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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그린 필드 ⑬

미국 캘리포니아 오크퀘리 골프클럽

악명 높은 파3 홀에서 30년 골프 인생 최대의 굴욕

  • 김맹녕 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algolf@yahoo.co.kr

미국 캘리포니아 오크퀘리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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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오크퀘리 골프클럽

오크퀘리 골프클럽은 거대한 회백색 석회암 지대에 우윳빛 대리석이 섞인 바위산이 그린 뒤에 있어 색다른 풍광을 자아낸다.

두 번째 홀은 그린 뒤편을 큰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 마치 절벽 밑에 그린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산처럼 쌓인 돌더미, 파헤쳐진 산기슭, 그리고 우윳빛 석회암과 대리석으로 이뤄진 계곡 사이로 난 코스를 따라 이동하는 게 마치 강원도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는 느낌이었다.

6번 홀까지는 드라이버 샷, 세컨드 샷, 어프로치, 퍼트 등 모든 것이 순조롭고 스코어도 좋아 어깨가 으쓱해졌다. 7번 홀에 당도하니 페어웨이는 좁고 오른쪽은 도그레그 홀(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이어서 조금 위축됐다. 심리적으로 불안해서인지 티샷을 할 때 스윙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정쩡한 스윙이 돼 심한 슬라이스가 나면서 공이 선인장밭 속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좀더 안정적인 샷을 하기 위해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로 바꿔 티샷을 했더니 다행히 오른쪽 러프 쪽으로 떨어져 OB는 면할 수 있었다.

혹시 처음 친 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선인장이 듬성듬성 난 돌밭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공이 지척에 있길래 손을 내밀어 주우려는 순간 등 뒤에서 방울뱀을 조심하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라 급히 돌아서는데, 선인장 가시가 정강이를 마구 찔러댔다. 순간 화가 치밀어 들고 있던 아이언으로 내리치려는데 노랑꽃들로 치장한 선인장들이 나를 또렷이 쳐다보는 게 아닌가. ‘공은 당신이 잘못 쳐놓고 왜 우리한테 화를 내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10번 홀에 들어서니 탁 트인 평야가 시야에 들어온다. 캘리포니아의 강한 태양이 이글거리고 코스 중간에 파놓은 연못에선 수백 마리의 검은 물새가 유영하고 있다. 큰 나무 한 그루 없이 온통 검은 돌과 흰 대리석 천지인 이 척박한 폐광에 녹색 그린이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이렇듯 버려진 땅을 개간해 코스를 만들자 인근 주민은 물론 환경단체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산야를 파헤치는 대신 버려진 하천 부지나 폐광 같은 척박한 땅에 골프장을 만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워서 더 아름다운 14번 홀



바위산 계곡을 이리저리 돌며 플레이를 하던 중 드디어 가장 어렵고 아름답다는 14번 홀(파3, 214야드)에 도착했다. 듣던 대로 절경이다. 거대한 회백색 석회암지대에 우윳빛 대리석이 섞인 바위산이 그린 뒤에서 강한 햇살을 받아 빛났다. 장방형 그린 앞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고, 왼쪽 옆으로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가진 연못이, 오른쪽에는 야생화가 피어 있는 돌밭이 있다.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사이는 절벽이다.

이 환상적인 그린을 정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름다운 것은 터프하다’는 미국 속담이 생각났다. 이처럼 어려운 코스를 정복했을 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골프의 본질은 무한한 도전정신이 아니던가.

공이 조금만 빗나가도 용서치 않는 이 터프한 홀에서 우리 팀은 지레 겁을 먹고 전의를 상실했다. 1번 타자는 “자신이 없어 레이디 티에서 치고 싶다”며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렸지만 토핑이 나면서 공이 숲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2번 타자는 오른쪽 숲으로, 3번 타자는 하이볼이 되면서 돌밭 속으로 공이 떨어졌다. 마지막 타자인 한국의 싱글 골퍼가 타석에 들어서자 이곳을 소개한 이종운 한국일보 리버사이드 지사장이 “여기서 파(par)를 잡으면 내가 산돼지 바비큐로 저녁을 내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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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algolf@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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