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판 ‘우주전쟁’은 우주인의 지구 침공 그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부성애와 가족애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작의 주인공은 자식 없이 아내와 사는 인텔리 작가이고, 1953년에 제작된 바이런 해스킨 감독의 같은 영화에서는 과학자로 설정됐다.
스필버그는 그런 주인공을 이혼한 뒤 혼자 사는 뉴욕의 블루칼라로 그렸다. 재혼한 전처의 품에서 크는 아들, 딸과 모처럼 주말을 함께 보내게 된 주인공은 가공할 화력을 앞세운 외계인의 급습으로부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적 노력을 펼친다. 이 영화는 9·11 이후의 뉴욕 대상 테러에 대한 미국적 공포의 재해석이기도 하다.
1.85대1의 본편 영상은 외계인과 프라이포드 괴물의 모습을 실감나게 담아냈다. 완성도 높은 시각효과를 통해 원작의 스케일을 잘 살려내고 있다. 거대한 빌딩과 견고한 고가도로가 장난감처럼 일순간에 파괴되는 장면은 역동적이다. 특히 땅에서 솟아난 외계인들이 레이저빔을 쏘는 영화의 초반부 장면은 압권이다. 공포에 떠는 사람들의 표정도 섬세하게 묘사됐다.
dts 5.1 채널 사운드는 뛰어난 입체 음향과 강렬한 베이스음을 들려준다. ‘반지의 제왕’이나 ‘매트릭스’ DVD시리즈와 같은 수준의 음향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면 ‘우주전쟁’이 그 대안이다.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스페셜피처(부가영상)는 상영시간만 3시간에 달한다. 원작 소설이나 1953년작 영화와의 차이점을 비교해주는 대목이 흥미롭다. 파라마운트 제작. 2만8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