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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권주자 심리분석 시리즈 ⑥·마지막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청렴하고 인내심 강한 내향적 감정형, ‘냉철한 교활함’ 번뜩이는 현실감각 필요

  • 김종석 인천광역시 의료원장 mdjskim@naver.com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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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투사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집권당 의장으로 활약하면서 대권주자의 행보를 걷고 있다. 진보적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그가 최근에는 ‘경제가 최우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좌향좌에서 우향우로 돌아선 그의 변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는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 3%에 불과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金槿泰·59) 열린우리당 의장은 내향적 감정형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대개 조용하고 사귀기가 힘들며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체로 대중의 인기를 끌지 못한다.

내향적 감정형은 인내심이 강하다. 1985년 8월24일 서울대 민추위 배후 조종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김근태는 22일 동안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았다. 이 과정에서 8차례의 전기고문과 2차례의 물고문을 당했다. 그는 이 고문을 이겨냈다.

“그들은 고문하기 하루 전에는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고문을 알리는 예고였고, 그 두려움을 견디는 것이 고문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발가벗겨 묶어놓고 전기고문을 위해 물을 뿌리면서 본인의 성기를 가지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모멸이었습니다.”

발뒤꿈치의 상처 부스러기

내향적 감정형은 정서적으로 안정돼 좋고 싫은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때론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한 인상을 준다. 그는 항상 6시5분 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처럼 갸우뚱하게 고개를 들고 묘한 웃음을 짓는다. 전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다. 그는 흥분했을 때나, 기쁠 때나, 중요한 말을 할 때나, 유머를 말할 때나 말투가 똑같아 오래 들으면 졸음이 온다.



이런 유형은 위기에 잘 대처한다. 김근태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극심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 좁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어둠을 통해 날짜를 가늠하고, 고문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인상을 외우려고 애를 썼다. 고문의 진행과정이 어땠는지 소상하게 기억했고, 감옥에 가서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의식을 거의 잃어가는 상태에서도 그는 전기고문을 받으며 몸부림치다 발뒤꿈치에 생긴 상처 부스러기를 모았다. 김근태는 상처조각을 아내에게 전했고, 이것이 고문을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가 됐다.

내향적 감정형은 인간에게 진실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집단의 윤리적 지주가 될 수 있다. 김근태는 모범적이고 우수한 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을 제정 첫 해인 1999년에 수상했다. 그 뒤로도 세 차례 더 상을 받았다. 이 상의 선정 기준은 정직성과 언행일치, 친화력, 유연성, 타인 배려라고 한다. 민주화의 상징적 존재이며, 깨끗한 정치를 하려고 애쓴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포용력이 있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당대표로 구(舊)여권 출신인 김중권을 임명했을 때, 김근태는 속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국민이 불안해하니 개혁 부작용을 보완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김 대표를 앉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유형은 외향적 사고가 미숙해 소신을 강하게 주장하지 못한다. 그는 실제 재야 운동권에서 투쟁할 때 온순하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될 수 있으면 큰 소리로, 좀더 과격하게 자신의 뜻을 주장하는 것이 상례일 때 그는 성명서 문구에 ‘(전두환 정권) 타도’라는 두 글자를 넣는 데도 무척 신중했다.

김근태에게는 내향적 감정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현실에 순응하며 살기보다는 민주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독재정권과 맞서 싸웠다. 또한 말과 글이 고상하고 복잡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쉬운 이야기도 어렵게 말하는 사람’이라고 했을 만큼 언변이 부족하다. 이런 점으로 보아 감각은 떨어지고 직관은 발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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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인천광역시 의료원장 mdjs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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