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다원주의 시대의 리더십 “사랑을 경영하라”

  • 이진우 계명대 총장 leechinu@kmu.ac.kr

    입력2006-06-09 18: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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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십의 본질은 사랑이다. 사랑이 인간 상호간의 바람직한 신뢰를 구축하는 최선의 실천행위라면 사랑은 분명 리더십의 본질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면 사랑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사랑을 이러한 덕성으로 경영하지 않고서도 사랑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겠는가.
    다원주의 시대의 리더십  “사랑을 경영하라”
    무엇이 진정한 리더십인가. 현대사회에서 경쟁이 심해지면 질수록 그만큼 입에 많이 오르는 낱말 중의 하나가 ‘리더십’이다. 말은 종종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징후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려운 환경에 처할수록 성공한 사람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원칙의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 ‘카리스마의 리더십’ 등 수많은 리더십 모델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리더십의 범람에 혼란스러워한다.

    이럴 때에는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리더십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사람을 리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속내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진 현대사회는 더 이상 전통적 리더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대체로 사회의 ‘개인화’ ‘다원화’ ‘수평화’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파편화한 개인들을 어떻게 결집하고, 그들의 다양한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키며, 수평적 평등관계에 있는 동등한 사람들을 어떻게 통솔한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간단치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사회의 세 가지 특성을 감안한다면 리더십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설정된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만일 ‘공동이익’ ‘영향력’ ‘자율적 참여’를 현대적 리더십의 세 가지 요소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앞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다.

    “사랑하라, 그러면 따라올 것이다.”

    사랑의 리더십을 올바로 파악하려면 먼저 리더십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 로버트 그린은 ‘유혹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현대사회의 특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유혹의 기술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은 무력을 비롯한 여타의 잔인한 방법으로 원하는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없다.”

    이 문장은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원칙이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잘 말해준다. 현대사회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해야 하고, 물리적 압력보다는 심리적 압력을 행사해야 하며, 따라서 지시의 리더십보다는 섬김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의 리더가 직원의 욕구를 규명하고 충족시키며 그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근본적으로 ‘사랑의 리더십’이다.

    우리가 봉사하는 사람을 섬김으로써 그들을 리드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우선 사랑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많은 사람은 사랑이라는 말을 쉽게 리더십과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을 주로 성적인 욕망과 관련된 사적인 관계에 적용하기 때문에 사랑을 타인에 대한 수동적 감정으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무엇인가를 느껴야 비로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연인들만 서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또 국가의 지도자가 국민을 사랑해야 하듯이 어느 그룹의 리더는 구성원과 고객을 사랑해야 한다. 책임을 수반하는 사랑은 이처럼 인간관계 전체와 관련된 실천행위로서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인 것이다. 사랑은 근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경영해야’ 한다.

    사랑의 경영에는 세 가지 전략이 있다.

    첫째, 사랑은 최고의 실천이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만으로는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음을 표현할 때 비로소 사랑은 성숙한다. 우리가 사람들을 이끌고자 한다면, 우리가 먼저 그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사물은 관리(manage)하는 것이지만, 사람은 근본적으로 이끌어야(lead) 하는 것이다.

    둘째, 사랑은 신뢰를 구축한다. 어떤 직무를 빠른 시일 내에 성취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관계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혼자 있을 때보다 더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면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사랑은 권위를 창조한다.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기꺼이’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려면 ‘권위(authority)’는 필수적이다. 이는 자신의 지위 또는 세력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행위를 강제하는 ‘권력(power)’과는 다른 것이다. 구성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권력은 권위를 상실한다. 현명한 지도자는 알고 있다. 철저하게 개인화하고 평등화한 현대인들은 결코 권력만으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리더십이다.

    다원주의 시대의 리더십  “사랑을 경영하라”
    李鎭雨
    ● 1956년 경기 오산 출생
    ● 연세대 독문과 졸업, 독일 아우구스부르크대 석·박사 (철학)
    ● 現 계명대 총장,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위원, 한국니체학회장
    ● 저서 : ‘탈현대의 사회철학’ ‘한국 인문학의 서양 콤플렉스’ ‘이성정치와 문화민주주의’ 등


    리더십의 본질은 사랑이다. 사랑이 인간 상호간의 바람직한 신뢰를 구축하는 최선의 실천행위라면 사랑은 분명 리더십의 본질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면 사랑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사랑을 이러한 덕성으로 경영하지 않고서도 사랑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사랑으로부터 리더십의 모델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성경의 진리처럼 ‘사랑은 결코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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