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이라는 책을 펴내 화제를 모은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의 말이다. 황 교수는 그래서 원래 이 책 제목을 ‘대통령 쇼핑하기’로 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출판사측의 간곡한 만류로 비교적 점잖은(?) 제목으로 바꿨다는 것.
황 교수는 이 책에서 차기 유력 대선후보들이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지를 흥미로운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고건 전 총리의 경우 지지자에게는 ‘안정적 관리자’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만,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욕망의 구세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명박 시장은 ‘CEO형 장군’과 ‘폭주 증기 기관차’라는 이미지를 함께 지녔고, 박근혜 대표는 호불호에 따라 ‘양갓집 딸’ 분위기와 ‘토지’의 서희 같은 몰락한 가문의 후손 이미지로 엇갈린다.
또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는 전문관료라는 이면에 늘 정치신인인 것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 있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회참여 성직자’와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아류’라는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황 교수가 이처럼 ‘잠룡 8인’의 이미지를 분석한 것은 국민이 대통령을 ‘쇼핑’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게 바로 이런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당시 국민이 바라는 이상적인 대통령상(像)과 노 대통령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이상적 대통령’이 실제 대통령이 되면서 찾아온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 노 대통령의 지지도 급락으로 나타났다는 것.
“국민은 멋진 인물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렇게 믿어지는 사람을 이상적인 대통령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를 뽑아도 그 환상이 깨지는 순간 국민은 100% 실망하게 돼 있어요. 쇼핑에 비유한다면 노 대통령은 충동구매한 ‘짝퉁’인 셈이죠.”
황 교수에 따르면 요즘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상은 ‘막대기 같은 대통령’이다. 어찌 보면 인간적이고 어찌 보면 무능한 왕,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왕의 이미지다. 고건 전 총리의 인기가 높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는 것. 황 교수의 결론은 “정치와 대통령선거를 쇼핑하듯 신중하면서도 편하고 재미있게 하자”는 것이다. 주의사항은 ‘구매 후 너무 낙망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