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의 대부분은 여전히 자식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친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방영했다. 자녀를 공부시키려고 극성스러우리만큼 노력하는 부모들이 초점이었다. 자녀에게 가족 전 재산의 4분의 1을 투자하는 부모, 매일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자녀가 공부하게끔 독려하는 부모의 모습이 여과 없이 전세계 전파를 탔다. 이 프로그램에서 CNN은 한국의 그릇된 자식 사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투의 시각을 드러냈다.
우리에겐 이 같은 풍경이 낯설지 않다. 잘못된 자식 사랑 사례는 너무나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에도 벅차다. 초호화판 결혼식을 순전히 부모에 의존해 치르는가 하면, 대학까지 가르친 것도 부족해 외국 대학원 유학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비를 부모가 대주는 경우도 흔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를 조기 유학 보내는 부모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를 위해 뿔뿔히 흩어져 사는 가족은 이제 나의 모습이고, 이웃의 모습이다.
이렇듯 부모가 자식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려면 부모가 늙었을 때 자식이 부양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거처럼 자식이 부모를 그렇듯 헌신적으로 봉양하는 시대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맹목적인 자식 사랑으로 방만한 지출을 일삼는 생활은 접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부부 중심으로 살 생각을 해야 한다.
2002년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자. 65세 이상 노인 중 53%는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노인이 전체의 56.7%로 1998년 44.9%와 비교하면 빠르게 증가했다. 이들을 부양할 30대의 의견은 어떨까. 30대 중에서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0.7%였다. 이는 1998년의 89.9%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런 변화가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젠 자식에 대해 맹목적으로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부의 노후생활비, 의료비, 자식 교육비 등 수많은 지출 요소를 나열한 다음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아직까지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은퇴 후의 행복도 가족 관계 속에서 얻고 있다. 외국의 경우 노인들은 기후가 좋고 물가가 낮은 곳으로 가서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국은 부모와 자녀가 자주 왕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노부부가 실버타운에 입주해도 자녀가 거주하는 대도시 근교를 선호한다. 세월이 더 흐른 뒤엔 우리도 외국 사람들처럼 살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자식과 관계를 잘 정립해야 한다.
우선 자녀가 학자금, 결혼자금, 사업자금을 원할 때 부모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은퇴 후 계획을 자식에게 미리 설명하자. 또 손자의 육아를 전적으로 맡지 않도록 평소에 자녀와 대화하고, 그에 따라 준비해야 한다. 자식에 대한 과도한 자금 지출로 부모의 은퇴자금이 부족하다면 자녀가 부모 부양에 대해 얼마만큼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상의할 필요가 있다.

자녀 1인당 연평균 교육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