김지영 동아일보 출판팀 기자 kjy@donga.com / 사진·정경택기자

앵커에서 CEO로 변신한 백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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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에서 CEO로 변신한 백지연
그렇게 유학 준비를 하다 방송사들이 공채 아나운서를 뽑기에 특유의 도전정신에 힘입어 MBC와 KBS 시험에 모두 응시했어요. 한두 명 뽑는데 수백명이 몰렸어요. 다들 ‘신부 화장’을 하고 왔더라고요. 저는 꼭 붙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메이크업도 안 하고 갔거든요. 그땐 메이크업을 할 줄도 몰랐지만.”

-대학 다닐 때도 화장을 안 했나요?

“전혀요. MBC에 입사해서도 2~3년간은 맨얼굴로 다녔어요. 요즘도 가끔 노 메이크업으로 나와요. 화장하는 거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아나운서 시험을 치르는 날에도 맨얼굴에, 언니 정장을 빌려 입고 갔는데 두 방송국에 다 합격했어요. 양 방송사로부터 강력한 콜을 받다 결국 MBC로 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게 내가 모르는 능력이 있나 보다. 앵커의 꿈을 50대 정도에 이루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될 수도 있겠다’….

입사한 뒤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죠. 아니, ‘정말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로 뉴스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그때만 해도 MBC 9시 뉴스는 남자 앵커 혼자서 진행했는데, 곧 KBS처럼 남녀가 같이 진행한다며 여자 앵커를 뽑는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얼마 후 오디션이 다섯 번쯤 열렸는데 수습사원들에게도 연습삼아 해보라며 기회를 줬어요. 그런데 그 오디션에서 1등을 하는 바람에 수습 5개월 만에 메인뉴스의 앵커 자리에 덜렁 올라갔죠.”

-뉴스는 물론이고, 시사 프로그램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송하면서 실수한 적은 없나요.



“18년 동안 생방송을 하면서 실수한 적은 거의 없어요. 저는 앵커이자 시사 인터뷰어예요. 앵커의 꽃은 인터뷰라고 생각해요. 준비된 뉴스도 진행하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훈련을 하면 웬만큼 잘할 수 있어요. 하지만 훌륭한 인터뷰어가 되기는 쉽지 않죠. 저는 앞으로도 시사 인터뷰어로 남을 거예요. 그런 이유로 최근 2~3년 동안 ‘백지연의 뉴스 Q’ ‘백지연의 정보특종’ ‘KBS 라디오 정보센터 백지연입니다’ ‘백지연의 라디오 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사 인터뷰에 치중했죠.”

“아들도 말을 너무 잘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는 누구인가요.

“웬만한 인사는 거의 다 만나본 것 같아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마하티르 전 수상과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였어요. 그 둘은 인터뷰를 정말 잘하는 인터뷰이로 기억에 남네요.

저는 정치인과 인터뷰할 때는 공격적일 때가 있어요. 정치인은 검증을 해야 해요. 정치인은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정치인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라 무능력하고, 비도덕적인 정치인이 있다면 수만명, 수십만명이 고생해요. 그래서 정치인들은 검증을 받아야 하고, 언론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정치인을 공격적으로 인터뷰한다고 해서 그들 개인에 대해 사감이 있는 건 아니에요.”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백지연씨한테도 아킬레스건 같은 게 있나요.

“아들(9)이요. 예전에는 자아, 자존심 같은 게 너무나 강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자아가 없어진 것 같아요. 기도할 때 그걸 많이 느껴요. 모든 기도가 아들에게로 향하거든요. 그걸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킬레스건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귀한 존재인데….”

-평소 아들과 자주 대화합니까.

“자주 하려고 노력해요. 아들도 말을 너무 잘해서 저랑 대화가 돼요. 미운 네 살, 미운 일곱 살, 그러는데 저는 아이 키우면서 한번도 미운 적이 없었어요. 너무 예뻐요. 타임머신 타고 한번만 그때로 돌아가봤으면 좋겠어요. 어느 부모가 아이가 예쁘지 않겠어요.”

-일하는 엄마로서 고충은 없나요.

“바쁜 엄마라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드는데, 아이는 영악해서 엄마가 미안해하는 것을 안대요.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을 뛰어넘는 어른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엄마가 아이에게 미안함을 갖는 게 교육상 안 좋다고 해서 미안한 마음을 떨쳐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그래도 미안해요.”

-대화할 때 어떤 충고를 해주나요.

“충고는요. 전 모든 아이는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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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동아일보 출판팀 기자 kjy@donga.com / 사진·정경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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