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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CEO’ 초대석 ⑨

‘기업회생 마술사’ 배영호 코오롱유화 사장

“친환경 석유수지로 오염 잡고 방출 가스 연료화로 비용 절감”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기업회생 마술사’ 배영호 코오롱유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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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가스는 보일러 연료로

현재 코오롱유화는 국내 사업장 4개소(울산, 인천, 김천, 여수)와 해외 사업장 1개소(중국 쑤저우)에서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석유수지, 페놀수지, 고흡수성수지, 폴리우레탄수지 등의 폐유제(廢油劑)로 배출 농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코오롱유화는 환경보전법 규제치보다 월등히 엄격한 수준으로 폐수를 처리해 방출한다.

-지방 사업장의 환경은 어떻게 관리합니까. 울산공장과 김천공장은 환경인증인 ISO 14001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지방 공장은 본사보다 더욱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공장의 청결도는 곧 기업의 신뢰도와 연결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공장 식당은 거의 호텔 수준입니다.

울산공장은 특별대책 지역으로 강력한 배출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청정연료인 지방족계 용제를 사용해 오염물질의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는 공정에서 방출되는 여러 가지 가스를 밀폐화해 보일러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고요. 덕분에 1년에 2억원 정도를 절약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울산공장이 2003년 ISO 14001을 받았고, 2002년 악취물질 소각과 관련해 울산지방검찰청이 주관한 환경 세미나에 환경 개선 모범사례로 발표되기도 했지요.



김천공장은 매일 700~800㎥의 방류수를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기존에 소각처리 하던 폐수는 고농도 처리시스템을 거쳐 방출하고요. 모든 공장은 공히 연료 파이프에서 누수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준공된 여수 공장과 올해 3월 준공된 중국 쑤저우 공장에도 다른 공장과 비슷한 수준의 엄격한 환경 기준을 도입하려 합니다.”

-그래도 ‘석유수지’ ‘페놀수지’ 하면 강한 휘발성 냄새나 환경오염부터 떠오르는데요.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려면 자동차를 아예 타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잖아요. 대신 자동차 이용을 조금 줄이거나 무공해 자동차 연료를 개발하는 방법이 있지요. 마찬가지로 석유수지나 페놀수지도 쓰지 않을 수는 없어요. 코오롱유화가 할 일은 생산 공정에서 유해 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죠.

먼저 아스팔트 도로에 흰 선을 긋는데 사용되는 석유수지를 예로 들까요? 석유수지는 액체에 녹여 사용하는데, 이걸 녹이는 용제가 바로 유해물질인 톨루엔이에요. 그래서 톨루엔이 아닌 물을 용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수계 석유수지’가 곧 탄생할 전망입니다.

또한 매립할 때 잘 분해되는 고흡수성수지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기저귀와 생리대의 원료로 사용되는 고흡수성수지는 자기 무게보다 수백배 많은 물을 흡수하는데 이후 처리에 관련된 문제가 환경에 골칫거리입니다.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아기를 기르는 어머니들이 1회용 기저귀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겠죠.”

그의 적극적인 주도 아래 코오롱유화의 환경 투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경상투자 대비 20%인 10억원을 환경 부문에 지출했고, 올해는 폐수처리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26억원(경상투자 대비 35%)을 환경투자비로 썼다. 2003년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환경경영 방식으로 품질경영체계(ISO 9001), 환경경영체계(ISO 14001) 및 안전보건경영체계(OHSAS 18001)를 융합한 품질·환경·안전·보건(ESHQ)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네 가지 분야는 단어만 다를 뿐, 따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더라는 것. 배 사장은 “정확한 금액을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인 환경 투자와 효율적 시스템 구축이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부연했다.

환경에 대한 열정은 그의 ‘대외 감투’에서도 잘 드러난다. 환경재단 감사, (재)서울그린트러스트의 CEO 자문위원, 환경 보호에 뜻이 있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매출의 1만분의 1을 기부하는 ‘만분클럽’ 회원…. 그는 이것으론 모자라다는 듯 “회사를 더욱 키워야 사회와 환경에 많이 환원할 수 있다”고 욕심을 내비친다. 이 직책들은 그저 장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배 사장의 적극적인 실천과 연결되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회원사인 코오롱유화는 서울을 쾌적한 생태환경도시로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다. 녹지확대 사업을 펼치는 그린트러스트의 취지에 공감하며, 현재 서울에 300여 평의 숲을 조성, 관리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가족과 함께 ‘코오롱유화의 숲’에 꼭 들르라”고 권유한다. 사원 가족들이 이곳에 와본다면 ‘내 남편이, 내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가 이토록 아름다운 숲을 가꾼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배영호 사장은 ‘기업회생의 마술사’로 불린다. 1970년 한국나이론(현 코오롱)에 입사해 30년 동안 그가 발령받은 곳은 주로 기피 부서였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임을 입증하듯, 적자 부서를 그룹의 핵심으로 바꿔놓았다. 성공신화의 서막을 올린 것은 그가 1981년 6월 타이어코드 담당 부장을 맡으면서다.

“타이어코드는 지금 코오롱그룹의 핵심 사업이지만, 당시만 해도 공장 가동률이 40%를 밑돌고 있었어요. 왜 그럴까 살펴보니 납품하는 거래처가 금호타이어 한 군데뿐이더군요. 이 회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우리가 직격타를 맞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과감하게 세계 최고의 타이어 회사인 굿이어(Good Year)사를 공략하기로 결심했죠. 그때 동남아 몇 군데 회사만 거래처로 뚫어도 좀 쉬웠을 텐데…. 일단 품질을 높인 뒤 1년에 걸쳐 굿이어사를 설득했어요. 매일 업무 담당자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게 전부였지만…. 나중엔 ‘Y. H. Bae’라는 영문 이니셜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어렵사리 굿이어사로부터 납품 허락을 받고 나자 나머지 거래처를 뚫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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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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