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새벽 2시에 성인오락실 현장에 가봤습니다. 이게 영등포역 앞에서 성업 중인 오락실입니다. 이건 일본식 파친코 메달 게임기입니다. 연타가 터지는 장면인데 한 번 터지면 250만원까지 벌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250만원 따려면 1000만원은 넣어야 됩니다. 새벽 시간인데 여성이 상당히 많아요. 이 시간에 주부들이 여기 뭐하러 왔겠어요? 주로 돈 따러 온 것이지요. 이건 ‘바다이야기’라는 전자식 메달 게임입니다. 이 장면은 상품권 환전소입니다. 여기 ‘상품권 사고 팔고’라고 붙어 있습니다.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서 계속하게 되어 있죠. 이게 다른 데도 아니고 오락실 옆에 붙어 있습니다. 같은 주인이 하는 겁니다.”
TV 현장고발 생중계를 방불케 한 이 장면은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성인오락실에서 찍은 ‘몰카 동영상’을 상영하며 설명하는 광경이었다. 국회까지 진출한 몰카는 화젯거리가 됐다.
최근 1, 2년 사이 대형화, 도박장화, 체인화하며 급속히 팽창한 성인오락실은 이제 주택가 골목까지 파고들었다. 문화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전국에 1만4991개의 ‘일반게임장(성인오락실)’이 성업 중이다. 2003년 1만3821개에 비해 1170개가 증가했다.
성인오락실에 날개 달아준 정부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내엔 4000여 개의 오락실이 있다. 이 가운데 2005년에 문을 연 업소가 537개에 달한다. 서울시 한 곳에서만 월 평균 67개의 오락실이 새로 생겨났는데, 이는 하루 두 개꼴로 신규 오락실이 문을 열었다는 얘기다.
성인오락실 수가 증가하면서 게임물 등급분류 심의도 늘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통계에 따르면 오락실에서 사용되는 아케이드 게임물의 경우 등급분류 심사를 받은 건수가 2001년 1018건이었고 이 가운데 ‘18세 이용가(성인용)’는 457건이었다. 그런데 2002년엔 1611건 중 705건, 2003년 1399건 중 657건, 2004년 1754건 중 1085건, 2005년엔 10월까지 1494건 중 1091건으로 집계됐다. 2004년 이후 전체 등급분류 심사 건수와 성인용 건수가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 등급분류 심사 건수는 전년도에 비해 60%가량 증가했다. 이는 이 무렵 오락실 경품으로 처음 상품권이 등장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오락실 경품용 상품권이 도입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2월이다.
문광부 게임산업과 관계자는 “과거엔 오락실에서 경품으로 곰인형, 라이터 같은 물건을 줬다. 오락실이 호황을 누리면서 인형, 라이터 등의 수요가 폭증하자 국내산은 밀려나고 중국산으로 대체됐다. 거기에다 냉장고, 텔레비전 같은 고가 경품까지 등장하면서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생겼다. 그래서 상품권으로 대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와 달리 상품권 도입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성인오락실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지난 7월 성인오락실 불법영업 단속에 나섰던 김모 검사는 “오락실이 상품권 환전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엄청나다. 예를 들어 50~60대의 게임기를 갖춘 업소에서 하루에 유통되는 상품권은 대략 1만장선이다. 상품권 1장당 환전 수수료로 500원을 떼니, 매일 5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 소재 모 오락실 업주는 상품권 환전 수익으로 1년 동안 122억원 상당의 돈을 벌다 경찰에 적발됐다. 비슷한 시기 인천 소재 오락실 업주는 게임기 160대를 갖추고 불법 개·변조를 통해 일일 평균매출 1000만원을 올리다 경찰에 단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