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PART 3. 자식과 노후, 그 영원한 딜레마

  • 입력2006-01-16 1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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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자식 투자’, 멍드는 나의 노년

    우리나라 부모의 대부분은 여전히 자식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친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방영했다. 자녀를 공부시키려고 극성스러우리만큼 노력하는 부모들이 초점이었다. 자녀에게 가족 전 재산의 4분의 1을 투자하는 부모, 매일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자녀가 공부하게끔 독려하는 부모의 모습이 여과 없이 전세계 전파를 탔다. 이 프로그램에서 CNN은 한국의 그릇된 자식 사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투의 시각을 드러냈다.

    우리에겐 이 같은 풍경이 낯설지 않다. 잘못된 자식 사랑 사례는 너무나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에도 벅차다. 초호화판 결혼식을 순전히 부모에 의존해 치르는가 하면, 대학까지 가르친 것도 부족해 외국 대학원 유학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비를 부모가 대주는 경우도 흔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를 조기 유학 보내는 부모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를 위해 뿔뿔히 흩어져 사는 가족은 이제 나의 모습이고, 이웃의 모습이다.

    이렇듯 부모가 자식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려면 부모가 늙었을 때 자식이 부양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거처럼 자식이 부모를 그렇듯 헌신적으로 봉양하는 시대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맹목적인 자식 사랑으로 방만한 지출을 일삼는 생활은 접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부부 중심으로 살 생각을 해야 한다.

    2002년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자. 65세 이상 노인 중 53%는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노인이 전체의 56.7%로 1998년 44.9%와 비교하면 빠르게 증가했다. 이들을 부양할 30대의 의견은 어떨까. 30대 중에서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0.7%였다. 이는 1998년의 89.9%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런 변화가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젠 자식에 대해 맹목적으로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부의 노후생활비, 의료비, 자식 교육비 등 수많은 지출 요소를 나열한 다음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아직까지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은퇴 후의 행복도 가족 관계 속에서 얻고 있다. 외국의 경우 노인들은 기후가 좋고 물가가 낮은 곳으로 가서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국은 부모와 자녀가 자주 왕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노부부가 실버타운에 입주해도 자녀가 거주하는 대도시 근교를 선호한다. 세월이 더 흐른 뒤엔 우리도 외국 사람들처럼 살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자식과 관계를 잘 정립해야 한다.

    우선 자녀가 학자금, 결혼자금, 사업자금을 원할 때 부모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은퇴 후 계획을 자식에게 미리 설명하자. 또 손자의 육아를 전적으로 맡지 않도록 평소에 자녀와 대화하고, 그에 따라 준비해야 한다. 자식에 대한 과도한 자금 지출로 부모의 은퇴자금이 부족하다면 자녀가 부모 부양에 대해 얼마만큼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상의할 필요가 있다.

    PART 3. 자식과 노후, 그 영원한 딜레마

    자녀 1인당 연평균 교육비



    은퇴 준비의 최대 걸림돌, 교육비

    PART 3. 자식과 노후, 그 영원한 딜레마

    자녀 1인당 교육비 명세 *자료 : 통계청, 2004년 자녀 1인당 연평균 내역별 교육비

    많은 부모가 월수입 중 상당 부분을 교육비로 지출한다. 이 때문에 노후 준비에 지장을 받고 있지만, 자녀에게 선뜻 말을 꺼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자녀의 사회 진출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다. 남자는 군대에 갔다가 대학을 졸업하면 27세, 취업이 안 돼 대학원을 가거나 백수로 지내면 30세가 돼서야 직장을 잡을 수 있다. 이 경우 부모의 부담은 더욱 커지며, 은퇴자금 마련은 물 건너간다.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낸 부모는 문제가 좀더 심각해진다. 소득의 대부분을 유학 경비와 현지 체류비로 쏟아붓고 나면 부모의 인생은 말이 아닌 상태가 된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선 은퇴 준비의 최대 걸림돌이 과도한 자녀 교육비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학벌 위주의 사회 풍토를 견고하게 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급증시켜 살기 어려운 나라로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교육비를 합리적으로 마련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필수다.

    1단계 : 필요한 자금 예측하기

    교육에 필요한 자금을 학년별로 예측해보자. 우선 교육비는 해마다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교육비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달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초의 전년 동기 대비 교육비 상승률을 보면 유치원 8.1%, 대학원 7.9%, 국·공립대 7.7%, 전문대 6.5%, 사립대 5.5%로 나타났다. 2004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6%였으니 교육비 증가율은 이보다 두 배 이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교육비 증가율도 비슷하다는 점을 머릿속에 넣어두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 가계의 자녀 1인당 연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344만원이다. 2000년 265만원과 비교하면 30% 증가한 셈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223만원, 중학생 287만원, 고등학생 418만원, 대학생 이상은 688만원이 들었다.

    교육비에는 학교 등록금뿐 아니라 학원비, 교재비, 하숙비 같은 금액도 포함된다. 2004년 교육비 지출액 명세를 살펴보면 연평균 학원 보충수업비가 162만원으로 전체 교육비의 47%를 차지한다. 2000년엔 92만원이었다. 불과 4년 만에 76%가 상승한 것이다. 이렇듯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다 보니 학부모의 부담은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다.

    2단계 : 매월 투자할 자금 결정하기

    현재 세 살짜리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 얼마의 교육비가 필요한지 계산해보자. 아이는 앞으로 5년 뒤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교육비 상승률을 7%로 잡으면 5년 뒤 이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연 313만원. 여기에 6년을 곱하면 2237만원이고,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523만원이다(투자수익률 8% 가정). 따라서 오늘부터 해마다 353만원을 5년 동안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면 중학교 때 필요한 교육비는 총 1942만원이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해마다 108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고등학교를 보내려면 총 3465만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매년 132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대학교에선 8536만원이 필요해 매년 234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렇게 산출된 연간 투자액을 합해보자. 지금부터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해마다 828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의 자금을 준비해야 하므로 매년 475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해마다 380만원대를, 대학에 들어가면 매년 240만원대를 투자해야 한다.

    3단계 : 투자 상품 고르기

    이 같은 교육비를 마련하려면 어떤 금융 상품이 적합할까. 미국은 공교육을 강화해 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많이 줄였지만, 보충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를 위해 세제혜택이 부여된 개인연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정기적금이나 확정금리형 상품이 있지만, 수익이 물가상승률에 못미처 목표 달성이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는 습관적으로 자녀의 학자금은 반드시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잘못이다. 이제부터는 주식펀드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익률 8%를 달성하려면 주식투자 비중을 적어도 6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금의 70%를 주식펀드에, 30%를 채권펀드에 장기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 미리 준비해야 ‘아름다운 퇴장’

    “나의 관에 구멍을 뚫어 두 손을 보여줘라.”

    이는 알렉산더 대왕이 남긴 유언이다. 세상을 한 손에 거머쥔 그였지만 죽을 때는 예외없이 빈 손임을 보여주라는 뜻일 것이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도 결국 죽을 때는 모두 두고 떠나야 한다. 은퇴생활의 마지막 구성요소인 재산상속에 대해 살펴보자.

    신문 사회면에 상속 분쟁 기사가 간간이 실리는 것을 보면 자신의 마지막을 모르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상속은 결코 먼 미래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니다. 비상장 기업이나 개인기업을 경영하는 사장이 상속을 준비하려면 경영자 교체, 사업의 발전 방안이나 사업양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상속을 준비하기 전,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항을 잠깐 정리하고 넘어가자.

    우선 상속에 대한 개념부터 바꾸자. 상속은 자식과 후세를 위한 것이란 관념은 잊자. 왜냐하면 이젠 후세만을 위한 상속 계획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을 자식이나 친족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라. 이제는 자신의 명예와 성향을 두루 고려하면서 적절하게 상속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상속이 모든 활동의 끝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상속이나 사업승계는 또 다른 시작이다. 자신이 일생을 바쳐 한 모든 일이 상속이나 사업승계를 통해 알차게 열매를 맺음과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다른, 혹은 좀더 나은 단계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지금부터는 상속을 준비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우선 자신이 어떤 형태의 상속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재무적 목표와 비재무적 목표가 있다. 비재무적인 목표에는 부양가족 돌보기, 공정하고 적절한 재산 분배, 철저한 비밀유지, 신속한 상속처리 등이 있다. 사실 이런 것이 재무적인 목표보다 더 중요하다. 반드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한다. 이게 정해져야 나중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할 수 있다.

    재무적인 목표는 두 가지로 나뉜다. 세금과 관련된 재무목표, 그리고 세금과 관련 없는 재무목표다. 세금과 무관한 재무목표로는 자산 이전 비용의 최소화, 만족스러운 은퇴생활의 유지, 신중한 서류 작성, 사업가치 보존, 유가족을 위한 이익 극대화를 들 수 있다. 세금과 관련된 재무목표는 재산종류나 기간별 절세(節稅)방법, 사전 증여방법, 상속공제 같은 것이다. 이를 선택해 상속에 따른 세금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이런 목표를 세우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게 상속제도다. 우리나라 상속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언에 의한 상속이다. 생전에 증여 이외의 포괄적인 사전 재산상속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유언을 통해서 상속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 법에서는 유언상속과 법정상속 모두 인정하지만, 유언상속이 우선이고, 법정상속은 유언상속이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둘째, 법정상속을 할 때 균등 공동 상속원칙이 적용된다. 법정상속의 경우 배우자와 직계 자녀가 모두 공동 상속인이며 균등상속을 받는다. 다만 배우자는 자녀보다 50%를 가산해서 받는다.

    셋째, 임의상속원칙이 적용된다. 우리나라 상속법은 상속인이 무조건 상속을 받아야 하는 강제상속 대신 상속인이 일정한 기간 안에 상속을 포기하거나 상속채무를 제외한 재산만을 상속받을 수 있는 임의상속원칙을 택하고 있다.

    넷째, 유류분 제도가 있다. 지나치게 자유로운 유언으로 유족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법정 상속인이 제3자에게 이전된 상속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권리(유류분권)를 인정하고 있다.

    상속세 줄이는 방법

    PART 3. 자식과 노후, 그 영원한 딜레마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김춘희 할머니. 상속문화가 바뀌고 있다.

    상속의 기본은 ‘유언 상속’이다. 따라서 유언장은 미리 작성해야 한다. 유언사항은 법적으로 의미 있는 권리의무에 해당하는 사항에 국한된다. 재산의 증여, 재단법인의 설립, 재산의 관리나 처분을 맡기는 신탁, 혼인 외의 출생자를 친자로 확인하는 것, 미성년자에 대한 후견인 지정, 상속재산 분할방법의 결정 등을 유언할 수 있다.

    유언은 법에 의해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술증서의 다섯 가지 방식만 인정된다. 구성요소를 갖추지 못하여 사후(死後)에 무효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변호사나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서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또 법률상 법정상속이 인정되지만, 여러 측면에서 유언상속이 훨씬 합리적이다. 또 상속인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가능하면 유언상속을 권하고 싶다.

    유언장이 완성되면, 다음 문제가 상속세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사전분산에 따른 사전증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배우자에게 10년마다 3억원 이내의 재산을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이처럼 미리 증여하는 것도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다.

    금융기관 직원이나 세금 전문가에게 절세 방법을 부탁할 경우 이들이 무리한 방법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줄이려고 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적합한 세금납부 방법을 선택해서 다른 사람에게 비난받지 않고 삶의 품위를 잃지 않도록 하자.

    상속세는 상속하는 사람도 부담하지만 상속받는 사람도 부담한다. 자신이 사망하면 생존한 가족이 일반적으로 장례비, 세금, 지불하지 않은 병원비, 공과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 일시에 지출이 많기 때문에 이를 충당할 현금이 필요하다. 재산이 많아도 상속시점에 현금이 부족할 때가 있다. 특히 부동산이나 사업체처럼 현금화하기 어려운 투자 자산에 돈이 묶여 있는 경우 가족은 부담스럽다.

    만약 상속세를 미리 현금으로 마련하지 못해 체납하는 경우, 높은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잘못하면 가장 환금성이 높은 알짜배기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을 현물 납부 형식으로 넘길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현금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

    같이 늙어갈 재무설계사를 만나라

    미국 투자자의 재무설계사 선택 기준
    전체적인 전문성 91%
    고객담당 책임자의 고객의 필요파악 89%
    신뢰도 82%
    권한 81%
    세심한 정도 80%
    장기간의 관계정립에 대한 희망 74%
    평판 65%
    제안서의 질 55%
    프레젠테이션의 질 52%
    판촉물의 질 34%
    과거의 투자성과 29%
    기타 금융서비스에 대한 지식 26%
    투자서비스 범위 18%
    부동산 계획에 대한 지식 16%
    규모 13%
    서비스 비용 9%
    투자의 명백한 위험성 2%


    은퇴 설계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준비하는 어떤 것보다 범위가 넓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냥 혼자 설계한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을 만큼 부담스럽다. 그래서 외국에는 이를 도와주는 재무설계사(Financial Planner·FP)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FP제도가 도입됐고, 개인고객을 관리하는 은행, 증권, 보험사 직원이 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FP 자격은 국제재무설계사(Certified Financial Planner· CFP)다. CFP는 2000년 우리나라에 도입돼 지금은 1000명가량이 CFP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 자격증을 딴 지 얼마 되지 않아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효과적으로 은퇴준비를 할 수 있다.

    FP를 선택할 때도 기준은 있다. 참고로 미국 투자자가 FP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이들은 전문성, 고객 요구사항 파악, 신뢰감 등을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직접 은퇴준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재무설계사를 만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록 대부분의 재무 설계사가 소신대로 하지 못하고 소속된 금융기관의 지시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이런 행태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계획 수립부터 투자 실행, 사후 평가까지 도맡아 해줄 독립적인 전문가가 대거 나올 것이고, 이들에게 의존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 전체가 공감하고 동참하지 않는 은퇴준비는 얼마 못가 흐지부지된다. 은퇴설계는 당사자인 부부뿐만 아니라 자녀의 인생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만약 투자자금이 부족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수입과 지출에 대해 메스를 대야 한다. 때론 자녀도 도와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가족이 동참하게 할 수 있을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해마다 가정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한다

    PART 3. 자식과 노후, 그 영원한 딜레마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하면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의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는 박 팀장(41)은 생활비 문제로 고민하다가 얼마 전 부인(39)과 말다툼을 벌였다. 그는 자신의 월수입 450만원에서 생활비와 자녀 사교육비를 빼면 노후 준비는커녕 생존하기에도 버거운 현실에 불안함을 느꼈다. 운 좋게 55세 정년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다고 가정해도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부인에게 생활비와 사교육비를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고 한마디 던졌다가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박 팀장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가계의 재무상태를 진단하는 일이다. 재무상태를 진단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기업의 대차대조표처럼 자산과 부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자산 항목에는 모든 금융자산(펀드, 예금, 연금, 보험, 부동산, 현금)을 나열한다. 부채는 단기 부채(마이너스통장, 은행대출, 카드론 등)와 장기 부채(부동산담보대출, 모기지 등)로 나누어 파악한다. 그는 부인과 함께 자산과 부채를 조목조목 파악해서 표로 만들었다. 거래하는 보험사, 은행, 증권사 창구에 전화를 걸어 현재의 평가액을 받아 적었다.

    박 팀장의 재무상태를 진단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첫째, 부채의 규모가 작고 중장기 부채도 전체 자산의 29%밖에 되지 않았다. 재산상태는 어느 정도 건전하다고 평가된다.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둘째, 자산합계는 3억5000만원이고 이중에서 부동산이 60%를 차지한다. 주식과 채권자산은 5080만원, 이는 나이와 소득에 비해 다소 적은 편이다. 특히 주식에 대한 투자가 1880만원에 불과해 전체 자산이 채권과 부동산에 과다 편중돼 있다.

    셋째, 유동성 자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유동성 자금은 3개월이나 6개월치 생활비만 확보하면 충분하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면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므로 적정 수준인 1000만원 정도로 줄여야 한다.

    PART 3. 자식과 노후, 그 영원한 딜레마


    PART 3. 자식과 노후, 그 영원한 딜레마
    매년 수입과 지출표도 반드시 작성한다

    분석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부인과 함께 했다는 점이다. 평소 자산관리와 은퇴준비를 남편에게 일임하던 부인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점은 값진 수확이다.

    다음으로 박 팀장이 해야 할 일은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는 일이다. 도대체 얼마의 수입이 들어와서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금흐름표는 수입과 지출구조를 진단하고, 얼마만큼 투자할 수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현금흐름표를 분석하려면 유입 항목부터 유출 항목까지 차근차근 짚어봐야 한다. 박 팀장의 경우는 우선 수입의 원천이 너무 단순하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수입을 다각화한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주된 수입원을 잃거나 타격을 받으면 당장 가정 경제가 파탄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둘째, 고정지출은 줄이기 힘들지만, 생활비나 교육비처럼 변동지출은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변동지출과 고정지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저축과 투자지출을 늘리기 어렵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미래의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재원(財源)을 마련하는 데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를 작성하고 진단한 결과 박 팀장은 채권과 정기적금처럼 저수익성 자산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변동생활비를 절약해 매월 50만원을 노후자금으로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며칠 동안 고민해서 이런 결론을 얻어낸 것 자체가 성과다.

    재무 설계란 반드시 가야 할 길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실천방안을 찾아내는 구체적인 작업이다. 항구를 출항한 배가 항로를 따라 항해하듯이 재무 설계란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투자에 앞서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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