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PART 7. ‘여유로운 노후’로 가는 지름길, 펀드 투자

  • 입력2006-01-17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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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시점은 바로 오늘

    2005년 4월 코스피지수가 역사상 네 번째 1000포인트를 기록한 후에 거듭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를 주저하게 마련이다. 자칫 고점에 들어갔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투자는 늘 불안한 것이었다. 100%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었던 때는 한 번도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2004년 말까지 한국의 금융시장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미국의 9·11 테러사건, 중국의 긴축경제 실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등 여기저기에서 복잡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900선까지 상승했다가도 400선까지 급락했다.

    투자란 이렇듯 불확실한 상황과 불안을 감수하고 실행하는 과제다. 손해 보지 않으려면 은행예금 같은 저축상품에 가입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저금리 추세에선 기대할 만한 수익이 나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안전하게 투자할수록 인생은 불안해진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투자비법은 없을까.

    주식펀드와 채권펀드에 적절하게 분산 투자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해보자. 펀드는 업계에서 평균 정도의 실력을 보이는 것으로 택하자. 그리고 투자 비율은 세 가지로 나눠보자.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율을 90%와 10%, 50%와 50%, 10%와 90%로 나눠 투자했다. 수익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증시에 악영향을 주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호재가 생기면 급등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장기간 투자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최소 3년 이상 투자했을 경우 어떤 방법을 택하든 원금 손실이 없었다. 4년 이상 투자한 경우엔 큰 수익을 얻었다. 변동성이 컸지만, 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결국 지름길은 시장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최소 5년 이상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그림1 참조). 기간은 1999년 초부터 2005년 7월말까지. 이 기간 주식펀드에 100% 투자한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13.3%를 기록했다. 주식펀드와 채권펀드에 각각 절반씩 투자한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9.9%, 채권펀드에 100% 투자한 경우에는 5.9%였다. 대한민국 증권시장이 아무리 ‘냄비 장세’라는 비난을 받아도 장기간 투자하면 은행 금리보다는 훨씬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경험한 것처럼 주가는 등락한다. 하지만 요즘 중요한 변화가 감지된다. 증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수익성과 투명성이 크게 향상됐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빼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지만 그만큼 불확실성도 사라지고 있다. 기업이 왕성하게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고도 성장기’에 주가는 크게 오르기 어렵다. 투자의 성패를 미리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전체가 저성장 체제로 들어섰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구도 고령화되고 있다. 이런 때 기업은 저성장 구조에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주가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오르고 있다.

    주식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저금리와 고령화를 우려하는 30~40대가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식 펀드, 변액유니버셜보험과 같은 상품을 통해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매월 5000억원의 신규 매수 수요가 주식시장의 등락에 관계없이 흘러들어온다. 2005년 12월부터는 기업연금 시장이 열렸다. 기업은 또 어떤가. 유상증자가 봇물을 이루던 2000년 증시 활황 때와 달리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으며, 외국인도 증권시장의 40%를 차지한 채 이탈하지 않고 있다. 증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ART 7. ‘여유로운 노후’로 가는 지름길, 펀드 투자


    계단 오르듯 차근차근

    높은 계단을 올라본 적이 있는가. 한 턱씩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세 턱을 한꺼번에 뛰어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끝까지 오르려면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유리하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등장한 부동산펀드가 7~8%의 고금리를 제시하자 수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2005년 6월말 부동산펀드 수는 106개, 운용자산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인기가 높다 보니 출시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수천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운용사간 과열 경쟁으로 부도덕한 일이 벌어지고 전문 인력이 부족해 부실하게 운용되자 금융감독 당국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투자자도 문제다.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때는 분양 가능성, 시공사와 시행사의 경영 건전성,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 등을 파악해야 하지만 실상은 단 몇 분 만에 결정하기 일쑤다. 심지어 펀드가 동이 날지 모른다는 말 한마디에 평생 힘들여 모은 자금을 던지기도 한다.

    펀드 투자의 절차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처사다. 펀드 투자를 결정할 때는 집을 지을 때처럼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집터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야 한다. 기본적인 단계를 무시하면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자는 언론이나 주위 사람이 추천하는 펀드, 혹은 과거에 수익률이 높았던 것만 고른다. 왜 그 펀드에 투자해야 하는지, 본인이 원하는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운용의 위험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짚어보지 않는다.

    펀드투자의 4단계를 알아보자.

    ▲1단계 : 투자계획 세우기

    상품에 치중하지 말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에서 개인의 자산관리에 영향을 주는 것을 알아봤더니 응답자의 92%가 계획수립과 장기간 투자라고 답했다. 펀드매니저의 영향은 미미했다. 장기 투자계획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투자는 계획수립 단계에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무작정 펀드를 고르기보다는 투자목적을 먼저 찾아야 한다. 은퇴 후 생활비나 자녀교육비, 주택 구입비 마련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세워야 투자기간, 최소 목표수익률,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결정된다. 이래야 상황이 돌변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2단계 : 자산 배분 결정하기

    계획을 세웠으면 주식, 채권, 부동산 같은 자산의 투자 비중을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장기적 수익률 예측치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10%, 채권은 4%, 부동산은 7%의 연평균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향후 고령화 사회가 더욱 진전되면서 부동산 수익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앞서 강조했다. 이처럼 미래의 자산가격을 예측하기에 따라, 또 투자자의 주관적인 견해와 위험성향에 따라 비율은 조정된다. 공격적인 투자자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12%로 정할 것이고, 보수적인 투자자는 8%로 낮출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이 같은 수익률의 정확성은 떨어질지 모르나 장기간 투자할 때는 훌륭한 방향타가 된다. 그래서 전문 재무설계사들은 자산배분에 심혈을 기울인다.

    ▲3단계 : 펀드 고르기

    ‘사과 대 사과의 원칙(apple to apple principle)’이란 것이 있다. 가령 사과와 배는 종류가 다르므로 무게가 같다고 해도 같이 취급하지 말라는 얘기다. 펀드를 고를 때는 반드시 같은 종류(주식펀드, 채권펀드, 혼합펀드, 머니마켓펀드, 부동산펀드 등)의 펀드끼리 수익률과 위험을 비교해야 한다. 펀드의 종류를 파악했으면, 수익률과 위험을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펀드의 순위와 등급을 확인해야 한다. 펀드의 과거 수익률과 위험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과거 3년의 실적을 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래된 펀드가 많지 않아, 1년이나 2년 수익률을 따져야 할 경우가 많다.

    상위 30%에 들어가는 가는 펀드를 고르되 순위가 급등락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펀드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펀드를 운용할 자산운용회사나 펀드매니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평가해야 한다. 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자산운용회사의 경영 상태, 투자 철학, 고객 서비스 정신, 경영진 구성 등을 알아본다. 특히 펀드매니저는 회사의 투자방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자산운용회사의 경영 상태와 펀드매니저의 자질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펀드평가사나 펀드판매회사의 정보를 활용하면 된다.

    ▲4단계 : 펀드 가입 후 점검하기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누적수익률, 비슷한 펀드의 순위, 기준가격(수익률)의 상대적인 등락폭, 벤치마크(기준수익률) 대비 초과수익률 등을 확인해야 한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보다는 장기간 업계 상위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펀드에 투자할 때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산 분산, 투자 시점 분산, 스타일 분산, 지역 분산, 통화 분산의 다섯 가지가 있다.

    펀드에 가입한 후 상품을 교체하고 싶을 때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우선 주식펀드와 채권펀드가 벤치마크에 비해 얼마만큼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했는지 따져본다. 벤치마크보다 저조한 수익률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면 상품 교체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펀드가 벤치마크보다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펀드가 기본적인 벤치마크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벤치마크 안에 들어 있는 대형 종목을 다수 매입한 다음 가만히 있기만 해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펀드의 경우 코스피지수의 증가폭과 비슷한 수익률을 내려면 거래소에 있는 시가 총액 대형 종목 40~50개를 매수해 보유하면 된다.

    펀드가 이보다도 못할 정도로 수익률이 악화됐다면 주가의 움직임을 무리하게 예측해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사용했거나,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기 위해 몇 개의 종목에 집중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뚜렷한 투자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운용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저조한 수익률을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률이 악화되면 곧바로 터져나오는 투자자의 비난을 못 이겨 투자 스타일을 바꾸고 우왕좌왕하는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라면 수익률이 점점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1년 이상 벤치마크를 이기지 못하는 펀드는 운용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펀드매니저를 교체하거나, 투자 스타일을 변경하거나, 단시일 내에 수익률을 회복하겠다는 약속을 남발한다면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저조한 성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펀드가 단기간 내에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 또한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 사실 이런 경우는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저조한 성과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높은 성과를 단기간 내에 달성한 경우도 문제다.

    가령 내부 통제가 취약한 자산운용회사에서 펀드매니저에게 실적에 대해 심한 부담을 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펀드매니저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위험을 증가시키고 선물과 옵션을 많이 사용하거나 위험해서 남들이 잘 쓰지 않는 특이한 투자전략을 사용한다. 이러한 위험한 투자가 때마침 시장 상황과 맞아떨어지면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내고 투자자는 환호하면서 주목하게 된다. 언론이나 투자자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일시에 수탁고가 크게 늘어나고 점점 복잡한 상황이 벌어져 펀드매니저는 이직을 하거나 통제 불능의 상황에 빠져든다.

    따라서 펀드평가 전문가들은 펀드의 단기 수익률이 지나치게 좋거나 나쁜 펀드는 가능하면 피할 것을 권고한다. 좋은 펀드란 1년 이상의 수익률이 상위 30% 내에 꾸준하게 들어가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자들은 항상 펀드의 운용 상황을 지켜보다 지나치게 악화되거나 좋아지면 교체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펀드 환매도 전략이 필요하다

    시작할 때가 있으면 끝이 있는 법, 펀드투자도 언젠가는 환매를 통해 끝을 내야 한다. 성경에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이 있다.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니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성공할 것이라는 격려의 말로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펀드투자는 이와 반대다. 펀드투자를 시작할 때는 자산 상태를 진단하고 자산배분 전략을 세워 펀드를 선택하는 등 많은 일을 해야 한다.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은 가입할 때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시작이 거창해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의 끝, 환매는 시작에 비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시작보다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말이지 경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환매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신중하게 환매해야 한다.

    펀드에 가입할 때 가장 적합한 투자 시점을 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시점에 걸쳐서 투자해 잘못된 시점을 잡는 위험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적립식 투자 기법을 응용해보자. 한꺼번에 펀드를 환매하는 방법은 극단적인 투자전략이므로 몇 가지 효과적인 환매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수익률을 좀더 높이려고 노력하는 투자자들은 분할환매나 포뮬러플랜과 같은 생소한 방법을 사용한다. 분할환매는 만기가 다가올수록 투자자금을 부분적으로 환매해 이미 달성한 이익을 확보해 나가는 방법이다. 투자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한 경우 7년쯤부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투자자금 중 일부분을 환매하는 방법이다. 정기적인 환매는 매월 일부 금액을 환매해 나가는 방법이며, 비정기적인 환매는 펀드 수익률이 상승할 때마다 일부를 환매해 나가는 방법이다. 두 가지 중 어느 방법을 적용했을 때 수익률이 좋은지는 미리 알 수 없다. 단지 투자자의 위험 성향과 투자자세를 감안해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이 방법은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지나치게 일찍 환매를 시작하면 목표로 정한 금액을 마련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환매한 자금의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환매자금을 다시 적립식 투자에 집어넣는다면 환매하지 않고 계속 투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포뮬러 플랜(Formula Plan)은 증권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실현하고 증권 가격이 하락하면 추가 매입을 통해 펀드 매입을 늘려 고수익을 지향하는 전략이다. 이는 환매로 투자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가격 상승으로 올린 수익을 가격 하락시에 추가로 투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투자수익을 더욱 높이려는 방법이다.

    포뮬러 플랜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증권 가격 상승시 이익의 일부분을 현금으로 환매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증권 가격의 하락시 펀드 매입액을 늘려 매입단가 하락 효과를 극대화해 고수익을 지향하는 방법이다. 포뮬러 플랜은 소극적인 위험관리 전략이 아니라 위험 감소를 통해 투자수익을 제고하려는 적극적인 전략이다.

    포뮬러 플랜을 이용한 위험관리 방법의 최대 약점은 장기간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도 상당한 금액을 환매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장기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도 계속해서 투자자금을 늘려 나가게 되므로 손실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포뮬러 플랜은 증권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경우에 효과적이다. 만약 증권 가격이 장기간 하락하거나 상승하면 투자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

    위험을 줄이고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 상승이 이어질 때 자금을 계속 환매해 나가는 방법보다는 가격 하락이 이어질 때 계속 투자해 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증권 가격이 하락할 때 펀드를 싼값에 매입해 나중에 가격이 오를 때 높은 수익률을 지향하는 것이 반대의 경우보다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집을 수시로 뜯어고쳐서야…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핸들을 조금만 꺾어도 차의 방향은 크게 변화한다. 고속으로 달릴수록 핸들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것은 운전자에게 기본이다. 펀드투자에서도 고속으로 질주할 때, 즉 한참 투자가 진행될 때 자산배분 비중을 변경하면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자산구성비를 변경할 때는 현명한 방법이 요구된다.

    자산배분 전략에는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십년간 운영할 요량으로 세우는 전략적 자산배분과 중기적으로 자산가격의 급등락을 이용해 수익률을 높이거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적 자산배분 전략이 있다.

    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은 수시로 고칠 수 없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신중하게 유지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전략적 자산배분에 의해 앞으로 10년간 주식 30%, 채권 30%, 부동산 40%로 투자 비중을 유지한다는 식으로 결정된 사항은 최소한 3년이 지난 후에 수정한다.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수정하면 곤란하다. 또한 투자 비중을 수정할 때는 재무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재무상태 진단, 재무목표의 설정,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의 작성과 같이 재무설계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거쳐야 비로소 투자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

    전술적인 자산배분의 수정도 빈번하게 이뤄지면 곤란하다. 투자전문가들도 맞추기 어려운 투자 시점을 투자자들이 정확하게 조절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예 투자 시점을 무시하고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빈번하게 조절해서 어떤 때는 많이 벌고, 잘못 맞추면 많이 잃는 경우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투자 비중을 조정해야 할 정도로 자산구성비가 크게 변화하는 경우란 시장이 폭락했거나 폭등한 경우다. 자산구성비에 큰 영향을 주는 자산은 주식, 부동산, 채권의 순서일 것이다. 특히 주식의 경우 주가가 폭등하면 주식펀드의 평가액이 늘어나서 다른 자산보다 많이 보유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 경우 주식투자 자산을 줄이고 채권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구성비 조절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 주식 비중을 줄이기보다는 늘려야 하는 의사결정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자산구성비의 재조정은 여간 힘든 결정이 아니다.

    자산구성비를 재조정할 때 투자자들이 쉽게 빠져드는 함정은 바로 추세분석이다.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에 다가가면 더는 오르지 못하고 하락한다고 생각하면 추세분석을 사용한 셈이다. 추세분석은 경제의 기본요인보다는 과거에 비추어 미래를 보는 것으로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많이 하락했으니 이제는 상승할 것이다, 너무 많이 상승했으니 이제는 하락할 것이다 하는 식으로 판단하면 투자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자산구성비의 조정은 모든 역량을 다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경제의 기본적인 분석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선진국형 자산관리는 자산구성비를 어떻게 수립하고 유지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는 균형 잡힌 자산구성비를 견지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부분의 투자자는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수익률 폭등, 폭락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

    투자자의 심리는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보다 많다면 주가 그래프는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심리와 주가가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욱 늘게 마련이다. 투자에 있어 이런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를 하다 보면 예상치 않게 수익률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주식처럼 위험성이 높은 자산은 수년에 한 번씩 수익률이 폭등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때 대부분의 투자자는 실현된 수익률에 흥분해 장기 계획을 무시하고 투자자금을 되찾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힌다. 반대로 수익률이 폭락하면 투자계획에 실망해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투자를 중단하고자 한다. 수익률 폭등과 폭락은 모두 투자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된다.

    투자기간 중에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자산구성을 변경하면 아직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목표금액을 마련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식 투자로 10년간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3년 정도 경과한 시점에 주식투자 자금의 수익률이 예상외로 높게 실현되어 주식투자 자금을 회수하여 채권투자로 변경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제 겨우 필요한 자금의 일부만이 적립된 상황에서 투자계획을 변경하면 애초의 투자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지며, 은퇴자금 마련이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수익률이 폭등할 때 실제로 취할 수 있는 대처법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펀드를 변경하는 것이다. 펀드 변경은 주식펀드에 투자된 자금을 채권펀드로 전환하고 반대로 채권펀드에 투자된 자금을 주식펀드로 전환해 수익률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이다.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했다고 판단되면 주식펀드를 채권펀드로 전환하며, 반대로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판단되면 주가 상승시 수익을 노리기 위해 채권펀드에 투자했던 자금을 주식펀드로 옮긴다. 펀드 변경의 가장 큰 장점은 주가 상승기에 얻은 이익을 지켜내고 주가 하락기에 발생하는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주가와 채권가격의 고점과 저점을 알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재무설계사들도 각종 분석자료와 경험을 이용해 이를 파악하고자 노력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펀드를 변경하지 않는다. 무리하게 펀드를 변경하면 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 것도 전략

    수익률과 투자금액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펀드를 변경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적립식 투자는 대부분 은퇴자금이나 교육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간 투자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몇 년 후에 필요할 자금을 얻기 위해 펀드의 기대수익률, 투자기간, 물가상승률, 교육비 상승률 등을 감안해 결정된 투자방법이다. 그런데 투자기간 도중에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이 높게 달성됐다고 해서 펀드를 변경하게 되면 애초에 설정한 투자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기 힘들다.

    수익률이 이미 높게 달성된 주식펀드에서 채권펀드로 전환하고 싶을 때 운용능력이 뛰어난 펀드를 선택하기란 의외로 힘들며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주가 하락과 채권금리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두 펀드 모두 수익률이 악화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펀드를 일시에 변경하기보다는 적립식 투자를 계속하되 주식펀드나 채권펀드에서 마련된 자금 중 일부를 환매해 자금을 찾는 방법을 권한다. 환매한 자금은 MMF와 같은 현금성 자산이나 예금 형태로 운용하고, 향후 투자하기 적합한 시기에 펀드로 옮긴다.

    펀드 변경과 환매의 차이점은 이렇다. 펀드 변경이 주식과 채권 간 자금이동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라면, 환매는 펀드에서 현금으로의 전환을 통해 이미 달성된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환매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적립식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을 환매해 현금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므로, 펀드를 변경하는 투자자보다는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환매도 펀드 변경과 동일한 문제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가격의 저점과 고점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과, 환매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수익률과 금액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환매는 ‘환매자금의 투자’라는 추가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예를 들어 적립식 주식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가 환매 시점을 잘 선택해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회수했다 해도, 회수한 현금을 잘못 운용해 적립식으로 장기간 투자한 경우보다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수익률이 폭락할 때는 폭등할 때보다 대처하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적다. 수익률이 폭등할 때는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금의 일부를 환매하거나 펀드를 변경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수익률이 폭락할 때는 펀드를 변경하거나 환매를 하면 매우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주가나 채권가격의 바닥에서 행동을 취하게 되므로 투자 결과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수익률이 폭락할 때는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가가 폭락할 때 주식투자를 줄이지 않고 펀드 매입량을 증가시키면 평균 매입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이것은 나중에 주가가 오를 때 더 높은 수익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주가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 기존 적립식 투자자금 외에 추가자금을 적립식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평소 투자자금 중 일부분을 MMF에 예치해뒀다가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MMF에서 주식펀드로 자금을 이체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주가나 채권가격이 폭락하지 않고 계속 상승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방법이 적합하지 않다. 주가나 채권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적립식 투자를 이용하다가 예상외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만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9~2000년 펀드 판매 광고를 보면 어김없이 팔짱을 끼고 미소 짓는 펀드매니저들의 사진이 등장했다. ‘OOO 펀드’ ‘☆☆☆ 펀드’처럼 펀드매니저의 이름이 붙은 펀드도 있었다. 많은 투자자는 이들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돈을 크게 불려줄 ‘신의 손’이라고 믿고 자금을 맡겼다.

    펀드매니저는 도사가 아니다

    그러나 얼마 후 그들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고 말았다. 2000년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반 토막으로 줄어든 주식펀드가 속출했다.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에 따른 주식펀드의 손실을 좀처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주가 하락도 예측하지 못했냐며 원망이 쏟아졌다. 결국 지나친 환상을 심어준 펀드 운용회사와 막연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던 투자자들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국내외 펀드에 대한 성과를 평가해보니 펀드매니저의 주가 예측 능력은 평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해에 높은 성과를 달성한 펀드매니저 중 상당수가 그 다음해 평균 이하의 저조한 성과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직 적지 않은 사람이 유명한 펀드매니저를 찾는다. 심지어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도 펀드매니저의 명성에 따라 자금을 맡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좋은 펀드를 고를 때 펀드의 주연 배우인 펀드매니저의 진정한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펀드매니저는 펀드 운용을 책임진 증권전문가로서 수십억원에서 수조원의 투자자금을 집행한다. 이들은 운용자금을 주식과 채권, 기업어음(CP) 등 유가증권에 분산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한 사람의 펀드매니저가 투자과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펀드의 경쟁력

    자산운용회사들은 여러 전문가를 고용해 주식팀, 채권팀, 리서치팀, 리스크 관리팀 등 전문분야별로 운용조직을 구성한다. 또 주식팀 내에서도 성장성이 있는 정보통신(IT) 종목에 실력이 있는 펀드매니저, 내수업종이나 중소형 가치 종목 발굴에 능력이 있는 펀드매니저 등으로 구분해 업무를 분담시키고 있다.

    자산운용회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초인의 능력’을 가진 펀드매니저는 없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산운용회사는 대개 매월 또는 분기마다 주식 및 채권의 최고 책임자(자산운용본부장, CIO)와 각 팀장 등이 참여하는 투자전략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 각 펀드의 기준이 되는 주식 및 채권의 기준 편입비와 실제 펀드의 모태가 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결정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는 붕어빵을 찍는 기계처럼 여러 개의 펀드에 비슷한 내용의 포트폴리오를 쏟아넣는 도구가 된다.

    각 운용팀에서는 투자전략회의에서 결정된 편입비와 모델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회사 규정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투자할 종목을 결정한다. 이후 각 펀드매니저는 허용된 범위 내에서 실제 펀드의 주식·채권 편입비를 조정하고 모델 포트폴리오에 근거해 종목을 선택한다.

    이와 같이 펀드매니저는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조직의 일원으로서 이중 삼중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자신이 맡은 분야를 중심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펀드를 운용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펀드매니저 한 사람을 보고 펀드를 고르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 되기 쉽다. 펀드매니저가 속해 있는 자산운용회사의 운용조직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운용조직을 구성하는 펀드매니저들의 능력, 고용의 안정성, 운용조직간의 유기적인 협조관계, 최고 운용책임자의 전문성, 자산운용회사의 철학 등이 결국 펀드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PART 7. ‘여유로운 노후’로 가는 지름길, 펀드 투자

    계획표는 어린이만 짜는 것이 아니다. 펀드 투자에도 시간별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투자의 성패는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달렸다.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성 자산을 놓고 자산을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한다. 주식은 장기적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데 유용하다. 연금 투자와 같은 장기 투자에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채권은 자산을 보존하는 수단이지만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 유동성 자산의 경우 직업이 안정적이면 3개월치 생활비, 직업이 불안정하면 6개월치 생활비를 머니마켓펀드(MMF)나 예금으로 넣어둔다.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서 결정하는 것이 자산을 분산하는 것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투자 시점의 분산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위험이 높거나 거액을 투자해야 할 경우 활용한다. 때를 못 맞추고 그냥 몰아서 매입하다가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적립식 투자방법이 바로 투자시점의 분산을 활용한 것이다. 주가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꾸준히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2~3개의 다른 스타일에 투자하는 것도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다. 야구단을 만들 때 투수만 9명으로 구성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타자도 필요하고, 유격수나 포수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주식펀드도 성장주, 가치주, 대형주, 중소형주, 비상장주식 등 다양한 대상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지역 분산 투자도 생각해보자. 국내 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550조원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전세계 주식시장의 2%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려든다면 우량주는 동이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외투자를 적극 고려할 만하다. 미국 투자자는 자산 중 15~20%를 성장성이 높은 중국이나 동남아의 신흥시장에 투자한다. 우리도 좋은 주식과 기업을 찾아 자산 중 5~10%를 해외에 투자하는 시대가 왔다.

    통화 분산 투자는 아직은 생소하지만 이것도 고려해야 한다.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다양한 통화로 거래하는 상품에 가입해보자. 2004년에 달러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였고 달러화로 된 펀드들은 환차(換差) 손실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의 80~90%는 달러화로 만들어진 펀드다. 그러다 보니 달러화 약세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았다.

    이렇듯 위험을 피하다 보면 집중 투자할 때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몇 가지로 분산해서 투자할 것인지, 집중 투자할 것인지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가치주 펀드, 성장주 펀드

    펀드의 스타일이란 쉽게 말해 펀드매니저나 자산운용회사의 체질을 뜻한다. 체질은 한번 굳어지면 잘 바뀌지 않는다. 자산운용회사에는 서로 다른 스타일이 있다. 주식펀드의 경우 가치주 펀드와 성장주 펀드로 나뉜다. 어떤 주식이 성장주이고 어떤 주식이 가치주인가는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이나 주가자산비율(PBR·Price Bookvalue Ratio)로 결정된다. 주가수익비율이 낮으면 기업의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이고, 이 경우 투자차익은 시간이 지난 뒤 기대할 수 있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는지, 고평가됐는지 고심하면서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를 가치주 매니저라고 한다. 이런 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가치주 펀드라고 부른다.

    반면 신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 매니저는 성장주 매니저라고 한다. 성장주는 바이오산업이나 정보통신처럼 첨단 기술 기업군(群)을 말한다.

    가치주 매니저와 성장주 매니저는 서로 시각이 달라 한쪽에서 외면한 기업을 다른 한쪽에선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펀드를 고를 때는 투자 철학, 투자방침, 과거 투자한 종목, 펀드평가정보 등을 고려해야 한다. 분산 투자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대형 가치주펀드에 2500만원, 성장주펀드에 1500만원, 중소형주펀드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각기 다른 스타일에 넣을 수 있겠다.

    PART 7. ‘여유로운 노후’로 가는 지름길, 펀드 투자
    ‘원금 보전+수익률’, 일석이조 설계

    자산을 배분하면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에도 투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투자자가 1억원으로 주식에 투자하려고 한다. 그런데 반드시 1년 후에는 원금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만약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수익률도 따라서 상승해야 한다. 이런 방정식은 까다롭지만 자산배분 전략으로 풀 수 있다. 가장 먼저 주식시장의 연간 최대 하락폭을 30%로 가정한다. 물론 그 이상 하락하면 주식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이 경우, 주식투자 비중은 10%로 정한다.

    에서 보듯 채권수익률 4%, 주가 최대 하락률 30%라는 전제하에서는 주식에 1000만원, 채권에 9000만원을 투자하면 원금을 보전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주가 추세에 대한 막연한 예측에 의존해 투자 비중을 결정했다가는 원금을 까먹거나 손해 볼 수 있다. 투자는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도 투자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생각을 가지고 실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0년 이상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경우 주식투자 비중은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연금투자는 10년 이상 장기간 투자한다는 점과 소액으로 적립식 투자방법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목돈 투자와 다르다. 적립식으로 주식에 투자하면 주가가 폭락할수록 펀드의 매입가격이 하락하는 매입가격 하락효과(Dollar Cost Averaging effect)가 나타난다. 매월 일정한 금액을 적립할 때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많은 주식을 매입하게 된다. 장기간 투자하면 나중에 주가가 오를 때 투자수익률은 높아진다.

    채권에 적립식 투자하면 손해

    주식투자 비중을 결정할 때는 적립식 투자의 기대수익률이라는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 적립식으로 10년 이상 투자할 때 얻을 수 있는 주식과 채권의 기대수익률을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과거 수익률을 이용하는 추세 분석방법, 미래의 여러 상황을 결합시키는 시나리오 분석방법, 시장 참여자들의 평균적인 예측치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재무설계사와 같은 전문가들은 리스크 프리미엄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다시 말해서, 고위험 자산은 저위험 자산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적립식 투자로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연평균 수익률은 의외로 높지 않다. 미국에서 대형 우량주를 대상으로 산출하는 S&P 500지수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12%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주식시장도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위험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연평균 10%대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채권의 경우는 좀 다르다. 우리나라 채권펀드는 우량한 신용등급이 매겨진 채권 중에서도 단기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특성이 있다. 수익률이 매우 안정적이어서 주식펀드처럼 마이너스 수익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채권펀드에 적립식으로 분산투자하게 되면 ‘매입가격 하락효과’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효과를 보려면 펀드의 가격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가 있어야 한다. 채권펀드는 연간 5%의 수익률을 보이지만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수익률은 2.5% 안팎이다. 연금처럼 장기로 투자할 경우 기대수익률은 정상적인 채권펀드의 수익률보다 낮다.

    결론적으로 주식펀드에서 연간 10%, 채권펀드에서 연간 3% 수익을 기대한다고 할 때 매년 8%의 기대수익률을 연금투자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식펀드에 약 70%, 채권펀드에 나머지 30%를 투자하면 된다. 매월 100만원씩 적립투자한다고 가정하면 70만원은 주식펀드에, 30만원은 채권펀드에 투자하면 합리적인 주식투자 비중이 결정되는 셈이다.

    워런 버핏의 투자 노하우

    주식투자로 최고의 갑부가 된 워런 버핏은 “오늘이 지나면 주식시장이 폐쇄되고 5년 동안 개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역사상 위대한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기로 투자할 경우 위험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는 이익만 생각하고 투자하는데, 이와 같은 투자 손해에 대한 단호한 태도는 단기간의 주가와 금리를 예측하려는 자세로 이어진다. 혹시라도 그러한 예측이 들어맞을 경우에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려 드는 것이다.

    그러나 예측에만 의존한다면 운이 좋아 한두 번은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자산을 차곡차곡 쌓다가도 한두 번 예측이 어긋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장기 투자는 엄밀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원칙을 가진 투자를 의미한다.

    첫째, 적어도 3년 이상의 기간을 대상으로 투자목표를 세운다. 투자목표는 재무설계 과정을 통해 명확하게 정하고 투자기간과 투자대상, 위험허용 수준, 최소 기대수익률 등을 분석한 후 결정한다.

    둘째, 금리와 경제성장률을 단기적으로 예측해 투자하려는 태도를 버린다. 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가능하면 장기적인 추세에 따라 투자하려는 태도를 갖는다.

    셋째, 주가나 채권가격의 급등락을 담담한 태도로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장기 투자가 어려운 것은 수익률이 급등락할 때 생기는 탐욕과 공포 때문이다.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좀더 투자하거나 혹은 일찍 회수해버리고, 가격이 조금만 떨어지면 공포에 질려 도망가려는 태도가 장기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단기 투자가 가장 성행하는 곳이다. 주식의 거래회전율과 인터넷을 이용한 단기매매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주가지수선물과 옵션의 거래량도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단기 투자 경향이 지나치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처럼 투자방식이 단기화하고 투기화하면 투자과정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점차 저축상품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저금리로 저축상품의 수익률이 3%대로 떨어져 있고 대부분 1년 단위로 운용되기 때문에 저축상품 역시 단기 투자의 폐해를 겪고 있다.

    분산 투자, 장기 투자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 바로 적립식 펀드투자다. 적립식 펀드투자는 2004년 초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으며 주식펀드에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 투자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한국의 투자 역사상 이처럼 장기 투자 분위기가 팽배한 적은 없었다. 연간 단위로 안정성이 보장된 상품만 찾던 투자자들이 드디어 원금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품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매우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주가가 극심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목돈을 특정 시점에 투자해 장기로 끌고 가기란 매우 어렵다. 이제 분산 투자 기법을 활용,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최소한 2~3개의 주식펀드와 채권펀드를 골라서 상당부분의 자금을 적립식으로 분할 투자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시장 변동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장기로 투자할 수 있다. 장기 투자란 단순히 결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투자에 적합한 분산 투자 기법을 활용해야 이뤄질 수 있다.

    펀드 평가, 직접 해보자

    PART 7. ‘여유로운 노후’로 가는 지름길, 펀드 투자

    펀드 운용능력과 수익률 관계

    펀드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은 단순한 수익률을 이용하는 방법, 수익률에 담긴 위험을 고려해서 분석하는 방법, 자산운용회사와 펀드매니저의 자질이나 현재의 상태와 같은 계량화할 수 없는 정보를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 펀드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우수한 투자 능력을 가진 펀드를 골라 투자하기 위해서다. 펀드 운용 능력과 투자수익률에는 과 같은 관계가 있다.

    ▲Ⅰ사분면 : 운용 능력과 수익률이 모두 높은 경우

    자산운용회사가 오랜 역사와 노력 끝에 명확한 운용과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변해도 수익률이 급변하지 않는다. 특히 장기 수익률이 업계 상위권을 유지한다. 이런 펀드들은 우수한 성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펀드평가사에 대한 평가결과가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 대부분이 Ⅰ사분면에 속하는 펀드들을 잘 알고 있다. 투자자들이 Ⅰ사분면에 있는 펀드에만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명도가 높은 한 개의 펀드에만 집중 투자하면 나중에 이 펀드의 성과가 악화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2~3개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Ⅱ사분면 : 운용 능력은 좋지 않지만 수익률이 높은 경우

    자산운용회사의 운용과정이 엄격하지 않다면 단기간에 기대 이상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수익률이 높아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다른 펀드매니저들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위험이 높은 투자전략을 과감하게 사용한 경우다. 이 전략이 시장상황과 일치하면 수익률은 깜짝 놀랄 정도로 치솟는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급변하면 수익률이 바로 폭락한다. 자산운용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므로 단기간 내에 주목을 받으려는 자산운용회사가 이런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펀드들이 투자자의 이목 끌기에 성공하면 펀드규모가 단기간 급속도로 커지지만 펀드매니저들이 늘어나는 자금을 감당하지 못한다. 성과 평가의 최대 과제는 Ⅰ사분면과 Ⅱ사분면에 속하는 펀드를 구분하는 것이다.

    ▲Ⅲ사분면 : 운용 능력과 수익률이 모두 좋지 않은 경우

    오랜 세월 펀드수익률이 악화돼왔기 때문에 우수한 인력이 빠져나가고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난 경우다. 자산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성과 평가의 대상이 될 만한 펀드도 많지 않고 투자자의 주목을 끌기도 어렵다. 앞으로 운용과정을 다시 만들고 좋은 인력을 보강하는 등 새로운 탄생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회사들이다. 특별하게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아 성과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Ⅳ사분면 :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경우

    명확한 투자과정을 구축하고 좋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운용 스타일과 시장상황이 맞지 않아서 성과가 나빠진 경우다. 투자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과거에는 잘했는데 왜 요즘은 수익률이 형편없는가”라고 하면서 계속 비난하게 된다. 자산운용회사가 소신을 가지고 투자 스타일을 고수하지 못하고 운용 스타일을 바꾸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런 경우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단기 성과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상 성과 평가를 실시할 때 Ⅳ사분면의 펀드에 대한 평가가 가장 어렵다.

    ‘벤치마크’가 뭐지?

    수시모집이나 특례입학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생겨났지만 대학 입학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은 여전히 수능시험이다. 수능시험 성적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 물론 단 한 번의 시험 성적으로 대학교 수학(修學)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 하지만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학생의 능력을 측정해 선별할 수밖에 없다. 펀드투자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우수한 수익률을 올렸는가를 잴 잣대가 필요한데 이를 측정하는 기준이 바로 벤치마크(benchmark)다.

    일반적으로 벤치마크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수익률을 대표하는 지수를 사용한다. 주식펀드의 경우 ‘코스피지수 증감률’을 벤치마크로 삼는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주식 펀드매니저라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코스피지수만큼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투자할 만한 펀드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우량한 주식을 사려고 열심히 기업방문에 나선다.

    마찬가지로 채권매니저는 채권지수 수익률이라는 벤치마크를 이겨야 한다. 하지만 채권펀드는 주식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다. 채권시장에도 주식시장처럼 채권지수라는 시장평균 수익률을 측정하는 좋은 도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 상당수의 투자자가 채권펀드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고 생각하며, 채권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 당황한다.

    채권펀드도 주식펀드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변화한다. 시장에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하락해 수익률도 하락한다. 반대로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올라 수익률은 상승한다. 채권펀드의 수익률과 시장금리에는 역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채권펀드와 시장금리를 바로 비교해서 평가하기보다는, 오히려 채권펀드와 채권지수를 비교함으로써 정확한 성과평가가 가능해진다.

    벤치마크를 이용하면 펀드의 수익률이 우수한지 열등한지 평가할 수 있다. 펀드성과가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지나치게 낮을 경우 투자를 중단하는 등의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에서 위험이란 수익률의 변화 정도를 말한다. 수익률의 변화가 크면 위험이 크다고 하고, 변화가 작으면 위험이 작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연 7%의 수익을 기대했는데 수익률이 이보다 저조할 가능성을 ‘위험성’이라고 한다. 정기예금과 같이 확정금리부 상품은 투자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이 없는 투자다. 펀드는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 달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자를 시작하지만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위험이 존재하는 상품이다. 투자 위험은 대략 네 가지다.

    꼭 알아둬야 할 ‘펀드의 위험’

    PART 7. ‘여유로운 노후’로 가는 지름길, 펀드 투자

    도로가 구불구불하면 서행하듯 수익률 변동이 심한 펀드에 대해선 투자액수를 줄여야 한다.

    첫 번째 위험은 수익률의 변동성이다. 도로가 구불구불하면 차의 속도를 줄여야 하듯이 수익률의 변동성이 높으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 같은 종류의 펀드라면 변동성이 낮고 수익률이 높을수록 좋은 펀드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위험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다. 은행예금 등은 법에 의해 투자원금이 보장되거나 보호받지만 펀드는 원금을 보장하거나 보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잃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자산운용회사나 펀드판매회사 등 어떤 관련 회사도 원금손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세 번째 위험은 펀드를 제때에 매각하지 못해 생기는 유동성 위험이다. 펀드에 투자한 자산 가운데는 시장에서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자산이 존재할 수 있다. 비상장주식, 신용등급이 떨어진 채권, 특수한 이해관계자들이 보유 중인 우선주, 부동산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은 다양하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 중에는 가격형성이 지연되다 보니 투자하기 좋은, 저평가된 자산이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들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다 보면 펀드수익률은 높아지지만, 투자자가 환매를 청구할 때 자산을 제때 매각해 현금으로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이런 자산은 수시로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로 만들 수밖에 없다. 선박펀드, 부동산펀드, 벤처펀드 등이 폐쇄형 펀드다. 폐쇄형 펀드는 일반적으로 펀드에 가입했다가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투자자를 위해 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하지만 워낙 소수의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펀드이므로 시장에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손실을 무릅쓰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 폐쇄형 펀드는 유동성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할 때 자신에게 적합한지를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나서 투자해야 한다.

    네 번째 위험은 펀드매니저의 불법적인 행위로 발생하는 위험이다.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맡긴 자산을 약관이나 투자계획서에 정해진 대로 운용해야 한다. 만약 약관을 위배하고 엉터리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자는 펀드매니저나 자산운용회사를 법에 의해 고발하고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실시간으로 복잡하게 이뤄지는 투자행위를 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2004년 발효된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에는 약관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업무를 수탁회사(은행)에 부여했다. 수탁회사는 펀드 투자자들이 맡긴 자산의 실물을 보관하는 곳이므로 일종의 ‘창고지기’다. 이 창고지기에게 물건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 약관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불법적인 투자가 발견되면 수탁회사가 직접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하고, 그래도 계속 시정되지 않으면 모든 투자자가 한꺼번에 모이는 수익자총회를 개최해 투자자들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펀드에 투자할 때는 이런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자신이 어떤 위험에 맞딱뜨려 있으며, 얼마만큼의 위험을 부담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런 위험을 모두 제거하면 수익률이 정기예금과 같이 낮아진다. 위험을 부담한 만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자산운용사 전체를 보고 판단하라

    코스피지수가 고공행진을 계속함에 따라 주식펀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주식은 자산 중에서 기대수익률과 위험이 가장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고령화와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수록 주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주식펀드의 성과평가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주식 펀드매니저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업무가 1000개가 넘는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 일이다. 흔히 투자자는 주식에 대한 리서치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이용고객의 매매를 도와주기 위해 분석 의견을 낸다. 증권사의 주된 수입원은 주식매매 수수료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매매를 위한 리서치를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는 주식매매가 본업이 아니라 저평가된 종목을 장기간 보유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본업이다. 그래야 자신의 수입이 증가한다. 때문에 자산운용회사에 있는 펀드매니저와 증권사에 있는 애널리스트는 사용 목적이 다른 기업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펀드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업분석을 제대로 해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 일이다. 다각적인 기업분석을 통해 좋은 종목을 발굴하고 장기간 보유하는 능력은 펀드매니저가 갖춰야 할 핵심 자질이다.

    그런데 1000개가 넘는 기업을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모두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자산운용회사에서 여러 명의 분석 전문가가 펀드매니저와 함께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 주식펀드의 성과는 마치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와 같이 한 회사 내에 있는 다수의 애널리스트, 위험관리자, 투자전략가, 경제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그래서 펀드매니저 한 명만 보고 투자하면 곤란하고, 그가 근무하는 자산운용회사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마켓 타이머 vs 스톡 피커

    많은 투자자는 주식 펀드매니저가 지수의 움직임을 예상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 전망, 국내외 정치·사회에 대한 거시적인 분석에서 출발해 펀드 전반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를 ‘시장 추종형 매니저’ 또는 ‘마켓 타이머(Market Timer)’라고 한다. 또한 시장의 움직임은 무시하고 기업분석만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를 ‘가치 추종형 매니저’ 또는 ‘스톡 피커(Stock Picker)’라고 한다. 국내외에 수만개의 주식펀드가 있어도 시장 추종형과 가치 추종형 펀드매니저로 양분할 수 있다.

    펀드평가 전문가들은 기업분석으로 종목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펀드매니저가 거시경제를 전망해 투자하는 마켓 타이머보다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좋은 펀드 회사일수록 펀드매니저의 종목선택을 강조한다.

    미국의 주식펀드를 운용한 매니저 중에서 최고의 명성을 날리는 사람으로 피터 린치(Peter Lynch)를 꼽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피터 린치는 세계 최대 펀드인 마젤란펀드를 운용한 매니저로 한국에도 그의 저서 여러 권이 소개돼 있다. 피터 린치는 1987년 주식시장이 대폭락한 이른바 ‘블랙 먼데이’에도 가격 급락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사 모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며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관계없이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하는 일이야말로 펀드매니저의 본업이라는 것이다.

    결국 마젤란펀드는 세계 최대의 펀드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과를 남겼고 피터 린치는 1990년 은퇴했다. 당시 1000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마다하고 은퇴한 이유에 대해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음악회에 갈 시간이 없고, 남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도 기업분석보고서를 읽고 있는 자신에 대해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PART 7. ‘여유로운 노후’로 가는 지름길, 펀드 투자

    은행직원이 금리 시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주식펀드의 성과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기 위해 기울이는 건전한 노력이다. 우선 펀드매니저가 주식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운용보고서, 투자설명회, 편지 등을 살펴보면 이러한 면모가 나타나 있게 마련이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논하면서 마치 정교한 경제 전망이 가능한 것처럼 떠드는 펀드매니저인지, 구두가 닳도록 기업분석을 하러 다니는 펀드매니저인지 살펴보고 평가하면 된다. 펀드매니저 혼자서 할 수 없는 기업분석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 내에 어떤 애널리스트들과 리서치 조직이 있는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채권펀드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미국의 펀드운용회사는 보스턴 근처에 잔뜩 모여 있다. 보스턴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주식펀드는 다양한 인종의 매니저들이 운용하지만, 채권펀드는 아이비리그 출신의 백인만이 운용한다”는 것이 있다. 많은 문제를 내포한 발언이지만 실제로 채권펀드는 소수의 매니저가 상당히 높은 진입장벽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채권시장 자체가 일반인이 참여하기 어려운 기관시장인 데다가 채권의 매매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 시장참여자들끼리 메신저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펀드의 성과 평가는 주식펀드와 많이 다르다. 주식시장은 공개적인 데다 개인투자자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채권시장은 개인투자자가 참여하기 힘들며 기관투자자만으로 이뤄져 있어 막연하게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채권은 매니저도 많지 않고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100억원을 단위로 거래가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채권펀드를 평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채권펀드의 수익률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채권펀드는 수십개의 채권 종목으로 구성된다. 채권은 정해진 기간 내에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는 증서이므로 원금 상환일까지의 잔존 만기와 신용등급이 중요하다. 잔존 만기가 긴 장기채권에 투자할수록 단기채권에 투자한 경우보다 기대수익률과 위험이 높아진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일수록 이자 수입이 높지만 위험은 더 크다. 결국 채권펀드 매니저들이 수익을 얻는 것은 채권을 매수할 때 결정되는 만기보유 수익률, 금리 변동으로 인한 채권가격 변화, 신용등급의 변화로 발생하는 채권가격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채권펀드에 편입된 채권에 대해서는 최초 매입한 가격을 만기까지의 기간으로 나눠 평가했다. 이를 ‘장부가 평가’라고 하는데 매입한 채권을 중간에 매각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운용방식이다.

    장부가 방식으로 채권펀드를 만들 때는 미리 펀드의 수익률을 확정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 펀드에 6개월 투자하면 10%의 이익을 드리겠습니다’라는 약속이 가능했던 것이다. 투자 도중에 채권의 신용등급이 내려가거나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자산운용회사(당시에는 투자신탁회사)가 손실을 떠안았으며, 반대의 경우에는 이익을 얻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채권펀드에서 발생한 모든 이익과 손실이 투자자의 몫이 되어야 진정한 실적 배당형 상품이지만, 2000년까지는 자산운용회사가 손실과 이익을 모두 떠안으면서 수익률을 맞춰주는 행위가 법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채권펀드로부터 발생한 손실로 자산운용회사들이 부실해지자 정부는 2000년 7월부터 채권펀드에 포함된 채권을, 주식처럼 변화하는 시장가격을 반영해 회계처리하도록 법을 변경했다. 이것이 바로 ‘채권시가평가제도’다. 채권을 장부가로 평가할 때는 제시된 금리 수준이 중요했지만, 시가로 평가되면서부터는 채권 매니저의 운용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로 인해 채권펀드의 성과 평가도 가능해졌다.

    낙후된 국내 채권시장

    채권 펀드매니저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금리의 변화를 예상하고 채권펀드의 잔존 만기를 늘이거나 줄인다. 단기간 내에 채권펀드의 잔존 만기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금리선물(先物)을 많이 사용하며, 채권가격의 등락을 예상하고 채권을 수시로 매매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채를 매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국내 채권시장은 상당히 낙후되어 있는 실정이다. 채권 유통시장이 제도권 내에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펀드매니저는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 채권을 매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량이나 거래 가격에 대한 통계도 정확하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도 한국 주식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채권에는 전혀 손을 대고 있지 않다. 그 정도로 한국 채권시장이 낙후되어 있다는 얘기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채권 매니저에게도 채권 종목의 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채권 펀드매니저의 경력이 5년밖에 되지 않아 채권펀드의 운용 능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 채권 펀드매니저는 주식 펀드매니저처럼 기업분석을 꼼꼼하게 하지 못한다. 투자자들이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의 파산, SK네트워크(과거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카드채권의 신용등급 하락 등에 시달린 결과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국채나 공채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초우량 채권이나 국공채는 신용등급을 분석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많은 펀드매니저가 금리의 등락에 따라 채권의 잔존 만기를 조절하는 것을 거의 유일한 투자전략으로 삼는다.

    주식 펀드매니저가 코스피지수를 예측하지 못하듯 채권 펀드매니저가 채권 금리를 예측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만약 채권 펀드매니저에게 금리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면 자산운용회사에 고용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벼락부자가 될 능력이 있는데 왜 그러고 있겠는가. 여러 차례 말했지만, 그들이 매니저를 하는 이유는 주가와 금리를 정확하게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의 움직임을 맞춘다는 것은 그만큼 확률이 낮은 게임이다. 만약 운이 좋아 주가와 금리를 맞춘다면 업계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내겠지만 못 맞출 경우에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 뻔하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많은 펀드매니저가 섣불리 금리를 맞추려 하다가 실패하고 해고됐다.

    채권펀드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저평가된 채권을 매수해 장기간 보유하는 펀드매니저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매매를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잔존 만기를 심하게 조절하는 매니저는 일단 경계의 눈길을 보내야 한다. 펀드평가회사의 펀드 분석보고서는 이런 취지로 쓰인다.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은 피하고 이러한 몇 가지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 채권펀드에 대한 평가도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는 않다.

    투자계획 수정은 언제 할까?

    우주선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갈 때는 끊임없이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 목표물에 제대로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투자도 지속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계획은 틀리기 위해 있다는 말도 있는데 계획을 세우고 나면 바로 수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아이러니도 성립한다.

    우선 기간에 따라 장기계획과 중기계획으로 나눌 수 있는 데 장기계획은 자산배분을 통해 투자로 연결된다. 매월 투자해야 하는 자금을 계산하고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결정한 다음 각각 유망한 펀드를 선정해 투자한다. 중기계획은 장기계획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3년 이내의 기간을 대상으로 세우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이다. 출발은 장기계획과 동일하지만 중간에 주식, 채권, 부동산의 가격이 급상승하거나 급락하면 상황에 맞게 다시 세우는 단기 전략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폭락하면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주가가 폭등해 과대평가되면 투자 비중을 낮추는 식으로 투자자산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실천하는 적극적인 투자 행위다.

    투자계획의 수정도 장기계획에 대한 수정과 중기계획에 대한 수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장기계획에 대한 수정은 은퇴자금, 교육자금, 주택 구입자금 등과 같은 재무 목표별로 수립된 투자계획에 대해 이뤄진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투자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적립식으로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15년 동안 매년 100만원씩 투자하는 식이다. 장기계획은 투자자의 소득과 지출 상황, 생활수준, 가족의 건강 상태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반영해 수정될 수도 있다. 또 다른 특별한 변화가 없더라도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소득과 물가상승률의 변화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계획을 세울 때 임금상승률은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재 시점에서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매달 100만원씩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이 금액은 현재 월수입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에 앞으로 10년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을 따져보면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지난 10년 동안 임금소득의 연간 상승률은 평균 8.4%로 물가상승률 3.8%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물가보다 높게 상승하기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투자자금의 부담이 작아진다. 장기계획을 수립한 후 몇 년이 흐르면 소득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므로 투자부담이 줄어들고, 오히려 추가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장기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최소 5년 단위로 투자금액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뒷북치는 순행 투자, 앞서가는 역행 투자

    투자계획을 성공적으로 실천하려면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율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고 유지해야 한다.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장기간 유지해야 할 자산구성비는 결정되어 있지만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수정해야 할 시점이 닥친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자산을 주식과 채권에 각각 50%씩 투자하는 계획을 세우고, 주식펀드에 2000만원, 채권펀드에 2000만원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그동안 주가가 100% 상승해 주식펀드의 평가액이 4000만원이 되고, 채권펀드는 매년 5%씩 상승해서 2315만원이 됐다고 하자. 그러면 주식과 채권의 구성비가 63%와 36%가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재조정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특정 자산의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면 수정하라는 신호가 켜진다. 주가가 폭등하면 주식의 투자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게 되고, 주가가 폭락하면 반대로 주식 비중이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투자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투자계획을 수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주제다. 함부로 주기적으로 재조정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기적으로 투자계획을 수정할 때는 다음과 같은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가격의 움직임을 뒤늦게 쫓아가는 순행 투자보다는 가격의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는 역행 투자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주가가 상승하면 더 투자하고 싶고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를 줄이고 싶은 순행 투자로는 늘 뒷북만 치게 된다. 주가가 폭락해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 한다. 투자계획상 주식 비중을 50%로 하고 10% 이상 벗어나면 수정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자산구성비 수정을 통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은 1년에도 한두 번씩 대폭락과 대폭등의 시기가 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재조정이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 부동산처럼 움직임이 둔한 자산은 그러한 기회가 3~5년에 한 번씩 온다. 그만큼 재조정이 드물게 일어난다.

    PART 7. ‘여유로운 노후’로 가는 지름길, 펀드 투자
    둘째, 투자계획을 변경할 때 지나치게 큰 폭으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통해 매월 100만원씩 투자하되 주식에 60%, 채권에 40% 투자하기로 결정했을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10%나 20% 정도 어긋나면 조정하자. 주식투자 비중을 100%로 만들거나 채권 비중을 100%로 만드는 극단적인 조정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장기적으로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며, 단기적인 조정은 어느 정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신중한 투자자세다.

    투자계획을 주기적으로 수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투자수익률이 변화하고, 소득이 증가하면 어쩔 수 없이 수정 해야 한다. 수시로 해야 하는 투자계획의 수정을 등한시 하면 나중에 크게 수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남이 가지 않는 길에 꽃이 핀다”

    증권시장에는 “의사 10명이 똑같은 처방을 내리면 반드시 따라야 하지만, 증권전문가 10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그와 반대로 하라”는 말이 있다. “남이 가지 않는 뒤안길에 멋진 꽃길이 있다”는 증시 격언도 있다. 다수의 사람이 가지 않는 길로 가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쪽 방향으로 쏠리면서 부화뇌동하는 투자를 통해서는 제대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대중은 가끔 광기어린 집단심리 상태에 빠진다. 최근의 부동산투자, 1999년의 코스닥 투자 열풍은 내재가치를 무시하고 분위기에 편승하는 투자의 대표적 사례다. 거품은 고무풍선처럼 서서히 부풀어 오르지만 바늘을 풍선에 갖다댄 것처럼 일순간에 꺼지는 특징이 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빠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탈출하지 못하고 피해를 보게 된다.

    투자는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면서 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투자하는 순행 투자와 반대방향으로 투자하는 역행 투자로 나뉜다. 위험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투자자일수록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해야 투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반대로 가격이 조금만 하락하면 손해를 피하기 위해 매도하려고 한다. 이렇게 가격의 움직임과 같은 방향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순행 투자’라고 한다.

    한국의 투자자는 대체로 코스피지수가 700선 이하로 하락한 구간에서는 투자 욕구를 갖지 않는다. 1년 이상 지속되는 주가 침체기에는 자연스럽게 주식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시점은 주가가 적어도 800선을 넘어서 경기가 호전될 때다. 이쯤 되면 각종 금융기관이나 펀드매니저도 연일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자극적으로 주가 상승을 보도한다. 투자자 또한 주가 흐름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적금이나 예금으로 마련한 돈을 일시에 주식펀드에 넣거나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투자 시점은 상당히 늦어서 이익보다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주가 고점에서 목돈으로 투자하고 나면 곧이어 나타나는 주가 하락이 손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이유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장기 투자를 결심하게 되고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 손실 폭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주가가 바닥에 도달할 때쯤이면 대부분의 투자자가 더는 참지 못하고 주식을 매도해버린다. 주가의 상투 지점에서 투자를 시작해서 바닥 지점에서 빠져나가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투자 위험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중한 사람일수록 순행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의 투자자일수록 가격이 오르면 매수하려 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매도하려 한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투자자는 순행 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가격이 상승하면 매수하고 싶고 가격이 하락하면 매도하고 싶은 것은 위험을 피하려는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욕구다. 성공 투자를 위해서는 순행 투자의 악순환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역행 투자는 주식, 채권,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해 과대평가되면 매수를 줄이거나 매도하고, 가격이 급락해 저평가되면 매수를 늘리는 ‘거꾸로 된’ 투자자세를 말한다. 적립식 투자가 바로 역행투자의 대표적인 예다. 적립식 투자는 주가가 하락할수록 펀드 매입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 움직임과 반대 방향으로 반응하는 역행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단기간 고수익’ 매니저의 위험성

    투자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물론 쌀 때 사두기란 생각보다 어렵고 비쌀 때 팔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저점에 사서 고점에 매도하지 못하더라도 저점에서 평균보다 많이 사고, 고점에서 평균보다 적게 사서 매입단가를 떨어뜨리고 수익률을 높이는 차선책이라도 써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전략이 바로 역행 투자다. 투자기간을 장기간으로 정하고,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어 투자를 계속해 나가야 가능한 방법이다. 그래서 펀드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라고 권한다. 적립식 투자가 역행 투자라는 사실 때문에 앞으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상당히 안정되고, 서서히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지친 선수는 중간에 교체해야 한다. 어떤 선수로 적절하게 교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투자 상품도 마찬가지다. 물론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선수가 아니라 전체적인 전략이지만 선수 선택이 잘못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생각 밖으로 저조한 성과가 지속되거나 투자 철학이 변화한 경우 펀드 교체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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